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여름을 책임질 한국 공포영화 다섯편 [5] - <알 포인트>
2004-04-2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피맺힌 원혼들이 울고 있어<알 포인트>

Story● 죽음의 계곡이 울부짖는 잔혹한 기억

베트남전 당시 각국의 병사들이 수없이 죽어간 죽음의 계곡 알 포인트 지역. 어느 날 그곳에서 영문 모를 무선 호출이 날아온다. 최태원 중위가 이끄는 소대원들은 실종된 한국 533대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라는 출동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악명 높은 알 포인트 지역의 존재를 모르고 출동한 소대원들은 점점 떠도는 병사들의 원혼과 마주치면서 공포에 떨게 된다. 그 즈음 그들 또한 이곳에서 사라진 다른 병사들처럼 하나둘씩 죽거나 실종되어간다.

Motive●● 30년 전 무인도의 혼령

<알 포인트>는 지금 캄보디아 밀림에서 촬영 중이다.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공수창 감독은 이 작품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원래 이 영화의 단상은 70년대 1개소대가 몰살당한 한국의 어느 무인도에 30년 뒤 다른 소대원들이 경비병으로 긴급 파견된다는 시놉시스에서 출발했다. 뼈대가 되는 내용은 지금도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시나리오 과정에서 장소와 배경은 살과 피를 가진 비운의 현장 베트남으로 옮겨졌다. <하얀 전쟁>의 각색가이기도 했던 공수창 감독은 다소 거시적인 방식으로 다뤘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시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 공멸로서의 공포감을 표현할 미시적 공간이 바로 유령이 출몰하는 ‘알 포인트’ 작전 지역이다.

Model●●●<하얀 전쟁> <링> <텔미썸딩>

공수창 감독은 베트남전에 관한 ‘미시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알 포인트>의 주제가 패트릭 던컨의 <찰리 모픽>과 유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전쟁 파병 병사들의 정서적 혼란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쟁의 사상자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알 포인트>는 다시 한번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원혼이 깃든 공포 장르라는 점에서, 역사의 상흔을 장르화한다는 점에서 공수창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하얀 전쟁> <링> <텔미썸딩>의 종합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Visual●●●● 이국적이며 불가해한 현장 그대로

베트남의 현지 기후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럽다고 한다. 그러니까 <알 포인트>에는 천연의 기후와 자연으로 둘러싸인, 그 자체만으로도 이국적이며 불가해한 느낌을 심어줄 장소들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밀림과 오래된 사원이 그렇다. 또한, 영화 속 작전 지역인 알 포인트에는 유령이 출몰하는 빅토리아풍의 프랑스 대저택이 있다. 헌팅을 통해 찾아낸 이런 장소들의 분위기를 특수효과를 배제하면서 담는다는 것이 <알 포인트>가 추구하는 비주얼상의 방침이다. 그 한 예로, 공포의 진원지가 될 대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이끼의 느낌과 사원 주변의 붉은빛을 살릴 예정이다.

Director's Commentary●●●●● 전쟁, 그 자체가 공포다

“내가 군대에서 상병쯤 되었을 때 일이다. 군대가 원하는 인간이 돼버린 나를 보고 일주일간 실어증에 걸린 적도 있다. 나는 전쟁 자체가 공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병사들은 6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고, 또 지금 이라크전에 참전할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어떻게 미쳐가는지를 교과서적이지 않은 영화적 구체성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비인간화되어가는 과정을 상업영화 안에서 그리기 위해서는 공포 장르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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