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광 혹은 아쉬움, 21세기 아카데미 시상식 화제의 순간 ❷
2025-03-14
글 : 정재현
사진 : 조현나

2014 엘런 디제너러스

7년 만에 오스카 호스트를 맡은 엘런 디제너러스는 2014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소셜미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을 찍었다. 디제너러스는 메릴 스트리프가 가진 최다 노미네이션 기록을 ‘최다 리트윗 수’로 다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둘의 셀피에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등 톱스타가 가세했다. 이날 트위터(현재 X)에 올린 셀피는 30분 만에 역대 최고 리트윗을 받은 사진이 됐다. 이 리트윗 수의 아성은 2017년에서야 깨졌다. /정재현

2015 퍼트리샤 아켓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이후드>는 여섯 부문의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퍼트리샤 아켓의 여우조연상만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켓의 수상 소감만은 상의 가치 이상으로 값졌다. 아켓은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성실한 납세자이자 시민이며 아이 어머니인 여성 여러분, 우리는 언제나 다른 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습니다. 이젠 우리가 여성의 임금 평등과 동등한 권리를 미국에서 쟁취해낼 때입니다.” 큰언니 메릴 스트리프가 바로 ‘예!’를 외치며 화답했다. /정재현

2016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돌아보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보다 오스카 수상 타율이 낮은 배우들은 많다. 디캐프리오는 고작(?) 여섯 번째 노미네이션에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의 오스카 도전기는 수많은 관객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겁게 누리도록 만드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였다. 마침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디캐프리오는 무대에 올라 상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각시켰다. /정재현

2017 희대의 아카데미 봉투 게이트

영원한 보니 앤드 클라이드,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작품상 시상자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상이 아닌 여우주연상(<라라랜드>의 에마 스톤) 봉투를 잘못 전달받았고 비티가 봉투를 열고 당황한 사이 더너웨이가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하지만 수상작은 <문라이트>였다. <라라랜드>팀이 한껏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이 진행진은 황급히 무대에 난입해 <문라이트>가 승자라며 결과를 번복했다. <라라랜드>와 <문라이트> 모두에 폐를 끼친 최악의 사건.“의의를 찾자면 오스카의 수상 결과는 발표 직전까지 PwC의 두 회계사만 알고 있다는 문장만 사실로 입증했을 뿐이다.” /정재현

2018 프랜시스 맥도먼드

하비 와인스틴을 비롯한 할리우드 남성 권력자들의 성범죄 고발이 이어졌고, 9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촬영감독(레이철 모리슨)이 촬영상 후보에 지명된 해. <파고>에 이어 21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은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소감 도중 이날 후보에 오른 여성 후보들이 자신과 함께 기립해 갈채를 누리도록 연출했다. 맥도먼드는 3년 후 자신이 제작, 주연한 <노매드랜드>로 세 번째 오스카 주연상을 받는다. 한 영화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가진 최초의 여성배우가 됐다. /정재현

2019 알폰소 쿠아론

알폰소 쿠아론은 이미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감독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2019년 쿠아론은 전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로마>로 감독상과 촬영상까지 거머쥐며 감독상과 촬영상을 동시에 받은 최초의 수상자 기록까지 갖게 되었다. 그가 들어올린 또 하나의 트로피는 <로마>의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이다. /정재현

2020 <기생충>

씨네21 백종헌

<기생충>이 세운 최초의 기록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첫 한국영화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고 그중 미술상, 편집상을 제외한 4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기생충>은 미국의 “로컬 시상식”(봉준호)인 아카데미의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10번째 비영어권 영화이자 최초의 수상작이 되었다. /조현나

2021 윤여정

한국 영화인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배우상 트로피를 손에 쥔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여우조연상을 받은 두 번째 아시아계 배우가 되었다. “사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아요. 오늘 노미네이트된 다섯명 모두 각자 다른 영화의 다른 인물을 연기한 승리자들입니다.”(윤여정) /조현나

2022 윌 스미스

100년에 이르는 아카데미 역사 중 가장 논란이 된 사건이 아닐까.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자였던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건강 문제로 머리를 삭발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에게 “<지. 아이. 제인> 후속작에 출연하려는 거냐”고 농담하자, 남편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친 뒤 “내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며 욕설하는 일이 벌어졌다. 윌 스미스는 당일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곧바로 아카데미측과 동료 배우들에게 사과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아카데미 회원에서 탈퇴했으며 이후 10년간 아카데미상 수상 및 후보 지명은 가능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징계가 내려졌다. /조현나

2023 양자경

양자경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된 순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에블린 역으로 수십개의 세계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양자경은 제95회 아카데미에서도 예외 없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기 바랍니다”라는 소감을 남긴 그는 이번 수상으로 60살에 아시아계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조현나

2024 크리스토퍼 놀런

<오펜하이머>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과 제96회 아카데미에서 나란히 총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그중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촬영상, 편집상 등 7개 부문에서 동일하게 수상했다. 이로써 <오펜하이머>는 BAFTA와 아카데미의 최다 부문 후보이자 최다 부문 수상작이란 기록을 세웠으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역시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현나

2025 숀 베이커

지난 3월2일(현지 시간) 숀 베이커 감독은 무려 4개의 오스카를 안아들었다. <아노라>로 제97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한 것이다. 1954년 월트 디즈니가 아카데미 4관왕을 했고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 역시 4개의 오스카를 거머쥐었지만, 월트 디즈니는 각각 다른 작품으로 네 부문의 수상자가 되었으며 <기생충>의 국제영화상은 국가를 수상자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숀 베이커 감독은 개인으로서 한 작품으로 한해에 4개의 오스카를 거머쥔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조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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