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즈니+는 영상산업 전반과 대중의 기대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작품을 한가득 싣고 출항한다. 돛의 방향도 명확하다. 캐릭터를 선명하게 채색해내는 배우, 제작진과 함께 프리미엄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것. 텐트폴 작품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저변을 넓힐 준비를 마쳤다. 김희원·허명행 감독과 정서경 작가, 배우 전지현·강동원의 만남으로 시리즈 산업의 관심을 독차지한 <북극성>, 배우 설경구와 박은빈의 열연 대전이 예견되는 디즈니+ 최초 메디컬 스릴러 <하이퍼나이프>, 그간 상위 계층의 얼굴을 주로 그려온 배우 김수현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짝퉁 시장 점령기 <넉오프>, 추창민 감독의 디즈니+ 최초 사극 <탁류> 등까지. 디즈니+의 새로운 개척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체 지도를 손에 쥔 최연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컬콘텐츠 총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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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곳간이 풍성하다. 공개를 앞둔 디즈니+ 작품이 무척 많은데 2025년 콘텐츠 기획 전략은 무엇인가.
이번 연도 작품들은 장르와 스토리의 다양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장르에 도전하고, 신선하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대중에게 친숙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텐트폴 작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르, 시대 배경, 스케일 등 전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했다.
- 2024년 12월4일 <조명가게>가 공개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특수한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명가게>는 온오프라인의 관심을 얻으며 화제성을 이끌어냈다. 내부적으로 <조명가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디즈니+ 내부에서도 우려가 컸다. 여러 이유로 작품이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조명가게>가 흔들리지 않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주었다. 작품으로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울림을 줄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작품 중심에 사람과 사랑, 희생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연말에 잘 어울리고 시의성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수치가 성과를 보여준다. <조명가게> 공개 후 12일 기준으로,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고 디즈니+ 론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 2021년 디즈니+를 론칭하고 지나온 시간을 자체 평가해본다면.
이제 만 3년을 지나는 시점이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 그래도 디즈니+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면서 고유한 색깔을 찾아나가는 듯하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무빙>처럼 전세계가 열광한 작품을 낼 수 있었던 게 정말 대단하다. 지난해에도 고군분투하며 많은 작품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2024년 초 공개한 <킬러들의 쇼핑몰>은 당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오리지널 시리즈로 꼽히고 <뉴욕타임스> ‘베스트 TV쇼 2024’에서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에 선정되었다. 여름시장을 채운 <폭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기록하고, 아이돌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과 정국의 여행기를 담은 <이게 맞아?!> 역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비드라마로 등극했다. 이 성과는 고유의 IP를 발굴하고 모험을 감행하는 디즈니+의 장점 덕분에 이룰 수 있던 것들이다. 올해에도 IP 전쟁터에서 든든한 무기를 준비하고자 한다.
- <씨네21> 기자 및 평론가들이 투표한 ‘2024 시리즈 베스트’ 설문에서 2025년 가장 기대하는 작품으로 디즈니+의 <북극성>이 뽑혔다. 김희원·허명행 감독의 연출, 정서경 작가의 스토리, 배우 전지현·강동원의 연기가 한 작품으로 만난다. 현재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면.
<북극성>은 지난 연말에 마무리하고 한창 후반작업 중이다. 제작진, 감독, 작가, 배우 등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였다. 현장에 가면 나 역시 신기하다. (웃음) 특히 그동안 스크린을 무대 삼아온 강동원 배우가 2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작품이어서 대중의 관심이 더더욱 체감된다. 현장 편집본을 살짝 봤는데 첩보물이나 로맨스물로서 많은 사람들이 <북극성>에 기대하는 부분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북극성>은 올해 하반기에 공개 예정이다.
- 올해엔 배우들의 새로운 면을 부각한 작품도 많다. 1월에 공개한 <트리거>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정성일 배우의 코미디가, <하이퍼나이프>에서는 선한 얼굴이 익숙한 박은빈 배우의 광기가, <넉오프>에서는 짝퉁 시장과 배우 김수현이라는 신선한 키워드 조합까지 나온다. 디즈니+의 도전이 하나의 경향처럼 보인다.
익숙한 캐릭터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놓였을 때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진다. 다만 탄탄한 스토리가 먼저 있기 때문에 배우들도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디즈니+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 중 하나는 단연 엔터테인먼트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 모험을 해보고 싶다.
- 디즈니+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연간 4~6개의 스케일 있는 텐트폴 작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규모를 가진 콘텐츠와 스토리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꾸준히, 일관되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텐트폴의 경우 작품 규모에 걸맞은 이야기인지, 스토리텔링이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주요하게 보고 그 뒤에 이를 이끌어갈 감독, 배우, 제작진을 기준 삼는다. 그렇다고 안정성을 보장한 인지도만 보는 건 아니다. 실험적인 스토리와 자유로운 연출이 돋보이는 신진 감독, 작가, 배우도 디즈니+의 풀을 넓혀줄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도 작품간의 균형을 생각하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가끔은 이 과정이 부루마블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웃음) 여기선 건물을 짓고 저기선 오피스를 두고. 숲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 최근 OTT 시장 전반에 제작 단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제기됐다. 대규모 텐트폴을 전면에 내세우는 디즈니+ 또한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제작비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너무 다행인 건 산업 전반이 이 문제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OTT 산업군에서 모두가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현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디즈니+를 포함해 다른 OTT 플랫폼, 제작사, 투자사가 문제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보완점과 대안을 차근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최연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컬콘텐츠 총괄이 뽑은 2025년 기대작
<다 이루어질지니>
감독 이병헌 / 출연 김우빈, 수지 / 플랫폼 넷플릭스
“김우빈, 수지 배우의 <다 이루어질지니>가 가장 기대된다. 제작 과정부터 많은 분들이 공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판타지물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