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일본사회를
청춘잔혹이야기
중년 남자의 차를 얻어탄 여학생 마코토가 이 남자로부터 겁탈을 당하려는 찰나 기요시라는 젊은이가 나타나 마코토를 구해준다. 기요시와 마코토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마코토는 집을 나와 기요시와 동거를 시작한다. 돈이 필요한 두 사람은 함께 거리로 나가 마코토가 중년 남자의 차를 얻어타면 뒤이어 기요시가 나타나 남자의 돈을 갈취하는 식의 사기 행각을 벌인다. 쇼치쿠 누벨바그의 만개를 알린 <청춘잔혹이야기>는 당시 유행했던 청춘영화인 ‘태양족 영화’의 틀을 빌려 만든 오시마의 두 번째 영화다. 말 그대로 청춘의 잔혹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다가 오시마는 섹스, 폭력, 범죄와 같은 대중영화적 요소를 이용하면서도 당시 사회에 대해 젊은 세대가 느끼는 지독한 환멸감을 잘 불어넣었다. 꿈이 없어 비참하게 끝나지 않을 거라 소리치는 기요시와 학생운동의 패배로 인해 절망한 그 윗세대 사이의 갈등이 일종의 정치적 사상 투쟁에 근접하게 그려져 있다.
일본의 밤과 안개
구좌파와 신좌파의 일원이었던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 이것은 처음엔 마치 구좌파와 신좌파의 행복한 결합처럼 보이지만 투쟁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두 세대가 의견 차이를 보이며 싸우게 되면서 식장은 돌연 전투장으로 변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알랭 레네의 <밤과 안개>(1955)에 경의를 표하고 있는 영화. <밤과 안개>처럼 <일본의 밤과 안개> 역시 기억에 대한 영화이고, 내레이션이 중시되는 영화이다. 여기서 오시마는 학생운동의 전술적 과오에 대한 논쟁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런 정치적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극도의 롱테이크와 연극적 기법을 적극 활용해 형식의 정치성을 탐구했다는 점에서도 정치영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고 당혹스러워 한 쇼치쿠쪽의 간부들은 일본 사회당 총재 아사누마 이네지로의 피살사건에 이은 사회 분위기를 핑계삼아 개봉 3일 뒤에 종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오시마는 분통해하면서 쇼치쿠스튜디오와 결별한다.
사육
쇼치쿠를 떠난 오시마가 독립제작 양식으로 만든 첫 영화. 1958년에 출판되어 저명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각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여름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 미군 비행기가 추락하고 여기에 탔던 흑인 병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힌다. 마을 사람들의 희생양이 된 병사는 결국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산골 마을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사회구조의 우둔함과 ‘희생자 증후군’에 대해 오시마가 예리한 공격을 퍼붓는 영화. 마을 어른들의 비열한 행위가 아이들의 반응과 대비된다.
윤복이의 일기
오시마는 1964년 <청춘의 비>라는 제목의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찍은 스틸사진들을 가지고 만든 다큐멘터리영화가 <윤복이의 일기>이다. 오시마는 이 스틸사진들의 몽타주로 만들어진 이미지 위에 두 종류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하나는 거리에서 껌과 신문을 파는 어린 소년 이윤복의 일기에서 발췌한 구절들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 아이들의 고단한 삶과 한국 역사와의 관련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시마 자신의 목소리이다. 마치 크리스 마르케의 영화를 연상케도 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오시마는 한국의 고난,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 등을 이야기한다. 오시마가 만든 다른 다큐멘터리들과는 달리 널리 배급된 영화로도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