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홍콩의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전설의 영화?,<트윈이펙트>
2003-09-12
글 : 이영진
■ Story

뱀파이어의 우두머리격인 듀크와 혈투를 벌이다, 동료이자 연인인 릴라를 잃은 리브(정이건)는 홍콩행을 택한다. 왈가닥 여동생 헬렌(채탁연)과 함께 홍콩에서 지내던 리브는 새 동료인 집시(종흔동)를 소개받고 슬레이어로서의 임무를 다시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아버지를 제거하고 권좌를 노리는 듀크의 위협을 피해 홍콩으로 몸을 숨긴 뱀파이어 왕자 카자프(진관희)는 자신들의 거처를 안내해준 헬렌에게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쓴다. 그러는 사이, 듀크는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려면 카자프의 혈액을 손에 넣어야 함을 알아채고 왕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 Review

뱀파이어와 슬레이어의 대결을 내세웠지만, <트윈이펙트>는 오히려 남녀의 사랑에 방점을 찍는다. <영웅>의 무술감독인 견자단이 안무한 오프닝 액션은 15분 가까이 치뤄지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금새 잊혀진다. 연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슬레이어 리브 곁에 새 여자동료인 집시가 등장하고, 리브의 동생인 헬렌의 마음에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 왕자가 피신해 들어오면서 영화는 슬레이어들의 활약 보다는 네 남녀의 만남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제치고 올 여름 홍콩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다는 전설의 영화지만, 그 위용이 국내에까지 파장을 미칠 정도로 대단할 것 같진 않다. 뱀파이어물로 시작해서 로맨틱 코미디로 그리고 신파 멜로로 끝을 내는 스토리는 매 장면마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음악이 아니라면 의도한 정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달에 어두운 기운이 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뱀파이어 또한 후반부로 가면 TV의 공포체험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볼법한 ‘웃기는’ 귀신 수준으로 전락한다. 인간과의 사랑을 위해 비록 죽을지언정 뱀파이어 왕자가 금혈을 감행하는 설정이 부담스런 강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앰뷸런스 운전사로 특별출연해 달리는 차를 붙잡고서 달리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성룡의 코믹액션을 챙겨보는 건 쏠쏠하다. <무간도>에서 유덕화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진관희, 동남아 음반 시장에서 각광받는 종흔동 등 홍콩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성들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천선지연><퍼플스톰2> 등 전작의 한계였던 허술한 드라마트루기를 이번에도 고스란히 노출하는 임초현 감독의 뚝심을 어느정도는 수용해야 한다. 그게,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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