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울한 영웅의 전투, <스파이더맨 2>
2004-08-11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공감할 수 없는 주인공의 고뇌 <스파이더맨 2>

전작이 가히 메가 블록버스터였다고 할 수 있었음에도 <스파이더 맨2>는 주인공이 낙오자임을 확실하게 재입증한다. 범죄에 대항해 싸우는 최고의 투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거미 소년 토비 맥과이어는 고작 동네 세탁소에서 자신의 “착 들러붙는” 거미 복장을 세탁한다. 일상 속에서 피터 파커라고 불리는 이 청년은 주위의 존중도, 스스로의 만족도 얻지 못한 인물이다. 변변치 못한 피자 배달부에다가 학교에서는 낙제생이고 밀린 집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이 친구는 여전히 이웃집 소녀 메리 제인을 동경할 뿐이다.

디지털 기술로 재현해낸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층 빌딩 숲 사이를 획획 날아다니는 거미 소년의 모습은 꽤 볼 만하지만, 이 주인공의 고뇌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감도 느낄 수가 없다. 60년대의 원작만화가 보여주었던 “방어적인 신경증 증세”의 주인공은 간데없이 주인공은 무작정 우울하게만 보일 뿐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의 풋사랑과 죄의식, 정체성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게, 그리고 수다스럽기까지 재탕삼탕해대다가 결국 네발 달린 로봇 촉수에 지배당하는 사악한 미치광이, 문어 박사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 돌연변이 거미인간과 인간문어는 모두 빌딩의 측면을 타고 기어오르는데, 부수고 깨며 현기증을 자아내는 이 난리법석의 장면은 샘 레이미 감독이 실사보다는 3D로 연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파이더 맨2>는 길거리 가수가 민숭민숭하게 일렉트릭 컴퍼니의 “스파이더 맨송”을 부르는 장면에서 드물게 레이미식 유머에서 벗어나는데, J. K. 시몬스의 타블로이드 잡지의 편집장 역 연기나 메리 제인이 극중에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연극 <진실의 중요함> 장면만큼은 탁월한 맛이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우스운 장면은 아마도 메이 아주머니가 자신의 만화책들을 버린 사실을 발견한 피터 파커의 얼굴에 번지는 고통스러운 표정일 것이다.

뉴욕의 장중한 로케이션을 감안할 때, 영화 속의 미친 과학자가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뉴욕 다운타운의 시네마테크- 역주) 안에 실험실을 차린 것은 부인할 수 없이 멋진 일일 것이다. 그는 아마도 스탠 브라키지(영화이론가, 아방가르드 계열의 영화감독- 역주)의 영화이론이나 켄 제이콥스(아방가르드 계열의 영화감독- 역주)의 작품 따위를 너무 탐닉한 나머지 미쳐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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