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할리우드 “Oh, No” 평론가 “Oh, Yes”,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
2004-10-25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김정일 풍자한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 미국 개봉 현지 분위기

선거를 앞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관심을 끌어온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최신작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은 10월15일 정식 개봉을 하기 전 9일, 미 전역 800여개 극장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1회 ‘맛보기’ 상영회를 가졌다. 마치 제리 브룩하이머가 <A특공대>를 할리우드 방식으로 리메이크했을 법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한 맨해튼 극장에는 파커와 스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우스 파크>의 팬층인 20, 30대 젊은이들로 가득 메워졌다. 관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온 기자들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팀 아메리카…>가 개봉되기 전 한국에서 실린 기사들을 보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로 묘사하고, 북한이 전세계 유일무이한 독재자의 테러지원국가로 묘사될까 걱정하는 내용이 많았다. 사실 <사우스 파크>의 팬인 의무감(?)도 있었지만 파커와 스톤이 북한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은근히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기대 반 근심 반, 조바심을 내며 지켜본 결과, 괜한 걱정을 한 내가 우스워졌다고 할까.

감상적인 김정일의 모습 보여주기도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파커와 스톤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 스크립을 몰래 보게 된 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스톤은 “그런 영화는 수억만달러를 벌어들일 것이 뻔하지만, 스크립은 진짜로 형편없는 쓰레기”라며 “처음엔 그 스크립 그대로 마리오네트를 이용해 찍고, 개봉도 똑같은 날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변호사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포기를 했다고. 그래서 전혀 CGI를 사용하지 않고 줄이 그대로 보이도록 마리오네트를 이용해 <팀 아메리카…>를 만들게 됐다. “모던 테크놀로지를 십분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 이들은 “종이인형에서 나무인형으로!”라며 자신들의 장족의 발전을 대견해하고 있다.

<팀 아메리카…>는 현재 정세를 비롯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엔 무기사찰단, 지나친 애국심에 넘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미국인들, 너무 심각한 척하는 배우들, CGI를 남용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 등 파커와 스톤이 풍자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60년대 영국 시리즈 <선더버즈>(Thunderbirds)를 모태로 한 작품으로, 세계를 악의 손아귀에서 구하기 위해 결성된 ‘팀 아메리카’가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리스트들을 이용해 지구 정복을 꿈꾸는 김정일과 대적한다는 내용. <디 아워스>와 <원더보이스> 등을 제작한 스콧 루딘이 프로듀서를 담당했고, <매트릭스>와 <스파이더 맨2>의 촬영감독 빌 포프가 촬영을 담당해 눈길을 끈다.

아랍계 테러리스트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멋진 제트기와 지프를 타고 나타난 ‘팀 아메리카’ 크리스, 조, 사라는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연기와 국제언어’를 전공한 브로드웨이 배우 개리를 새로운 멤버로 영입한다. 이들은 곧 국제 테러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김정일에게 대결을 청한다.

평화로운 파리의 정경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팀 아메리카‘는 폭탄으로 의심되는 가방을 들고 있는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멋진 제트기와 군용지프를 타고 말 그대로 ‘짠’하며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테러리스트를 잡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수없이 죽는 것은 물론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개선문도 파괴된다. WMD를 찾기 위해 스파이가 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연기와 세계 언어(?)’를 전공한 브로드웨이 배우 개리 존스턴이 새로운 멤버로 영입되고, ‘팀 아메리카’는 카이로에서 파나마까지 테러리스트들을 쫓는다는 명목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파괴하고, 파나마 운하도 폭파시킨다.

한편 WMD를 테러리스트들에 팔아 네트워크를 구축하던 김정일은 주석궁에 찾아와 건물 전체를 수색하겠다는 유엔 무기사찰단장 한스 블릭스를 상어가 있는 물탱크에 넣어 죽인 뒤 알렉 볼드윈의 주도 아래 무조건적인 지구평화를 외치는 자유주의 배우단체 ‘배우노동조합’(Film Actors Guild, 일명 F.A.G.)을 이용해 각국 대표들을 주석궁에 초대, 대대적인 파티를 개최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WMD를 터뜨리는 계획을 세운다. 뒤늦게 김정일의 계획을 알게 된 팀 아메리카는 <매트릭스>에서 본 무술 동작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여러 액션영화에서 가져온 듯한 방식으로 북한군과 F.A.G.(동성애자의 속어) 멤버들과 혈전을 벌인다.

파커와 스톤의 영화에서 리얼리티나 정치적 올바름을 찾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팀 아메리카…>에서는 여러 국가와 도시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곳의 명칭과 함께 항상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미국으로부터 어느 쪽 방향으로 몇 마일 떨어져 있는 곳.’ 또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프랑스, 아랍, 북한 사람들은 자기 나라 말을 잘 할 줄 모른다. 이들은 파커와 스톤이 지어낸 말을 가끔 알 만한 단어들을 섞어가면서 해댄다.

개봉 주말 박스오피스 3위 기록

<팀 아메리카>는 숀 펜이나 수잔 서랜던 등 좌파 영화인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서슴지 않는다. 양손에 핫도그를 든 마이클 무어는 옷에 양념을 줄줄 흘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순금으로 도배된 주석궁에 사는 김정일은 한 평론가의 말처럼 한국판 에릭 카트맨을 보는 것 같다. 약간의 혀 짧은 악센트가 섞인 것만 제외하면 거의 판에 박은 듯하다. 카트맨이 자라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인물일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김정일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잔인무도한 악당으로만 표현되지는 않는다. ‘지도자가 된 뒤 더욱 외로워졌다. 나의 외로움을 누가 알아줄까’라며 혀 짧은 소리로 <나는 외로워>(I’m Ronery (Lonely))를 부르는 감상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얼마 전 마리오네트의 섹스장면 때문에 미영화협회에서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NC-17 등급을 받아 관심을 모은 이 영화는 문제가 된 일부분을 삭제해 R등급을 받았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무인형들은 바비나 켄 인형처럼 생식기관이 전혀 없는데도, 여전히 노골적인 섹스 포지션을 구사한다. 또 개리가 술을 먹고 끝도 없이 토하는 장면이나, 인형들이 잔인하게 터지거나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면서 죽는 장면, 한 문장이 멀다하고 나오는 컬러풀한 욕설 등은 엽기적이다. 파커와 스톤이 직접 부른 삽입곡 또한 그렇다. 인기 뮤지컬 <렌트>를 풍자해 만든 <리스>(Lease)라는 뮤지컬에 출연한 주인공 개리는 “모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영화 ‘진주만’ 후지다>(Pearl Harbor Sucks!), <아메리카! 진짜 짱!>(America! Fuck, Yeah!) 등 주옥같은(?) 곡을 소개한다.

또 F.A.G.의 멤버로 나오는 배우들 중 알렉 볼드윈과 수잔 서랜던은 잔인할 정도로 야유를 당한다. 볼드윈은 “연기도 못하는 멍청한 배우”라는 내용의 노래를 선사(?)받았고, 서랜던은 주인공 개리로 부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기력도 떨어지는 배우”라는 모욕을 당한다. 스톤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투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리 창피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숀 펜은 파커와 스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런다고 이해한다. 영화에서 나와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난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책임한 행동은 문제가 있다”며 비난했다. 스톤은 이에 반박하며 “우리의 영화를 보거나, 마이클 무어의 영화를 본 다음에 투표하는 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게 바로 바보다. 그런 사람들은 투표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대다수가 이 영화에 등을 돌렸다면, 평론가의 상당수는 이들을 지지해주었다. <뉴욕타임스>의 A. O. 스콧은 <팀 아메리카…>를 추천영화에 올렸다. 영화 평론 포털사이트 ‘라튼토마토 닷 컴’에서는 140개의 리뷰 중 76%가 호평을 했다.

3200만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된 <팀 아메리카…>는 지난 10월15일 총 2539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며, 18일 현재까지 1312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개봉 주말에는 이 영화보다 약간 개봉관 수가 많고,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가족영화들인 애니메이션 <샤크>와 스포츠영화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7월에 총 2128개 개봉관에서 상영해 개봉 주말에 1133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장편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 군인 등 7가지 캐릭터 목소리 배우 이대용(Josiah D. Lee)
북한 말은 신문, 방송, 만화책에서 배웠다

톰 크루즈 주연 <콜래트럴>에서 아시안 배우 모집에 응시를 했다가 목소리 더빙을 맡게 된 이대용은 이것을 인연으로 올 가을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영화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에도 성우로 출연했다.

작업 기간은.

2∼3개월 전 다른 몇명의 한국 이민 2세들과 함께 이틀간 작업을 했다.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작업했는데, 내가 맡은 부분은 북한 군인들과 기타 다른 배역들로 7가지 캐릭터다.

어떻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는지.

지난 2월 <콜래트럴>에 한국인 배우를 모집하는 데 응시를 했는데, 정식 배역을 맡지는 못했지만, 영화 몇 장면에 목소리를 더빙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어 발음이 좋은 것 같은데.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뒤 완고한 할아버지 덕분에 한국어를 계속 사용해왔다. 보스턴대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직장에 다니다가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연기공부를 하며, 5년간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1년6개월 전에 다시 LA로 돌아왔다.

영화에 자신의 의견이 들어간 것이 있는지.

의견이라기보다는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아이디어를 주면 이것을 한국말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즉흥적인 대사도 좀 있었다. 북한에 대한 대사는 신문과 방송, 만화책 등에서 가져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ICN 케이블 채널에서 아시안 문화를 다루는 TV매거진에서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달의 군주>(Monarch of the Moon)란 영화 촬영을 마쳤고, 내년 중 개봉될 예정인 <Scorched>에서 프로듀서를 담당했다. 앞으로도 배우로 승부를 걸고 싶고, 나아가서는 아시안 배우들을 등용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