<다이 가족 이야기>는 애초 2025년 공개를 점쳤으나 푸티지에 반한 프로그래머가 개막작으로 월드프리미어를 권해 레드씨국제영화제의 첫 번째 밤을 수놓게 됐다. “제작 국가 중 한곳의 영화제이자 중동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이런 기회를 줘서 뿌듯하다.” 카림 엘 슈나위 감독의 말대로 이 작품은 MENA의 영화 강국 이집트와 신성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제작했다. 앞서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서도 시리즈 연출 경력을 쌓은 슈나위 감독은 “이 지역의 여러 재능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다. 영화의 주제도 이와 닿아 있다. “이집트가 배경인 <다이 가족 이야기>는 다양성에 관한 영화로, 서로 다른 피부색, 방언, 음악, 풍경을 아우른다.”
주인공 다이(바드 무함마드)는 감독의 의도를 대변하는 존재다. 백색증으로 유독 흰 피부를 가진 그는 급우들의 놀림을 받지만 노래할 때만큼은 자유롭다. 방송국 오디션 참가를 결심하고 헌신적인 선생님, 엄격한 어머니, 티격태격하는 누나와 함께 카이로로 향한다. 끝내 아들의 의지를 꺾지 못한 어머니가 그에게 부탁한 것은 누비아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슈나위 감독은 “다이 어머니가 품은 소신이 곧 나의 것이었다”라며 사라져가는 소수민족과 그들의 언어를 조명해 “이집트가 얼마나 넓은 나라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집트는 줄곧 중동 영화인들의 허브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업도 5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텐데 이렇게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할 수 있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