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브랜드 인게이지먼트의 시대, 김유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본부장
2025-02-07
글 : 이우빈
사진 : 백종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남한으로 끝없이 달리던 <탈주>의 규남(이제훈)처럼 계속하여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봄> <범죄도시4>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탈주> <대도시의 사랑법> <리볼버> <청설> 등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고루 받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가속도는 올해에도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 개봉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시작으로 정통 멜로 <파반느>, 하드보일드 액션 <열대야> 등 다양한 중급 영화와 대규모 영화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으론 달리기의 방향성을 해외시장으로 삼아 새로운 방식의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도 있다. 이 탄력적인 행보의 중심엔 김유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본부장이 있다.

- 2024년을 돌아보면 연초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탈주> 등의 작품도 좋은 호응을 이끌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를 자평한다면.

정말 열심히 달린 한해였다. 극장 개봉작뿐 아니라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 등 9편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신진 창작자들의 균형, 장르적 균형, 회사 내부 차원에서도 사업 부문과 콘텐트 부문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 등 전반적인 균형감을 가장 중시했다.

- ‘균형감’이라는 말은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극장가의 배급 시기, 콘텐츠의 장르적 유행 등에 많은 변수가 있는 탓에 포용적인 전략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관객의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일전의 흥행 공식이 전부 깨진 상황이다 보니 지난해가 다양한 시도를 점쳐보는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예를 들어 <크로스>는 원래부터 명절용 가족영화로 오랫동안 기획하고 제작했던 작품인데, 전략을 유동적으로 바꿔서 넷플릭스에 공개했고 내외부에서 좋은 반응을 거뒀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극장업인 메가박스와 한 지붕 아래 있으니 기본적으로 극장에걸리는 영화를 지향한다. 우리로선 꽤 큰 결단이었다.

- 최근 영화계의 중론은 2025년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작품 수와 라인업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극장 업계가 침체일로인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제작·배급에 힘쓰는 이유는.

시장이 변해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반응이 좋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내보내보자는 공감대가 있다. 또 최근 영화·콘텐츠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브랜드 인게이지먼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수용자의 기대치와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근본적으로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내놓는 작품은 괜찮을 것이다. 믿고 볼만하다’라는 인식을 공고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결과만 보기보단 장기적인 그림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 셈이다.

- 콘텐츠 수용자들의 높아진 눈을 충족시키기 위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전반적인 방향성, 목표치가 있다면.

이를테면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잘 만들었다든지 시의적으로 주제를 잘 선택했다는 식의 방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특정한 기준 하나만을 가지고 결과물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떤 영화는 기획적으로 영상미가 확실히 드러나야 하고, 어떤 영화는 투자할 때부터 설정했던 특정 목표만 달성해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을 무조건 웃게 만들겠다!’라는 목표가 있었다면 관객이 적게 들거나 다른 부분이 다소 어설퍼도 내부적으론 좋은 반응을 모으려고 하는 편이다.

- 지난해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작품 홍보·마케팅 방식이 두드러졌다. <서울의 봄>의 심박수 챌린지 등을 통해 역사물에 쉬이 접근하지 않을 것 같던 10, 20대를 끌어모으는 변수를 보였다.

사실 <서울의 봄>은 개봉 전부터 10, 20대 관객층을 타깃으로 삼은 영화였다. 내부 시사를 하다 보니 중장년층은 이미 아는 얘기라는 반응이 많았고, 오히려 젊은 층이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보듯이 집중해서 보는 거다. 그래서 내부 모니터링을 몇번 더 거치며 젊은 층을 공략해야겠단 판단이 들었던 사례다. 또 10, 20대가 좋은 흐름을 만들어준 작품은 <탈주>였다. SNS상에서의 호평과 상승세를 타면서 관객수 드롭 없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번 인터뷰 땐 이런 상황일수록 영화업계가 성장과 경쟁이 아닌 공생을 고민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있을까.

결국엔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이제 또 신년 인사 겸 타사 관계자 분들에게 인사도 가겠지만. (웃음) 이제는 시장에서 투자, 배급, 제작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쇼박스가 제작했지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경우가 있고, 실제로도 다른 회사에서 이런 방식의 협업을 많이 제안하고 있다. 이후의 10, 20년을 보고 후배들을 이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 2025년 라인업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중점으로 둔 방향성이 있다면.

‘다양성’인 것 같다. 하나하나 모아놓고 보니 정말 여러 결정을 했더라. <백수아파트> 같은 저예산 작품부터 중간급 예산의 <파반느>, 대규모 작품인 <야당> <열대야> 등이 포진해 있다. 다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라 자신은 있다. 어쨌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큰 목표는 영화라는 매체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작품들, 관객들이 지닌 시네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 올해 라인업엔 없지만 준비 중인 작품들의 현황도 궁금하다. 기대받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나 마동석 배우가 100% 영어 대사로 제작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돼지골>, 전종서와 한소희 배우가 투톱으로 나서는 <프로젝트 Y>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해서 김한민 감독의 <칼-고두막한의 검>을 준비하고 있고, <야차>를 연출했던 나현 감독의 <프리즌 셧다운> 제작을 올해에 시작하려고도 한다. 기존에 한국영화를 만들었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전반적인 기조를 유지하되 동시에 북미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더 손을 뻗치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올해부터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제작을 맡는 경우도 많아질 예정이다. 앞서 말한 대로 투자배급사의 역할이 이전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에 크게는 종합 스튜디오의 역할을 지향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갈 것 같다.

- 북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있는지.

특정한 슈퍼스타 감독 한두명이 뭔가를 만드는 방향성보단, 한국 영화시장에 충분히 포진해 있는 유능한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 연출 직군뿐 아니라 프로듀서, 기획자, 배우,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와의 협업을 마냥 해외에 맡겨놓으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작품에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는 국내이든 해외이든 똑같다고 느낀다. 우리 콘텐트 본부에도 기본적인 투자·기획·제작을 맡는 팀을 비롯해 글로벌 콘텐트 팀을 따로 꾸려서 해외 사업에 연관된 공동 제작, 세일즈, 수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와이드 릴리스의 기반을 닦고, 수입한 작품을 리메이크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도모하고 있다.

김유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본부장이 뽑은 2025년 기대작

“특정한 작품 하나를 뽑기가 너무 어렵다. 사실 지금 시장에선 제작에 들어가기만 해도 축하와 박수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것 하나 애정이 가지 않는 작품이 없다. (웃음) 그래서 지금 만들어지고 개봉할 모든 한국영화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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