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3]
2003-02-21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정진환
정리 : 이영진

-제작자가 아니라 군소극장쪽에서 보면 두 회사가 힘을 합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대단하다. CJ와 시네마서비스, 두 회사의 영화를 못 받으면 작은 극장은 바로 문닫을 수도 있는 환경인 것이다. 경쟁할 만한 오리온의 메가박스나 롯데도 선발주자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센 영화를 무기로 경쟁 극장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글쎄. 프로를 안 줘서 극장 죽이는 거? 생각 안 해봤다. 해코지를 그런 식으로 하면 되나. 낯 뜨거운 짓이다. 그냥 무관심하면 되는 거지. 극장 사업이라는게 우리가 프리머스한다고 해서 우리 영화 위주로 개봉하나? 그게 아니다. 손님 드는 영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망하니까. 안 되는 영화를 큰 관에 건다고 해서 손님이 더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래 건다고 해서 관객이 와? <반지의 제왕>처럼 검증이 끝난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진 못한다고. 단관극장들의 경우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백화점이 들어서고, 대형 할인마트가 생기는데 구멍가게가 살아남는다면 그건 다른 의미가 있어서겠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뭔가 해줄 여력은 없다. 제작비 올라서 죽겠는데 마냥 프린트를 구울 수도 없으니까. 실제로 그런 극장에는 다 걸지도 못하는데, 그런 곳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대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극장들의 소유주가 대부분 해당 지역 유지들인데 극장 사업이라는 게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고유사업 개념도 아니다. 물론 소규모 도시인데 옆동네에 계속 극장을 지어대고 그러면 거긴 못 준다고 할 수 있겠지. 멀티플렉스 체인이야 관객이 몰리는데 우리쪽에서 프린트를 안 줄 수가 없다.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연대는 어차피 오래 못 간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조직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진행될 테고 그럴 경우 CJ도 강우석 감독도 쉽게 서로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예를 들어 빅 시즌의 개봉작을 조정하는 문제라든지, CGV에서 시네마서비스 영화를 일찍 내리려 한다든지. 그때마다 반목과 대립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인데 두 회사의 연대가 장기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CJ쪽의 생각을 정확히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영화제작쪽은 우리한테 기대를 걸고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기대보다 실적이 안 좋으면 길게 갈 수 없겠지만. 어쨌든 이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부딪히는 사안이 발생할 텐데 풀어가는 방법도 많지 않을까. 해외배급은 어디가 더 잘한다고 하면 한쪽으로 몰아줄 수도 있을 테고 국내 배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매번 누가 더 잘해왔고, 잘하겠느냐 하는 기준에 따라 진행될 텐데 앞으로 한 3년 동안은 CJ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고 보면 된다. 디즈니와 미라맥스 같은 관계를 맺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합병 수준까지 이야기가 커져 있다면 그때까지 누가 더 잘해왔느냐가 앞으로 누구 위주로 가게 될 것인가를 결정할 테니까. 선점을 위한 내부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벌해질 거다.

-시네마서비스는 아이엠픽쳐스와 청어람의 지분을 갖고 있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힘을 합할 경우, 제2, 제3의 메이저도 시네마서비스 계열 회사로 만들 생각처럼 보인다. 과연 누가 또다른 메이저가 될 것인가? 공생의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CJ하고 딜이 잘될 경우에는 청어람은 독자적으로 가도록 해줘야지. 사실 배급할 영화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서 따로 청어람을 차린 건데 앞으로 그렇게 되면 이젠 별개의 회사로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아이엠픽쳐스, 거긴 일정한 펀드를 가지고서 운용하는 투자사니까 별로 달라질 것은 없고.

-시네마서비스와 CJ는 메이저라고 하지만 메이저로서 발전과정에서 수익구조 창출에만 열성이지 그 밖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네마서비스에 노조가 있는가? 각종 영화 관련 계약서의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스탭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있는가.

=노조가 필요하다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겠지. 띠 두르고 그러는 걸 내가 두려워서 막는 것도 아니다. 임금이나 처우가 불합리하다면 알아서 생기지 않겠나. 계약서는 일괄적으로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다. 능력대로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시장 논리로 풀어야 하는 게 영화계엔 참 많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조수급 스탭들의 경우, <실미도>는 기간별로 갈 생각이다. 불붙어서 두달 안에 다 찍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과 달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까 따로 오버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서 개런티를 따로 빼놓았다. 목숨걸고 찍는 애들한테 5천을 줬다고 해서 다른 이들한테 똑같이 적용할 순 없지 않겠나.

-지금보다 강력한 메이저가 생긴다면 한국영화가 직배사에 대해 그만큼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도 있긴 하다. 이런 입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부율조정 문제나 개런티 억제 효과다. 이런 측면에서 어떤 계획이 있는가.

=전에 강제규 감독한테 농담으로 그런 말 한 적 있다. 유명한 배우 좀 많이 써라. 나도 톱배우들 싹쓸이할 테니까. 대신 돈은 조금만 줘서 본보기 한번 보여주자는 거였다. 지금 멜로영화 한편의 손익분기점이 무려 전국 130만명이다. 배우 개런티를 편당 4억∼5억원씩 불러서다. 이런 상황은 CJ와 시네마서비스가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두 회사에서 못하겠다고 하면 결국 캐스팅이 더 필요하다고 여기는 쪽에서 돈을 왕창 지르곤 했으니까. 또 그저 영화 한편 찍어보겠다는 눈먼 돈 때문에 몸값이 팍팍 뛰는 경우도 많았고. 부율 문제는 납득가는 선에서 조정된다면 반대할 것은 없지만 내가 올리자 말자 이야기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순수한 영화자본으로 제작, 배급, 상영이 이뤄지는 시스템인가. 장기적으로는 CJ와 실질적인 합병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내후년까진 내가 파워1위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10번은 내리 하게 되는 건데. 그 이후에도 내가 계속 해먹어야 한다면 영화판 전체를 봐서도 안 좋다. 플레너스가 그때에도 강우석을 필요로 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나 없어도 굴러가야 한다. 큰 건이야 내가 결정하겠지만, 일일이 모든 영화를 그럴 순 없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나 아프면 어떡할래? 그럼 문 닫을래?, 그런다. 나 대신 그만한 인력들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여러 사람한테 기회를 줘보는 거다. 전에는 내가 15편 다 결정하고 챙기면서 이건 명분으로 가고, 이건 돈벌이로 가고 했다면 앞으로는 한지승이 세개 하고 김미희가 세개 하는 식으로 주주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흥행지분 분배도 다 알아서 하고. 직접 만드는 건 7급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훈수는 1급이 될 수 있다고 옆에서 자꾸 용기를 주는 거다. 사실 좋은 옷 입혀주면 폼난다. 한해 정도는 힘들어질지 모르지만 또 다른 주인들이 나와줘야 할 때다.

-최근 시네마서비스가 독립했던 제작사를 다시 불러들이는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가는 것도 그런 의미인가.

=영화사 차려도 안 되면 다 빚쟁이들이다. 여기저기 개발비도 다 빚이다. 임대료 걱정하면서 먹고살 걱정하지 말고, 고통 느끼지 않게 여기서 다 해줄 테니까 들어오라는 거다. 김상진이도 8개월 해보고 나서는 못해겠다고 그러더라. 내가 끌어들인 게 아니다. 매일 사무실에 묶여 있어야 하니. 내 말이 돈 벌어서 뭘 해보겠다는게 아니라 영화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왜 경상비 걱정하고 있냐 이거라고. 돈 없어지는 거 금방이다. <반칙왕>의 오정완이도 어렵고, 김미희도 벌써 어렵다고 한다. 눈에 안 보이게 부서지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한 2년 정도 히트작 없으면 다 쓰게 된다. 며칠 전에 이은 감독 만나서 이제 돈 떨어지지 했더니 막 웃더라. 알뜰하게 한다고 하는 곳도 경상비 지출하고 그러면 사정이 뻔하다니까. 나도 <투캅스> 1, 2편하고 <마누라 죽이기>까지 3편 내리 하면서 당시 돈으로 100억원 정도 벌었는데 미수금 처리하고 작가 계약하고 뭐 그러다 보니까 수중에 4억원밖에 안 남더라. 강제규한테도 <쉬리>로 번 돈 다 어쨌냐고 했더니 하나도 꼬불친 것 없다고 하더라. 회사라는 게 그렇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언제 코스닥 이야기한 적 있는가. 그건 자연스레 가는 거라고 본다. 상장이니 뭐니 하는 것은 금융 전문가들이 하는 짓이고. 명필름이나 싸이더스나 다른 제작사들 영화 보면 초창기 때보다 임팩트가 없다. 나태했다든가 너무나 많은 사업을 벌여서가 아닐까. 어쨌든 영화라는게 한 분기 죽으면 아무리 메이저라도 휘청한다. 나도 돈벌었을 때 어디 놀러가고 싶고, 영화제도 구경하고 싶고 그랬는데, 그러다 돌아보면 회사가 어느 순간 어려워져 있더라니까. 다 폐단을 경험한 거다. 지금은 뭐라해도 다들 솔직담백하게 영화로 정면승부해야 할 때라고 본다.

CJS를 둘러싼 영화제작, 투자자들의 시선영화의 다양성 훼손 우려

설문 결과

과연 영화계는 CJS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제작, 투자 관계자 20인에게 CJS연합에 관한 7가지 질문을 던져 그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주목할 만한 것은 CJS연합이 전체 한국 영화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보다 많았지만, CJS연합이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의견도 5명이나 나왔다는 점, 가장 염려하는 문제가 강우석 감독의 선구안이 CJ의 라인업에도 영향을 끼쳐 영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다.

설문 응답자는 다음과 같다.김광수(청년필름 대표), 김미희(좋은영화 대표), 김우택(쇼박스 상무), 김승범(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명계남(이스트필름 대표), 박무승(KM컬쳐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오기민(마술피리 대표), 오정완(영화사 봄 대표), 유인택(기획시대 대표), 이승재(LJ필름 대표), 이준익(씨네월드 대표), 장윤현(씨앤필름 대표), 정태원(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조민환(나비픽처스 대표), 조종국(조우필름 대표), 차승재(싸이더스 대표), 최용배(청어람 대표), 최완(아이엠픽처스 대표) 최진화(강제규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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