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컨셉으로,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2025-02-07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2024년 NEW는 <핸섬가이즈> <히든페이스> 등 장르적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로 틈새를 공략했다. <핸섬가이즈>는 입소문과 함께 장기 흥행하는 양상을, <히든페이스>는 원작을 뛰어넘는 재해석으로 20대 여성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2025년에는 설 연휴 극장가로 나서는 <검은 수녀들>, 웹툰 원작으로 배우 조정석이 장기를 자랑한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구병모 작가 원작의 킬러영화 <파과> 등을 선보이며 장르적 차별화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는 “단 한 가지라도 확실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가 선택받는다는 점이 더욱 자명해졌다”고 말한다.

- 지난해 <핸섬가이즈>와 <히든페이스>로 파악한 새로운 시장 트렌드가 있다면.

<핸섬가이즈>는 첫 론칭 단계에서 마니악한 지점이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았고, 그냥 호가 아니라 극호를 보여준 분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신선한 장르와 컨셉을 관객은 오히려 반긴다.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히든페이스>는 에로틱 스릴러 장르가 지금의 20대 여성 관객들에게 새롭게 읽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한때 유행했던 <원초적 본능>이나 폴 버호벤의 에로틱 스릴러를 본 적 없는 지금의 20대 관객에겐 신선한 장르일 수 있고 여기에 여성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부각된 점에 적극적인 관객 반응도 관찰할 수 있었다.

- 상대적으로 성적이 아쉬운 작품들을 내부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설계자>나 <행복의 나라>는 열심히 했지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행복의 나라>의 경우 실존 인물을 다루는 드라마였기에 진정성 있는 드라마에 집중했는데 다소 무겁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NEW의 새해 첫 신작 <검은 수녀들>이 설 연휴 개봉(1월24일 개봉)한다. <검은 사제들>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이전의 남성 듀오를 여성 듀오로 치환한 작품인데 어떤 강점을 보았나.

기본적으로는 <검은 사제들>이라는 검증된 IP와 장르성이 강점이다. 부마자 소년을 구하기 위해 두 수녀가 금지된 의식에 도전한다는 스토리라인이 전작의 장점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롭다고 느꼈다. 영화사 집의 제작력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투자를 검토할 때는 이미 송혜교 배우가 캐스팅된 상태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 올해 예정된 나머지 주요 라인업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과 <파과>는 휴먼 코미디와 누아르 액션으로 제각기 장르적 색채가 뚜렷하다.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은 말 그대로 좀비가 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복합 장르의 매력이 있다. 가족, 휴먼, 좀비, 코미디 등등. 원작 IP의 인기가 높고 웃음과 감동이 있는 코믹 재난 휴먼물이라 기대를 걸고 있다. <파과>는 장년 여성의 액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한 데다 이혜영 배우의 활약을 특히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 한국영화는 이렇게 세편으로 확정인가.

3편 혹은 4편 정도 생각하고 있다.

- 2023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지난해 <서브스턴스> 등 NEW는 배급 대행작으로 의외의 한방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과감한 취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메인 투자작으로 애니메이션에 접근할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NEW는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큰 회사다. 단순 배급뿐 아니라 부분 투자도 해왔다. 다만 한다면 정말 제대로 할리우드 가족영화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과거부터 종종 해왔다. 적당한 20억원 규모가 아니라 최소 수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가야 그림이나 이야기 면에서도 확장성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당장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기는 조금 어려운 시기다. 일단 올해는 <미스터 로봇>과 <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 두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을 배급할 계획이다. <서브스턴스>나 <핸섬가이즈> 같은 영화들은 다함께 회의하면서 특히 젊은 직원들의 취향과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웃음)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했다. 특히 성수기, 비수기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NEW는 어떤 배급 전략을 구상하고 있나.

아직도 텐트폴 영화는 관객이 많이 드는 성수기에 개봉해야 된다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지만, 작품만 좋으면 시기와 상관없이 천만이 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들이 있지 않나. 다만 시장이 원활하지 않을수록 대형 영화를 피해서 나머지 영화들이 동시기에 몰리는 현상이 생긴다. 다들 피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그런 풍경이 반복되기도 하고. 콘텐츠의 힘이 먼저라는 전제하에 지금의 배급 전략은 입소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공략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가 굉장히 좋은데 외피가 작아 보일 때는, 개봉 후 뒤쪽에 좀더 시간을 줄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가를 1차적으로 고민한다.

- 투자배급사들의 라인업 편수가 줄어들고 신규 투자에 신중한 기조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준과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나.

하나라도 어떤 코드가 신선해야 한다. 내러티브든, 장르든, 톤 앤드 매너든 한 가지는 컨셉추얼해야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기조로 작품을 찾는다. 투자사들도 이전보다 선택에 있어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작품 자체의 힘을 믿고 과감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극장용 영화를 할 때는 ‘이 콘텐츠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 따른다. 과거엔 이야기 자체가 재밌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시나리오가 재미있더라도 요즘 어느 플랫폼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초까지 신규 투자가 결정된 작품이 있을까.

현재 촬영 중인 <휴민트>가 있는데 지난해 초부터 굴려가고 있는 작품이고, 하반기 이후 신규 투자가 확정된 작품은 아직 없다. 다만 최근 디테일하게 검토 중인 몇 작품이 있어서 곧 한두 작품을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 2025년 영화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해보다 올해 작품 수가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 다만 지난해까지 팬데믹으로 묵혀두었던 작품들이 대다수 개봉하고, 이후 신규로 제작된 작품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엣지 있는 작품들이 나와주는 상황이다. 개봉 편수가 살짝 줄어든다고 해서 연간 관객수가 더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갈 것 같고 지금부터 어떤 작품이 새로 제작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가 뽑은 2025년 기대작

<야당>

감독 황병국 / 출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마약 범죄 수사물로서의 장르적인 재미가 기대된다. 재미있다는 소문을 살짝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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