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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세브란스: 단절> 시즌2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 <나이트비치>
2025-02-07
글 : 김소미
글 : 정재현
글 : 이유채

<세브란스: 단절> 시즌2

Apple TV+, 티빙 / 연출 벤 스틸러 외 / 출연 애덤 스콧, 브릿 로어, 퍼트리샤 아켓 / 공개 1월1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미스터리가 선명해질 때 시시해지는 속편의 숙명과 ‘단절’인 듯 아닌 듯

루먼 인더스트리의 ‘단절’ 시술은 직원의 뇌에 칩을 삽입해 출근과 동시에 회사 밖의 자아가 사라지고 새로운 인격으로 살도록 만든다. 자신을 회사 밖의 ‘아웃티’와 회사 안의 ‘이니’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분리하는 데 동의한 이들은 누구일까?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주인공 마크(애덤 스콧)처럼 잠시 슬픔에서 놓여나고 싶은 이도 있고, 취업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입사한 이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먼지 한톨 없는 백색 복도를 자랑하는 루먼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인격의 철저한 통제를 뜻한다. 시즌2는 마크가 이끄는 매크로데이터팀 이니들이 반란을 일으킨 시즌1의 피날레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아웃티와 이니 모두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상황에서, 이사회는 회사로 돌아온 이니들을 지배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시즌1의 서스펜스를 배가했던 주요 설정들을 시즌2는 우선 이니의 관점에서 이어받아 촘촘히 풀어간다.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미스 케이시라는 이름으로 회사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마크는 필사적으로 미스 케이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어빙(존 터투로)은 자신의 아웃티가 끊임없이 그렸던 의문의 복도 이미지에 골몰한다. 키어가의 상속자 헬레나는 자신의 이니가 마크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에 제법 매혹된 듯 보인다. 에피소드3에 이르면 염소와 생활하는 포유류-인간 론과 숨겨져 있던 부서가 소개되고, 이니가 아웃티의 가족과 면담할 수 있는 가족실이 나오는 등 한층 확장된 세계가 펼쳐진다. 적층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시즌2는 흐릿해서 매력적인 것들이 선명해질 때의 묘한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시리즈 특유의 으스스함은 여전히 유효하며, 미니멀한 세트를 극대화한 촬영도 더욱 유려해졌다. /김소미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

넷플릭스, 티빙, 왓챠/ 연출 다나카 겐타, 아오야마 다카히로 / 출연 히로세 스즈, 마쓰야마 겐이치, 릴리 프랭키 / 공개 1월2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이토록 만화적인 심리 스릴러

아버지 하루오(릴리 프랭키)와 사이가 유독 각별한 코무기(히로세 스즈)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방화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는다. 용의자는 경찰인 하루오가 22년 전 검거한 연쇄살인범의 아들 토모야(나리타 료)다. 그런데 하루오는 사망 전 코무기에게 남긴 편지에 수상한 문장을 적어놓았다. 만일 내가 죽었다면 진범은 토모야가 아니며, 누명을 쓴 토모야를 위해 변호사 요시테루(마쓰야마 겐이치)를 선임하라고.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는 일본 웹코믹 플랫폼 <코믹 데이즈>에 연재 중인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영상으로 재탄생한 <누가 공작의 춤을 보았나?>는 만화의 속성을 작품의 구성에 최대한 반영한다. 흥겨운 음악을 깔아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하거나, 만화의 그림체를 그대로 살린 듯한 외양의 캐릭터를 다수 등장시키는 식이다. 프로덕션디자인에도 주목할 것을 권한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공간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정재현

<나이트비치>

디즈니+ / 연출 마리엘 헬러 / 출연 에이미 애덤스, 스콧 맥네이리, 제시카 하퍼 / 공개 1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속박과 해방의 적절한 밸런스

한때 여자(에이미 애덤스)는 설치미술가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여자가 두살배기 아기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술관 대신 놀이방에 가고 작업 대신 육아에 전념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자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된다. 여느 때처럼 감정 제어가 안되던 어느 날 밤, 등허리쪽에서 긴 털이 자라나는 걸 시작으로 개로 변한다. 유명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이트비치>는 억눌린 여자의 감정을 신체적 변화로 표현하는 페미니즘 우화다. 손으로 땅을 세차게 파고 음식을 마구 먹으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여자는 동물처럼 때론 자기 아이처럼 욕구를 발산하며 해방된 존재로 거듭난다. 여기서 에이미 애덤스의 속박과 자유를 능란하게 오가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환상적인 쇼에서 그치지 않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현실로 돌아와 여성에게만 집중된 육아와 가사 노동 문제를 차근히 짚어가며 도달해야 하는 가족 모델을 제시한다. /이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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