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 <퇴마록> 세계관을 마음껏 즐길 방안은 단연 원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섬세하게 기술되는 소설의 특성과 달리 생략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애니메이션 버전을 유연 하게 이해하기 위해 짧은 안내서를 준비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두 주축으로 건설된 <퇴마록> 세계관을 즐겁게 탐험하길.
1. 숲을 헤매던 현암은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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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기계체조로 신체를 단련해온 현암은 오랫동안 기공을 연마했다. 비밀리에 전해 지던 태극기공의 비급을 훔쳐 수련을 시작했지만 잘못된 수련 방식으로 전신이 마비되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빈 거사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스승의 도움으로 새로운 무예까지 배운 행운도 잠시, 스승이 떠난 후 무리한 수련으로 온몸의 혈도가 뒤틀려버린다. 그때 그의 곁을 지나간 두 번째 생명의 은인이 바로 도혜스님이다. 애니메이션 <퇴마록>에서 현암이 사찰에 도착하자마자 “도혜 스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전하는 이유 또한 여기서 비롯한다.
2. 왜 해동밀교엔 각기 다른 종교인이 섞여 있는가
소설 속 해동밀교는 “중국이나 일본의 밀교와 달리 가야 시대에 바로 인도에서 유입된 후 비밀리에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비밀 종교”라고 묘사돼 있다. 삼국에서 대승불교가 정식으로 자리하기 전부터 계승되어온 만큼 독특 하고 신기한 체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영적 능력이 비범한 것으로 유명한데, 현암이 처음 해동밀교를 찾은 것 또한 이들을 통해 자신의 비틀린 혈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 소복을 입은 중년 여성, 외국인 승려, 머리가 하얗게 센 도인 등 다섯 호법이 서로 다른 종교의 모습을 띠는 것은 해동밀교 자체가 사람을 돕는다는 기본 이념 외에 교단 체제가 없어 다른 종교에 관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동밀교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특유의 기술을 전수받고 그들을 호법으로 삼는” 전통이 있다.
3. 서 교주와 다섯 호법이 본예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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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밀교에는 19대 교주가 풀이한 예언서가 내려오고 있다. 이름하여 <해동감결>. 고대에 쓰인 옛 문서를 교주가 부분적으로 해독한 것이 다. 이 책에는 요즘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혼란 해진 세상을 바로잡는 네명의 큰 손님이 찾아올 거라는 예언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구절은 이것이다. “삼백이 반으로 나뉘어 다섯이 모자랄 때 절의 주춧돌이 지붕으로 올라가리라.” 삼백이 반으로 나뉜 뒤(150), 다섯이 모자란 것은 바로 145. 145대 교주인 서 교주는 임기 내에 예언을 달성하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힘을 끌어내려 인신 공양을 비롯한 각종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4. 서 교주가 뒤뜰에 감춘 것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 <퇴마록>에서 서 교주는 서울을 막 다녀온 장 호법을 뒤뜰로 불러 어둠을 보게 한다. 인신 공양의 진실로 겁박하는 은유가 담긴 장면이다. 서 교주의 제물이 된 희생자들은 아마도 소설 속에서 서 교주의 요구에 따라 벌벌 떨며 송아지를 직접 죽여야 했던 (그리하여 제물로 올려야 했던) 연약한 마음씨의 호법들로 보인다. 영화 초반부, 제단 앞에 선 서 교주를 다시 한번 눈여겨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