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 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5] - 손원평 이론 비평
2001-05-11
글 : 손원평 (소설가)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웃는다는 것의 의미

굴절된 시선에 대한 웃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오만 가지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으나 적어도 극장 안에서 정식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두 가지 표현은 울거나 혹은 웃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관객이 영화 속 캐릭터나 캐릭터가 봉착한 상황에 대해 슬퍼하거나 감동을 받았을 때이다. 이것은 감정이입, 일치감의 확보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영화 속 캐릭터와 관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일체된 경우이다. 반면 영화를 보면서 웃는다는 것은 관객과 배우의 단절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이 캐릭터나 캐릭터가 놓인 상황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패러디와 블랙코미디는 단지 즉흥적인 관찰적 웃음을 뛰어넘는 요소를 지니는데, 그것은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 자체에 대한 웃음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 원작영화나 연상되는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면서 나오는 뒤틀어진 시선 자체에 대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 영화가 B급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그것이 원작영화들에서 베껴온 수많은 장면 나열로 인해 마냥 비틀리기만 한 왜곡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반향을 주는 웃음’은 오히려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영화에서처럼 인물을 대상화하고 웃는 동시에 현실을 환기할 여지를 남길 때 가능하다. 최근 코미디라는 용어 대신 코믹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향수처럼 모든 영화장르의 필수요소가 되어버리면서 영화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웃음은 더욱 강박증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희극성과 자기성찰성을 동시에 지닌 달콤쌉싸름한 웃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