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넷플릭스 / 연출 앤서니 루소, 조 루소 / 출연 크리스 프랫, 밀리 보비 브라운, 키 호이 콴, 우디 노먼 / 공개 3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 차가운 기술 시대의 인간애
1990년대 초, 사람들에게 봉사하던 로봇들이 자유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전쟁이 일어난다. 기계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패색이 짙어가던 중, 의식을 로봇에 연결해 조종할 수 있는 뉴로캐스터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쟁은 로봇의 패배로 끝난다. 이후 모든 로봇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라 불리는 추방 구역으로 쫓겨난다. 그 후 1994년, 가족을 모두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미셸(밀리 보비 브라운)에게 노란색 둥근 얼굴의 코즈모 로봇이 찾아온다. 남동생 크리스토퍼(우디 노먼)가 좋아하던 코즈모 로봇이 자신을 해치려 하지 않는 것을 본 미셸은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로봇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수상한 밀수업자 키츠(크리스 프랫)와 그의 기계 조수 허먼(앤서니 매키)의 트럭에 몰래 숨어들었던 미셸과 코즈모 로봇은 그들과 동행하며 동생을 둘러싼 비밀에 조금씩 다가선다. 앤서니 루소와 조 루소 형제의 신작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1990년대 대체 역사적 배경을 가진 SF다. 시몬 스톨렌하그가 쓴 동명의 그래픽노블에서 미묘하게 전달되었던 디스토피아적 스산함이 사라진 대신 기계화 시대의 인간애와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어드벤처물로 다시 태어난다. 9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가 선사한 정겨운 SF 가족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원작의 심오한 설정을 밋밋하게 변형해 전부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기묘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밀리 보비 브라운이 고아 소녀 미셸 역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쥬라기 월드>의 크리스 프랫이 키츠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키츠와 로봇 조수 허먼 사이의 애드리브 연기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작은 재미를 더한다. /유선아 영화평론가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 16부작 / 연출 김원석 / 출연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 공개 3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제주 바람 아래에서 우리 다 풍운아였다
1960년대 제주. 해녀 광례(염혜란)의 딸 애순(아이유/문소리)은 시 쓰기를 좋아하는 또릿또릿한 소녀다. 생선가게 아들 관식(박보검/박해준)은 가난과 차별의 시대가 애순을 저밀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엄마의 이른 죽음을 딛고 성장기 내내 서로의 곁을 지켜온 두 사람에게 어느덧 사랑의 감정이 스며든다. 파란만장한 70년 부부 연대기가 그렇게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의 네 계절을 네 파트에 거쳐 전개해나갈 <폭싹 속았수다>는 근현대 제주를 온몸으로 살아낸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곳이 부두든, 시장이든, 유채꽃밭이든, 시대의 숨결이 깃든 공간을 미장센으로 빼곡하게 채워낸 화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십년에 걸친 대서사시의 정서와 결을 단번에 구축하는 염혜란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파친코>에 이어 풍운의 뜻을 품은 여성 서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남지우 객원기자
<데어데블: 본 어게인>

디즈니+ / 9부작 / 연출 저스틴 벤슨, 애런 무어헤드 외 / 출연 찰리 콕스, 빈센트 도노프리오 / 공개 3월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최상급 아닌 요소가 없는 가운데 앞으로의 전개가 관건
시각장애인 변호사 맷 머독(찰리 콕스)은 뉴욕 치안계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절친한 친구인 포기를 잃는다. 1년 후, 히어로 정체성을 멀리한 채 일에만 몰두하던 그는 암흑가의 거물 윌슨 피스크(빈센트 도노프리오), 일명 킹핀이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직접적인 응징이 아닌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신념을 수년간 위협해온 최상급 악인의 재등장에 데어데블은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넷플릭스에서 세 시즌이 방영되었던 <마블 데어데블>이 7년 만에 디즈니+에서 부활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트롱맨’형 정치인이 각광받는 세계적 현상과 공명하는 이번 시즌은 앞서 <로키> 시즌2와 <문나이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연출자 듀오가 메가폰을 잡았다. 맷 머독을 경유한 장애 경험과 초능력이 창의적인 영상 언어로 전개되는 동안 시청자는 이 다크 히어로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그저 몸을 맡기게 된다. /남지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