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의 혜리(전혜연)에겐 이상한 파괴력이 있다. 연극판에 발을 들인 서울대생인 그녀는 집단이 자신을 향해 가하는 추앙과 추문 사이를 넘나들다 웃는 얼굴로 조용하게 엿을 날리는 인물이다. 한국 사회의 관습과 부조리에 지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건 어른의 능란한 액션이 아닌 자유인이라는 본질, 예술가의 꿈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자주 볼 수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캐릭터 스터디이기도 한 이 역할은 배우 전혜연의 순수하고 투명한 인간성과도 공통분모를 이룬다. 오디션 자리에서 “저는 제가 되게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고백해 정형석 감독을 웃게 만든 이 대담한 배우는 이어 덧붙였다. “어른이 되면 겉과 속이 다르거나 잇속을 차릴 수도 있고, 계산적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중고등학생 때 입었던 교복만 벗었을 뿐이지 그때의 감성 그대로 자란 것 같다. 영화 속 혜리는 나라면 도저히 하지 못할 행동도 하지만 그런 모습의 발로는 그녀의 순수함과 자신의 본질을 지키려는 시도에 있다는 점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년 여성의 사회생활과 생활고를 그린 정형석 감독의 전작 <성혜의 나라>(2018)를 인상 깊게 보았다는 전혜연은 평범한 직장인이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세무회계 자격증을 7개나 땄다. 열아홉, 스무살 때 세무사 사무실 막내로 시작해서 일반 기업으로 옮겨 6년 정도 일했다. 대리까지 달았을 때 엄마가 그러시더라. 더 늦기 전에 취미로라도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언제나 배우를 꿈꿨던 그녀는 이제 직장인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배우로 살아갈 시간이 더 길어질 30대를 맞이했다. “실수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잘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전혜연은 드라마 차기작인 <킥킥킥킥>에서 19금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 왕조현을 맡을 예정이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 독립영화 오디션에 지원하”는 전혜연. 가장 젊은 날의 쉼 없는 휴일이 그녀에게 불러올 행운의 정체가 궁금하다.
filmography

2023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 2022 <롱디> 2021 <보이지 않아>
드라마 2025 <킥킥킥킥> 2024 <체크인 한양> 2023 <하늘의 인연> 2022 <오늘의 웹툰>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2021 <내가 해봐서 아는데> <드라마 스테이지-러브 스포일러> <리필-If Only>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2020 <허쉬> 2019 <리필> <조미료> <미스 콤플렉스> <김요한 이야기> <샌드위치 이론> 2018 <커피에 반하다> <언제나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