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여름을 책임질 한국 공포영화 다섯편 [3] - <페이스>
2004-04-20
글 : 박은영
사진 : 오계옥
내 얼굴을 찾아줘<페이스>

Story● 연쇄살인과 딸의 심장이식과의 의문

피부를 녹여 사체의 두개골만 남겨두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복안 전문가 현민(신현준)은 심장이식수술 후유증을 앓는 딸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상태. 신입 연구원 선영(송윤아)이 도움을 간청한 이후로, 사체 복원 작업을 재개한 현민은 이 연쇄살인이 딸의 심장이식과 관련돼 있음을 깨닫는다. 복안이 완성돼가고,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질 즈음, 현민은 이상한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고,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다.

Motive●● 얼굴 복원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아무런 단서가 없다면, 유전자 감식조차 불가능한 증거 제로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었을 즈음, 유상곤 감독은 우연히 김대건 신부의 얼굴 복원 소식을 접했다. 연쇄살인사건과 새로운 수사 개념으로서의 복안은 이때 연결지어졌다. 애초 스릴러의 뼈대 위에 얹으려던 이 이야기는 ‘얼굴’이 갖는 다양한 함의, 즉 어떤 현상과 그 이면에 대한 고민을 곱씹는 과정에서 호러의 성격을 덧입었다.

Model●●● <왓 라이즈 비니스>

<페이스>에는 원혼이 출몰하지만, 귀신의 등장 자체가 주는 말초적인 충격보다는 감춰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차오르는 정서적인 공포에 더 공을 들인 영화다. 유상곤 감독은 <페이스>에서 그 공포의 당위성을 드러내는 방식(원혼의 저주와 복수)이 <왓 라이즈 비니스>와 유사할 거라고 밝힌다. 또한 할리우드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간결한 색채와 사운드, 일본영화가 내세우는 기묘한 공포감의 결합을 기대해보라고 주문한다.

Visual●●●● 일상적이고도 비일상적인 분위기

<페이스>는 블루나 모노톤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채를 입체적으로 활용했는데, 관객에게 영화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인물들이 처한 공포와 혼돈, 사랑의 감정을 관객도 똑같이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조명, 카메라 무빙, 편집 템포, 세트 등은 공포와 멜로가 동시에 진행되고, 현실과 환상이 자유롭게 뒤섞일 수 있도록, 일상적이고도 비일상적인 분위기로 설계했다. 일례로, 1층이 주거공간, 2층이 작업실인 현민의 집이 주요 무대이긴 하지만 천장과 벽을 가로질러 비스듬하고 큼직한 창문을 내는 등의 시도로, 공간을 ‘폐소 공포’와는 또 다른 공포의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복안의 과정이나 원혼의 출몰 등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새로운 볼거리에도 공을 들였다고.

Director's Commentary●●●●● 멜로를 더해 절박함과 공포를 높인다

“무조건 놀라게 하는 공포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초현실적인 어떤 현상의 저변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공포감이 더 커진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사건을 맡고, 여기에 개인사가 얽히면서, 코너에 몰린 남자의 절박함과 공포를 표현하고 싶었다. 호러에는 멜로나 스릴러 등 다른 장르가 개입하기 힘들지만, 유기적으로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봤고, 그 목표에 근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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