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What’s Up] 뭐? 고지라를 진지하게 분석한다고?
2004-10-26
글 : 박혜명
일본의 <고지라> 탄생 50주년 기념… 미국서 ‘고지라’에 대한 심층 학술회의 열려

주연영화만 100편에 이르는 일본 V시네마의 대표 배우 아이카와 쇼는, 일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3대 역할로 야쿠자, 가미카제, 사무라이를 든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이 세 가지는 세상에서 일본에밖에 없는 것들이고,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면 일본이란 나라 전체가 보이는 테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일본식 발음으로) ‘고지라’다. 미국 캔자스대학은 최근 이 거대한 파충류 괴물을 테마로 심층 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10월 말에 있을 이 학술회의는 일본의 괴수영화 시리즈 <고지라> 탄생 50주년 기념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다. 이 회의는 고지라를 화두로 일본 대중문화와 2차대전 이후의 미-일 관계를 매우 진지하게 연구·토론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3일간 계속될 이 학술모임은 발표 및 패널 토론, <고지라> 시리즈의 일부 상영 등으로 이루어진다. 듀크대, 하버드대, 반데르빌트대 등 명망있는 여러 대학에서 인류학자 및 역사학자들이 참석하며, 회의를 기획한 빌 쓰이츠이 캔자스대 역사학 교수가 개인소장하고 있는 고지라 관련 수집품들이 캔자스대학 주도서관에 일부 전시될 예정이다. 쓰이츠이 교수는 괴수영화의 역사를 다룬 책 <내 마음속의 고질라>(Godzilla on My Mind)를 집필한 바 있다.

이 학술회의 공지가 대학 내에 나가자 학생들은 사뭇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현재 1학년에 재학 중인 케이틀린 챠퍼라는 여학생은 “학자분들이 그런 데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며 “좀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회의는 우리 일본 사람들에게도 조국에 대해 교육하는 좋은 계기일 것”이라 말한 주미 일본영사 다카오 시바타 역시 “그러나 고지라를 갖고 이렇게 진지하게 분석한다는 아이디어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덧붙여 말했다. 고지라를 주제로 삼은 심도있는 이 학술회의는 10월28일 시작될 예정. 이 행사를 돕기 위해 일본의 두 재단이 3만5천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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