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 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7] - 우수상 당선자 손원평 인터뷰
2001-05-11
글 : 김혜리
사진 : 오계옥
“아직은 한 사람의 관객일 뿐”

남들 다 그렇듯 ‘대책없는’ 대학 졸업반. 스스로 “무엇에도 탐닉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손원평(23)씨는 영화책도 실컷 읽고 비디오숍 선반의 테이프도 몽땅 섭렵하고, 독립영화협의회 워크숍에서 16mm영화도 만들어볼 요량으로 이번 학기를 휴학했다. 영화의 여러 부분을 체험한 뒤 영화 세상 어디쯤에 몸을 부리면 좋을지 결심하기 위해서다. 도리어 제일 욕심났던 꿈은 시나리오 작가였고 평론상 수상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그는, 채 익지도 않았는데 솥의 뚜껑이 열려버린 것 같아 난감하다면서도, 좋은 예감과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서강대 사회학과 휴학중이며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본심에 오른 경력이 있는 손원평씨는, 멸종 위기에 처한 호출기 이용자이기도 하다. 삐삐 사용법을 까마득히 잊은 기자는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가 ‘퍼니 파우더’의 인트로 음악을 꽤 오래 감상해야 했다.

-영화를 주로 어떻게 접했나.

=책에도 영화에도 파묻혀 사는 편은 아니다. 혼자 보는 쪽을 선호해서 심지어 극장에도 자주 가지 않고 비디오를 많이 볼 정도다. 동네 극장에서 한산한 조조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다.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솔직히, 많은 사람이 쏟은 노동의 결과를 몇 마디로 재단하는 것이 싫어서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물량이 공급되고 산업과 예술 중간에 존재하는 독특한 예술이 영화인 만큼, 평론가란 대중과 작품 사이를 매개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특별히 선호하는 감독이나 장르가 있다면.

=주네-카로 감독의 영화와 팀 버튼, 코언 형제의 영화는 다 마음에 든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사실적 드라마라면 이야기가 탄탄하고 인물의 행동과 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영화를 좋아하고, 아니면 아예 판타지영화를 좋아한다.

-이론 비평에서 코미디 관람 체험을 다뤘는데.

=영화를 보면서 잘 웃거나 울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관객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떤 글쓰기를 지향하는지.

=아직 관점이 관객 입장에 가까워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흥미로운 영화라면 더욱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살려주는 애정이 깃든 비평을 쓰고 싶고, 그게 아니라면 깊은 공부를 통해 아예 영화 제작방식, 매체의 본질을 푸는 글을 쓰고 싶다. 특정 비평 이론을 한 영화의 해석에 적용할 경우라면 무턱대고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왜 그 이론을 그 영화 해석의 도구로 썼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선소감

통찰력 있는 관객이고 싶다. 한마디로, 준비가 덜 됐는데 뚜껑이 열려서 관찰을 당한 듯한 기분이다. 누군가가 격려차원에서 등을 두들겨줬는데 예상치 못한 때에 너무 세게 두들겨서 딸꾹질이 나버린 것과 비슷하다. 좀더 통찰력이 있는 글을 준비했더라면 기뻤을 텐데 당혹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오히려 크다. 지금껏 내가 학교에서 딜레이해가며 써낸 나일롱리포트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여러 가지로 민망하다. 그렇다. 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고, 객관적으로 봐서는 불투명한 미래를 지닌 대학 4년 휴학생에 불과하다.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관객입장의 용감한 분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시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참으로 미지수다. 일단은 깊이깊이 여러 가지를 알아가야겠지만, 그러다가 물고기가 되어버려서 지금처럼 숨쉬는 법을 잊어버리고 싶진 않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통찰력을 지닌 관객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