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형상이 다시 나타났다. 악령이 이번에 노린 인간은 어린 소년 희준(문우진)이다. 이 소식을 접한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아이의 몸속에 숨어든 악령을 빼내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희준과의 재접촉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의학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의사 수녀 미카엘라(전여빈)에게 도움을 받는다. 서로 상극인 듯해도 알고 보면 비슷한 둘은 희준을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검은 수녀들>은 장재현 감독의 2015년작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이다. 별종인 베테랑과 어리숙한 신입, 두 종교인이 어린 존재를 구해내고 연대 관계에 놓인다는 골자는 비슷하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구마 의식의 표현보다는 그걸 행하는 인물의 내면세계에 집중하면서 한층 건조하고 비밀스러워졌다. 제약에 둘러싸인 인물들의 상황을 표현한 촬영이 돋보인다. 카메라는 유니아와 미카엘라의 얼굴을 대부분 여백 없이 꽉 찬 클로즈업으로 잡거나 상대의 어깨, 사물을 걸고 찍는다. 서품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와 원치 않은 영적 능력에 이들이 얼마나 가로막혀 있는지가 프레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진공상태 속에 있는 듯한 사운드가 갑갑함을 더한다. 일관된 무드가 자아내는 형식적인 아름다움이 있음에도 <검은 수녀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오컬트물로서의 장르 색을 덜어냈으나 여전히 핵심인 구마 의식 장면의 짜임새가 약하다. 특색으로 끌어들인 무속신앙과의 조화 역시 다소 어색하다. 그럼에도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내달리는 사람들이 주는 뜨거운 울림이 막판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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