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팻 켈리 지음 한창욱 옮김 현익출판 펴냄
“(<택시 드라이버>(1976)의 주인공인) 트래비스 비클을 찍을 때마다, 그가 차에 혼자 있거나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걸 때마다, 말을 건 사람이 카메라 프레임 안에 있으면, 그 사람들의 어깨를 걸고 촬영”했다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 포주를 연기하기 위해 몇주간 포주와 함께 지내며 “그가 포주를 연기하면 저는 여자를 연기했죠. 그렇게 저는 그가 저를 대하는 방식을 지켜봤어요”라는 하비 카이텔의 말. <택시 드라이버>와 관련한 인터뷰를 읽고 <분노의 주먹>(1980)에 대한 글로 넘어갔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배우들에게 살갑게 대하다 못해 “우리 지금 촬영 들어가야 해”라는 말을 하지 못해 캐스팅 디렉터가 나서야 했다. 뻔뻔하고 악독하며 유머러스한 배역을 여럿 맡았던 조 페시는 그때만 해도 “벽에 부딪혀놓고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지경”이었고 연기를 쉬며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 수업>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스코세이지와 주요 스태프,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구체적인 사례들이 언급되며, 마틴 스코세이지의 커리어를 순차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탈리아나 아메리칸>(1974)부터 <케이프 피어>(1991)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책 도입부에 2022년 인터뷰가 실려 있어 아쉬움을 다소나마 만회한다 (이 책의 초판은 1991년에 출간되었으며 가장 최근의 개정판이 2022년에 출간되었다). 스코세이지 최초의 리메이크작이었던 <케이프 피어>는 범상한 방식으로 재미있는 스릴러였는데, 1962년 <케이프 피어>와의 차이점을 짚으며 스코세이지의 개성을 드러내는 설명이 덧붙었다. “새로운 <케이프 피어>가 등장하는 때는 1991년이며, ‘악’은 더욱 복잡한 존재가 되었다. 미국적 가족의 삶을 묘사하기 위한 형용사로 ‘완벽한’보다 ‘고장난’이 선택되는 시대다.” 가족에 대한 이러한 해석을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것으로 바꿔 스코세이지의 2023년작 <플라워 킬링 문>을 생각해봐도 재밌겠다. 스코세이지에게 항구 불변의 관심사- 죄와 벌과 역사,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인물들의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