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SF 팬층이 부재해서 <별들에게 물어봐>가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일까? MZ그룹 회장 최재룡(김응수)으로부터 난임센터 건립과 딸 최고은(한지은)과의 결혼을 약속 받아 우주로 떠난 공룡(이민호)은 MZ가(家) 며느리 나민정(백은혜)과 그의 죽은 남편 사이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성공하고 돌아오는 비밀스러운 미션을 부여받는다. 찌그러진 정자를 펼 수 있는 건 무중력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우주비행사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장르를 관통한 충분한 우주적 경험을 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드라마가 주요하게 다루는 미션, 즉 시청자가 주인공과 함께 헤쳐나간다고 느낄 과업이 우주과학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기 때문이다. 난자와 정자가 제대로 삽입되었냐고 집착해 묻는 MZ가 사람들, 공룡 대신 무중력 시술을 성공해서 최고은과 결혼하고 싶은 강강수(오정세), 초파리의 섹스에 환호하는 커맨더 이브(공효진). 우주과학이 남긴 철학적 질문에 상호작용하는 SF의 즐거움은 그저 납작한 배경으로만 존재하고 귓전에 반복해 들리는 것은 이곳저곳에서 부르짖는 섹스, 섹스, 섹스… 다. 게다가 남자주인공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고은이는 내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강강수의 말은 여성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고리타분한 로맨스의 재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벽쿵으로 팔 안에 이브를 가두고 고백하는 장면은 케케묵은 멜로 문법이라 납득하기 쉽지 않다. 3년 전,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여성은 4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 1위로는 ‘그냥’이 뽑혔다. 이 그냥이라는 답변에 담긴 세대적 맥락, 사회적 서브텍스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찌그러진 정자를 우주에서라도 펴내려 애쓰는 이야기가 대중 사이를 둥둥 부유할 수밖에 없다.
check point
우주선에 몸을 실은 지 사흘째 만에 이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금사빠 공룡. 팀원들을 위기에 밀어넣으면서까지 강강수가 훔쳐간 난자를 되찾으려 애쓴 것은 지구에 남겨진 여자 친구 최고은 때문 아니었던가. 공룡의 사랑은 자신의 현재를 곧장 무의미하게 만드는 모순의 굴레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