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교훈적인 귀여운 소동,<빅 팻 라이어>
2003-11-26
글 : 심지현 (객원기자)

14살 제이슨(프랭키 무니즈)은 남을 속이는 게 작문 숙제보다 더 쉬운 천부적인 거짓말쟁이. 작문 숙제를 피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 결국 들통이 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작문 숙제에 나선다. 그런데 어렵게 완성한 작문 숙제가 그만 비열한 할리우드 제작자의 손에 들어가버린다. 숙제를 했다는 아들을 믿지 않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제작자를 찾아나선 제이슨은 서서히 신뢰와 진실에 대해 눈떠간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받게 된다’ . <빅 팻 라이어>의 교훈은 간단하다. 간단한 교훈을 전하기 위해 벌이는 소동도 귀여운 편이다(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통째로 전세내기 위해 들인 제작비를 생각하면 귀엽다는 말이 쑥 들어가지만). 영화의 제목인 <Big Fat Liar>는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학생 꼬마의 작문 숙제다. 조금 더 첨언하자면, 천부적인 거짓말 실력을 자랑하는 14살 제이슨의 학기말 작문 숙제 제목이다. 최고의 거짓말쟁이가 결국 거짓말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진실의 힘에 눈떠간다는 내용을 담은 작문은 제출되기 직전, 우연히 할리우드 제작자 마티 울프의 손에 들어간다. 자칫 계절 학기와 바꿔야 할지도 모를 숙제가 엉뚱한 사람 손에 떨어진 것도 억울한데, 어느 날 찾아든 극장 화면에는 <Big Fat Liar>의 예고편이 뜬다. 숙제를 했다는 부모님의 인정만이 필요한 제이슨의 바람은 닳고 닳은 할리우드 제작자에 의해 간단히 좌절되고, 양치기 소년과 양치기 어른의 대결이 막을 올린다.

처음, 제이슨의 손에서 완성된 작문은 일종의 참회록이었다. 30분 만에 급하게 쓰여진 참회록이 진심을 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일긴 하지만, 거짓말의 폐해에 대해 제이슨 자신이 분명하게 알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고 쉽게 거짓말이라는 도구를 써먹던 14살 소년이 얻은 거짓말의 대가란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는 것. 더이상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부모님도 그렇거니와 자신보다 더한 사기꾼, 마티를 만나면서 제이슨은 얼핏 자신의 미래를 엿본 것 같은 커다란 두려움을 느낀다. 이제 그는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진실을 밝혀내는 데 앞장선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할리우드 제작자의 대사 중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부분이나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해 곤란하다고 암시하는 대목에서는 뒷골목의 저열한 생리가 살아 숨쉬는 영화계를 할리우드 스스로가 참회하는 대목 같아 흥미롭다. 실제 18살인 프랭키 무니즈가 14살 제이슨을 연기했으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를 통해 재능을 인정받은 숀 레비 감독이 깔끔한 연출 솜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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