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 TVIEW] 모텔 캘리포니아
2025-02-07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작은 시골 마을 하나읍에 있는 ‘모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강희(이세영). 강희에게 고향은 그리 따뜻한 공간은 아니었다. 툭하면 “모텔 집 애가 뭘 보고 자랐겠어. 살림집도 없이 모텔 방에서 먹고 잤는데.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한 거야”라는 등의 적대적 평가를 받아야 했고, 어머니가 혼혈이라는 이유로 ‘튀기’라고 놀림받으며 자랐다. 마을 사람들은 강희가 어딜 가든 수군댔고 사소한 일도 가십거리로 삼았다. 결국 강희는 스무살이 되던 날 서울로 떠난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 ‘전문대 출신’이라는 낙인이 그의 열정과 실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곤 했다. 고생 끝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 강희는 ‘모텔 리모델링’ 프로젝트 때문에 12년 만에 하나읍으로 돌아와 첫사랑 천연수(나인우)와 재회한다. MBC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는 강희와 연수가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첫사랑 리모델링’ 과정을 달달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읍’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모텔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을 향한 부당한 말들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강희가 당해야 했던 모욕은 혈통과 ‘정상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 바깥의 존재들에게는 배타적인 한국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간 미디어에서 고향 혹은 시골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공동체적 공간으로 그려져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런 곳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걸 정확하게 보여준다. 다행히도 강희는 자신을 사랑하는 연수와 ‘깡패(깡희 패밀리)’로 불리던 친구들과 함께 그런 시선을 주체적으로 극복해간다. 리모델링되어야 할 것은 단지 낡은 모텔만이 아니다.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시선, 그런 시선에 존엄을 훼손당했던 강희의 인생이다.

check point

최근 지방 소도시에 있는 오래된 모텔을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는 이런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것이다. ‘리모델링’이라는 행위가 인물들의 서사를 은유하는 데 쓰이니 그 의미가 더 짙어졌다. 슬기로운 단어 활용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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