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2]
2003-02-21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정진환
정리 : 이영진

-시네마서비스 입장에선 CJ의 극장체인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그 목적은 분명하다. 제작, 배급, 상영 3가지 모두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고하게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CJ와 시네마서비스의 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제2, 제3의 회사가 크는 것은 사전에 막겠다는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양립하고 있으면 동양이나 롯데나 시장에서 절대 못 큰다. 오히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몸을 섞은 지금이야말로 또 하나의 메이저 집단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안 돼서 분명 나온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이런 관계가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는 건 쇼박스 같은 곳이다. 충무로에 안티 강우석 세력이 있지 않은가. (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나한테 안 오는 사람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 거기로 몰려간다. 심정적으로 강우석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면 어나더(another) 시네마서비스 하나 더 나오게 돼 있다. 쇼박스가 됐든 어디가 됐든지, 위기감이 그 회사를 더 크게 만든다. 내가 만약 그 입장이었다면 쾌재를 불렀을 거다. 니네 나한테 죽었어. 빨리 섞으라고 난리났을 거다. 나한테 드디어 절호의 찬스가 오는구나 했을 테니까. 두고보면 알겠지만, 건강하게 발전할 거다. 정말.

-2002년 시네마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은 22.44%, CJ는 17.62%. 합하면 40.06%. 한국영화만 따지면 시네마서비스 21.94%, CJ 29.13%, 도합 60.07%이다. 전체 영화시장의 50%를 넘지 않으므로 당장 법의 저촉을 받지 않겠지만 두 회사가 힘을 합한 뒤 독점적 권력을 행사한다면 독점규제에 관한 법에 걸릴 수도 있다. 과거엔 한국영화도 메이저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이제는 독점이 문제인 것이다. 두 회사가 연대하는 것이 미묘한 문제인 만큼 법적 자문을 받았을 텐데, 이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렸나.

=그거야 딜 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니까 딜을 하지 않았겠나. 내가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공정거래를 어기는 독점이라고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가 애매할 거다. 지난해 점유율이 40%라고 하지만, CJ나 우리나 <집으로…>와 <가문의 영광>을 빼면 어느 정도인지 한번 계산해봐라. 두 작품 모두 또 그렇게 돈벌 거라고 기대한 작품도 아니지 않았는가. 코리아픽쳐스도 지지난해에 시장점유율에서 2위를 했지만, <친구>와 <조폭 마누라> 두편 빼면 없었다. 쇼박스도 <이중간첩>이 만약 잘됐더라면 올해 1등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독점이네 아니네 하는 건 이전까지 시네마서비스와 CJ 중 누가 1등이니 2등이니 하고 주위에서 떠들어댔으니까 그런 거다. 사실 결과는 까보기 전에는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편수만 기준으로 말할 수 없는 문제다. 시네마서비스야 적자낸 해가 없었고 다만 몇억이라도 법인세를 내다보니까 다 해먹는다는 악소문이 도는 것이겠지만. 이번 딜은 CJ쪽에 자문 좀 해주고, 대신 돈 때문에 부대끼지 말고 영화 좀 편하게 만들어보자는 것 이상은 아니다.

-1948년 미국은 스튜디오가 극장체인까지 소유하는 수직통합을 금하는 판례를 내렸다. 일본은 도호, 도에이, 쇼치쿠 3대 메이저가 극장체인까지 일괄 독점하는 바람에 영화산업이 활력을 잃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재능있는 인물이 나와도 3대 메이저가 워낙 꽉 잡고 있어서 또 다른 메이저로 발전할 수 없게 막는다는 거다. 영화가 산업으로서 힘을 잃은 일본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보나.

=일본하곤 비교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일본 사람들이야 자기네 것을 다 버리려고 하지 않나. 그들이 찾는 것은 이른바 브랜드다. 영화뿐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명품화된 유럽이나 미국 문화를 선호하고. 애니메이션을 빼면 자기 나라 영화 안 본다는데 그건 민족성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의 경우는 산업적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자금력이나 브랜드로 봐서 앞으로 쇼박스가 잘해줘야 한다. CJ만큼 해야 하는 거지. 여기에다 롯데도 어서 영화제작해야 하고. 튜브 친구들도 빨리 옛날 모습을 되찾아야 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딜이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촉발시킬 거라고 본다. 메이저 회사 3개 정도는 언제나 나와야 하고, 나온다. 서로 경쟁을 해야 하니까.

-일반적으로 제작자들의 관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CJ가 자체 제작 시스템을 계속 가동할 것인지이고 다른 하나는 CJ가 강우석 감독의 선구안을 높이 평가해서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것이라면 투자작 선정에서 강우석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재수의 난>이나 <취화선> 같은 영화도 제작했지만 <눈물>이나 <집으로…>는 거절했던 프로젝트다. 과연 강우석 감독의 선구안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유지할 것인지가 문제다.

=CJ가 어떤 회사인데 다 손놓겠나. 세상에 나한테 다 줄 그런 곳이 어딨겠는가. 실제로 ‘제작관리는 포기해라, 내가 할게’라고 말한 적도 없다. 내가 거기 직원도 아닌데 어떻게 그러나. 만약 여기 버리고 들어가서 연봉받고 일한다고 쳐보자.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했는데 몇번 틀려봐라. 바로 모가지다. 그거 알아맞힐 수 있을 능력이 있다면 <가문의 영광> 지분을 내가 왜 정태원에게 양보했겠나. 안 했지.(웃음) 흥행이란 게 인간의 능력 밖의 일 아닌가. 내가 하는 건 편수가 많을 경우, CJ쪽에서 좀 해달라고 추천을 하는 정도다. 아니면 반대로 그건 정말 아닌데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은 할 수 있겠지. 그래도 CJ쪽에서 가겠다고 하면 라인업에 포함되는 거다. CJ쪽에서 지금 내게 부탁한 것도 유능한 프로듀서를 구체적으로 추천해달라는 주문선이다.

-CJ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일부 제작사들의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싸이더스, 명필름, 튜브 그런 회사들이 전엔 CJ와 같이 했었는데 이젠 어떡하냐고? 강우석이 중간에서 어딜 까내고 누굴 걷어내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난 오히려 명필름이 CJ와 안 하겠다고 하면서 딴 데 가면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다. (웃음) 영화사 봄도 <스캔들>에 CJ가 투자 안 한다고 말 바꿀까봐 서둘렀던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반대를 하나. 예전에 제작사할 때 같이 경쟁하는 경우라면 사촌이 땅을 사서 배 아프다고 누굴 찍어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뭘 얻겠나. 그쪽에 이런 걸 물어보고 싶다.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한다지만 이젠 <접속> 같은 영화들을 만들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다 기우다. 나라도 좋은 시나리오 보면 뛰어간다. 앞으로 더 호의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들이 느끼기에 CJ의 태도가 달라졌다면 그건 누가 어떻게 한 것이 아니라 CJ 스스로 느낀 거다. 요즘 나 보면 그런다. 앞으론 시나리오 검토하겠다고 그러더라. 지금까진 다들 안 된다고 그러는데도 사람이 귀해서 그냥 따라간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대부분의 제작자는 강우석 감독이 어느 정도 구색맞추기는 하겠지만 작품의 주류가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비주류영화일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저예산영화나 예술영화, 작가영화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어서 어떠한 계획이 있는가.

=예를 들어 시네마서비스에 한지승이를 불러앉혔다고 생각해보자. 매번 <고스트 맘마>나 <찜> 같은 영화만 만들 것 같나. 상업영화 하다보면 이창동 콤플렉스, 홍상수 콤플렉스 그런 게 있다. 그런 게 생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영화에 손이 가게 된다. 안 그랬다면 내가 임권택 감독님한테 <취화선> 저와 하십시다고 안 했겠지. 돈은 다른 걸로 벌고, 이건 명분이 있으니까 가자고 했던 거다. <이재수의 난>이나 <초록물고기> 할 때도 돈벌려는 생각 안 했다. 의미있는 투자라고 판단했으니까 갔지. 아, 저 새끼 돈버는 것 때문에 욕먹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난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다. 어떻게 매번 좋은 소리만 듣고 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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