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나를 괴롭히는 애들을 없애줘
서울에서 전학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유진은 친구들에게 저주를 내리기 위해 영혼을 부르는 주문 ‘분신사바’를 외운다. 주문은 현실로 나타나고 친구들은 끔찍한 방법으로 한명 한명 목숨을 잃는다.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 은주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의혹을 품게 되지만 그녀 역시 의문의 원혼에 시달리다 결국 그 원혼의 정체에 대한 무서운 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Motive●● ‘분신사바’ 주문과 모녀 귀신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이떼 구다사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분신사바는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이다. 연필을 두 사람이 함께 쥐고 종이 위에 올려놓으면 주문에 맞추어 연필이 저절로 움직이며 귀신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주문은 여학교들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인기를 끌어왔다. 안병기 감독은 여기서 착안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느 호러영화 동호회에서 건네진 <모녀귀>라는 소설과 엮어내기로 했다. 작은 마을을 무대로 하는 <모녀귀>는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살해된 모녀가 30년 만에 악령이 되어 돌아와 마을 소녀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 모녀귀를 다시 이승으로 불러내는 매개체로서 ‘분신사바’가 선택되었다. “모녀귀 사이의 모정, 낯선 사람들을 향한 작은 공동체의 집단적 공포심, 또 다른 주체가 자신을 조종하는 빙의현상에 대한 두려움 등을 담아내고 싶었다”라는 것이 두 가지 모티브에 대한 안병기 감독의 설명.
Model●●● <여고괴담> <식스 센스>
요약하자면 <여고괴담>의 무대 속으로 뛰어든 <식스 센스>의 감성이라 할 수 있다. “<분신사바>의 전체적인 무대가 학교인 것은 아니지만, 학교라는 무대와 김규리라는 배우는 이 영화에 <여고괴담>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공포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하는 감독은 이야기의 깊이를 위해 <식스 센스>의 감성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사랑과 증오 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귀신들의 이야기가 <식스 센스>를 보는 관객의 감정을 건드렸듯이, <분신사바>에서도 원귀들이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풍부한 감정을 가진 존재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Visual●●●● 과감한 색채로 ‘불’의 공포를
제작진은 오랜 로케이션 섭외 끝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주의 기전여고를 발견했다. 곧 리모델링이 실시될 이 학교의 구조는 마치 오래된 미로와도 같은 음습함을 지니고 있다. 계단 대신 설치된 경사로로 이동하게 되어 있고 옆 건물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찾기가 힘들다. 오래된 건물인 만큼 그 축축한 공기와 냄새도 스산하다. 여기에 더욱 소름끼치는 귀기를 담기 위해 미술팀은 “과감한 색채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달빛은 어스름한 노란색이 아닌 녹색의 기묘함으로 재창조될 예정이고, 강해지는 원혼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석양의 색채는 핏빛 흑적색으로 설정되었다. 저주받은 소녀들은 기괴한 방법으로 한명 한명 불에 타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전의 호러영화들이 ‘물’을 근원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이용했다면 <분신사바>는 ‘불’을 매개체로 실질적으로 육체에 가해지는 공포를 뚜렷하게 시각화할 예정이다”라는 감독은 지나치게 잔인해질 분신장면의 조절을 위해 특수효과팀과 상의 중이다. 전체적인 비주얼에 대한 감독의 의도는 “비주얼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고 장르영화로서의 정공법적인 공포장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Director's Commentary●●●●● 감정 깊숙한 곳을 자극
“한국 호러영화들의 문제점이었던 예술영화와 반전에의 강박관념은 없다. <분신사바>는 가장 정통적이고 순수한 장르영화가 될 것이다. 쉴새없는 공포장치들을 이용한 잔재주보다는 관객의 감정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가위>와 <폰> 두편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지금, 이제는 무엇이 관객을 진정으로 무섭게 하는지 알 것 같다. 호러영화만을 만들어온 장르 감독으로서, 고3 수업을 끝내는 기분으로 만드는 작품이 바로 <분신사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