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티빙다운’ 콘텐츠로 글로벌 진출을 꾀한다, 민선홍 티빙 콘텐츠 총괄(CCO)
2025-02-07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민선홍 티빙 콘텐츠 총괄(CCO)은 SBS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를 거쳐 2024년 3월부터 티빙의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해 오리지널 시리즈와 예능프로그램 외에도 KBO 독점 중계권을 통해 스포츠 팬들을 구독자로 끌어들였다. 민선홍 콘텐츠 총괄은 신설된 “‘쇼츠’ 섹션을 통해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다각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중장기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 티빙에 적을 둔 지 근 1년이 되어간다. 현재까지의 소회를 먼저 이야기해준다면.

힘들지만 재밌다. (웃음) 마침 티빙에서 콘텐츠 투자를 계속 늘리는 시기에 내가 오게 돼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볼 수 있는 게 많아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

- 2024년 티빙의 성과에 관해 내부에선 어떤 평가가 오갔는지 궁금하다.

티빙에서 볼 게 많은, 티빙다운 콘텐츠가 많이 자리 잡은 해였다고 생각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 <운수 오진 날> <피라미드 게임> <좋거나 나쁜 동재> <우씨왕후> 등 오리지널 시리즈와 예능 중에선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 그 밖에 KBO 독점 중계와 더불어 발빠르게 내놓은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와 같은 야구 예능프로그램도 반응이 좋았다. 결과적으로 적자폭을 많이 줄인 점이 고무적이다.

- 올해 OTT 시장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전체적인 OTT 시장의 성장세는 2년 전부터 주춤하긴 했지만 해외 OTT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디바이스로, 원하는 콘텐츠를 본다’는 OTT 플랫폼의 편의성을 이제 사람들이 포기하기 어려워졌다. 성장세가 누그러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OTT를 구독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내가 티빙으로 온 이유이기도 하다.

- 티빙의 2025년 전략에 관해서도 설명해준다면.

빠르고 안정적으로 국내 OTT 플랫폼 2위 자리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빅테크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지표 고도화다. 과거에는 OTT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구독 기여’의 측면에서만 판단했다. 지지난해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오신 뒤로부터 콘텐츠 지표를 고도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독 기여 외에도 사람들이 구독을 유지하게 만드는 ‘리텐션 기여’,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완주율’, 그 밖에 완주자 수, 요금제별 구독자 선호 콘텐츠 등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제작진끼리 이건 잘될 거라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상 성과 및 필요 요소를 예측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전략과 방향성을 잡아나가려 한다.

- 올해 콘텐츠 투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 밝힌 바 있다. 신작 기획개발·투자 면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중장기적인 콘텐츠 전략의 방향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이다. 그러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한국적인 이야기를 찾는 게 급선무다. 내부에선 2026년 콘텐츠를 준비 중인데 타깃으로 삼은 해외시장에서 반응이 올 만한 콘텐츠를 기획 단계부터 제작 확정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분석 중이다. 그 과정에서 중소 제작사, 신인 감독·작가·배우와 함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스타 배우·제작진이 필요한 콘텐츠도 분명 있지만 그런 작품만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좋은 신진 세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신인 감독·배우·작가를 적극 기용한 <피라미드 게임>이 좋은 성과를 얻었고, 밝힐 순 없지만 2026년 이후 공개 예정작 중에도 신인들과 협업한 작품들이 있다.

- ‘티빙다운 콘텐츠’에 관해서도 좀더 설명해준다면.

기본적으로 2030여성이 타깃이라 해당 시청층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잘 자리 잡아야 한다.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환승연애> 등의 IP가 티빙의 코어 타깃이 만족도를 보인 콘텐츠다. 지난해 KBO 독점 중계를 통해 4050남성 또한 주요 시청층으로 끌어들였다. 요컨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그런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구독하는 플랫폼이 티빙이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는 글로벌 관객까지 포괄 가능한 한국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

- 모두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자체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동안의 데이터와 신규 투자·제작에 들어가는 작품을 토대로 봤을 때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한국적인 작품은 무엇인가.

간혹 해외에서 잘된 콘텐츠를 레퍼런스 삼아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잘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결국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티빙 콘텐츠로 예를 들면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피라미드 게임> <이재, 곧 죽습니다>, <우씨왕후> 등이 포함될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잘 만들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모든 시청자가 재밌어하도록 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 티빙에서 사극과 학원물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까.

그렇다. 특히 사극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꾸준히 오고, 확실한 팬덤을 보유해서 잘되면 큰 반향을 일으키는 장르다. 다만 어떤 사극이 잘되느냐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퓨전 사극이 잘될 때도 있고 정통 사극이 잘될 때도 있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작품이 좋으면 다 본다. 그래서 같은 사극 안에서도 좋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예정된 티빙 라인업 중 주목해야 할 작품을 소개한다면.

황민현 주연의 학원물인 <스터디그룹>과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이 1월에 공개된 큰 기대작이다. 이후로 <춘화연애담>과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를 풍자한 <러닝메이트>, 이응복 감독이 티빙에서 처음 내놓는 작품인 <친애하는 X>,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올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3월에는 KBO 개막이 기다리고 있다.

- 티빙 앱 내에 ‘쇼츠’가 신설된 지 한달가량 지났는데 콘텐츠 시청자 수·신규 유입자 증가 등 유의미한 반응이 있나. 숏폼 시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테스트 기간을 석달로 보고 있어 아직 데이터화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다행히 쇼츠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쇼츠를 시작한 이유는 쇼츠 사용량도 중요하지만, 이 쇼츠를 통해 본래의 티빙 콘텐츠를 보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존 가입자 또한 쇼츠를 보며 새로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중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도 공개 예정이며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서비스도 론칭하려 준비 중이다.

- Apple TV+ 콘텐츠를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기본적으로 구독자들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차차 Apple TV+와 콘텐츠 동시 공개도 계획하고 있다. Apple TV+ 콘텐츠는 티빙의 프리미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퀄리티가 좋다보니 TV와 같은 큰 스크린으로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신규 유입도 중요하지만 구독을 유지하는 리텐션 효과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티빙 앱을 통해 자사 콘텐츠를 다양한 디바이스도 시청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민선홍 티빙 콘텐츠 총괄(CCO)이 뽑은 2025년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3

감독 황동혁 / 출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 플랫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감독 김원석 / 출연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 플랫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당일에 정주행했다. 다음 이야기의 빌드업으로 배치된 부분들이 있어 시즌3를 무척 기다리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호텔 델루나> 이후 6년 만에 시리즈물에 복귀하는 배우 아이유의 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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