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홍글씨>로 1년반만에 컴백하는 한석규 인터뷰
2004-07-20
배우 한석규의 도전

영화배우 한석규. '요즘 애들은 ○○은행 CF에 나오는 아저씨 정도로만 생각하더라'는 식의 빈정거림도 있다. 혹자는 <이중간첩>의 흥행 실패와 이전 4년간의 공백, 지난해 촬영이 예정됐던 <소금인형>의 제작 무산 등을 들어 '더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관객의 '복귀' 기대를 한몸에 받는 배우가 또 있을까? 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이끈 굵직굵직한 영화들은 대부분 그의 연기를 담고 있고 이 영화들은 팬들의 머리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뚜렷하게 박혀있다.

한석규가 11월 개봉 예정인 <주홍글씨>(제작 LJ필름)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지난해 봄에 개봉한 <이중간첩> 이후 1년반 만의 컴백.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로 주목받은 후 <인터뷰>로 데뷔했던 변혁 감독의 작품이다.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이 영화의 제작발표회에는 100명이 훨씬 넘어보이는 취재진들이 몰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춘연 씨네2000 대표나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등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작자들이 참석한 것도 흔치는 않는 일이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아내(엄지원)와 정부(이은주), 사건과 관련된 미망인(성현아) 등 세 여자와 서로 다른 사랑을 나누는 강력계 형사 기훈. 이들의 어긋난 사랑에는 그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스릴러풍 멜로'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있는 영화는 나다니엘 호손의 동명 소설(원제 Scarlet letter)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제작발표회장에 선 한석규는 "2003년은 내 인생에서 힘들었던 한 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평생을 연기에 건 배우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뜻하지 않게 쉬게 됐어요. 우선 <이중간첩> 개봉 이후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수술을 받았죠. 그리고 나서 제작에 들어갔던 <소금인형>이 불행한 결과가 됐고…. 많이 힘든 시간이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 자신의 리듬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홍글씨>는 95년 <닥터봉>으로 데뷔한 그가 출연하는 열번째 영화. 스크린 데뷔 후 꼬박 10년 만이다. "배우 한석규로서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가를 가늠해보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각오를 털어놓았다. 기훈은 세 여자를 만나면서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편, 열정적인 연인, 공격적이고 치밀한 형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0부터 100까지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역"이라는 게 한석규가 스스로 설명하는 기훈이다.

"<텔미썸딩>이나 <이중간첩>, 등 그동안의 출연작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 운신의 폭이 적은 인물이었다"고 설명한 뒤 "한 인물에서 다양한 모습과 본능을 보여줄 수 있는 역이라는 게 매력적이었으며 소재가 주제에 잘 녹아 있는 작품이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서 기훈의 세 여자로는 엄지원, 이은주, 성현아가 출연한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충무로의 세 여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되는 셈.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이니 동료로서 대하기가 편하다"고 말하는 그는 "한 남자와 여러 명의 여자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영화가 드문 만큼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고 기대를 내비친다. "내 딸들도(그는 1남2녀를 두고 있다) 저렇게 예쁘고 건강한 아가씨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하며 특유의 기분 좋은 웃음을 던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변혁 감독과의 호흡을 어떤가.

=변 감독은 97년 <접속>에 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당시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누구든 그렇겠지만 <호모비디오쿠스>(1990년. 이재용 감독과 공동연출)를 보고 많은 기대를 했던 감독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뭔가 (내 안에) 감춰졌던 것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둘 사이에 많은 교감을 나눴다. (내가) 연출에 대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지만 (변)감독은 더 민감한 얘기까지 더 많은 의견을 말해주길 바라더라.

-배우 최민식씨가 최근 촬영장에서 한석규씨를 가리켜 '힘들 때 도와줬던 고마운 후배'라고 말한 적 있다.

=내가 대학교(동국대학교) 1년 후배로 같이 연기를 배웠다. 개인적으로 팬이며 내가 좋아하는 형이기도 하다. 언젠가 다시 함께 공연하고 싶다.(둘은 MBC 드라마 <서울의 달>, 영화 <넘버3> 등에 함께 출연했다)

-혹시 TV 연기를 다시 할 생각은 없나.

=이변이 없는 한 영화에만 정진할 생각이다. TV에도 출연해 봤고 성우로 라디오에서 연기하기도 했다. 또 대학교 때는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연기관은 영화라는 매체에 가장 잘 어울린다.

-영화의 주관객층인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관객은 그 윗세대보다 한석규라는 배우에 대해 친근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2004년 현재의 작품이더라도 동시대의 사람뿐 아니라 훗날 내 영화를 볼 사람까지 모두 영화의 관객이다. 2050년이나 2060년 같은 미래에도 영화를 볼 관객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연합뉴스/사진=씨네21 김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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