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배구 코치 우진(송강호)은 어느 날 자신의 배구 인생에서 가장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대기업 2세이자 프로 여자 배구단 핑크스톰의 단장인 정원(박정민)이 그에게 요구하는 건 단 1승뿐이다. 사람들이 성장드라마에 열광할 거라는 정원의 독특한 철학이 미심쩍지만, 우진은 훗날을 도모하며 제안을 수락한다. 한편 핑크스톰의 내부 사정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렇게 리그가 시작되고 팀이 연패를 이어가도 우진은 방관한다. 단장 또한 날마다 기행의 수위를 높인다. 그런 우진이 마음을 다잡게 되는 건, 퇴근길에 응원단의 비난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진은 팬들에게 선수들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신연식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1승>은 특히 배구 팬 입장에서 더욱 반가운 영화다. 다른 인기 종목들과 달리 배구는 국내에선 영화 소재로 쓰인 적이 없어서다. 국내 유명 배구인 다수가 카메오로 등장해 적재적소에서 토스를 올리는 것도 그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코트 위의 긴 랠리는 분명 기대 이상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세밀한 전략, 전술과 데이터 기반 분석 프로그램의 활용도 배구와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정해진 결말을 위해 사용되는 장면이 많이 보이며, 이로 인해 인물들의 성장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포츠영화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동시에 품고 있는 미묘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