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비포 선셋>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
2004-11-02
글 : 문석

링클레이터의 신작들

SF, 코미디 그리고 <비포 선셋>의 속편도?

<스쿨 오브 락>의 대성공 이후 링클레이터의 작업목록은 빽빽해졌다. 가장 먼저 준비된 작품은 필립 K. 딕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스캐너 다클리>(오른쪽 사진). 인간의 정체성을 이분시키는 약물에 중독된 형사 프레드(키아누 리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영화는 링클레이터가 오래전부터 판권을 구입해 준비해온 작품. 프레드는 약물에 취하면 악명 높은 마약상 밥으로 ‘변신’하는데, 프레드를 위시로 한 경찰이 밥을 검거하기 위한 작전을 짜면서 극적 긴장이 발생한다. 실사 촬영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덧붙인다는 소식이 <웨이킹 라이프>에 매료됐던 링클레이터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이 영화는 위노나 라이더, 우디 해럴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할 예정이며 2005년 9월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그 다음은 데이비드 시클러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모커>로, 사립여학교의 학생 니콜(내털리 포트먼)이 학교 교사(오언 윌슨)를 집으로 초대하는데 니콜의 부모가 교사와 딸의 결혼을 제의한다는 내용이다. 링클레이터 특유의 기이하고 유쾌한 코미디가 될 것으로 보이는 작품으로 내년 개봉 예정이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월터 매토와 테이텀 오닐이 주연했던 1976년작을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하는 <배드 뉴스 베어스>로 마이너리그 선수 출신 사회 부적응자가 리틀 야구단의 코치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스쿨 오브 락>의 재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 영화는 2006년 개봉 예정이다. 그리고, 링클레이터의 마니아들이 가장 기다려 마지않을 셀린느와 제시의 세 번째 이야기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비포 문 라이즈>가 되건 <애프터 선셋>이 되건 언젠가 이 영화가 만들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 번째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논의된 적이 있지만, 이제 두 번째를 끝낸 마당이다. 아직 너무 이르다”라는 링클레이터의 조심스런 대응과 달리 줄리 델피는 “링클레이터는 세 번째 영화에 진정 현실적인 관계를 탐구하기 원한다”고 내비쳤고, 에단 호크는 “확실한 일은 릭, 델피와 앞으로 2년 동안 <비포 선셋> 이후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라는 점”이라고 기대를 표명한 바 있다.

링클레이터, 간단한 역사

선댄스 키드가 <비포 선셋>을 만들기까지

1960 텍사스 휴스턴에서 태어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작가를 꿈꾸다.

1978 샘 휴스턴 주립대학에 입학, 영어와 연극을 전공하다. 스코시즈의 <분노의 주먹>을 만나고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다.

1982 학교를 중퇴하고 멕시코만의 석유채취선에서 일하다. 일이 없을 때 하루 2∼3편씩 영화를 보다. 카메라와 편집기를 장만하다.

1984 텍사스주 수도인 오스틴시로 이주하다. 오스틴의 한 대학에서 매일 유럽영화를 3∼4편 상영하고 있었기 때문. 책을 읽고 영화를 봤고, 많은 것을 찍고 밤새워 편집하는 “두개의 삶”을 살다.

1985 대학에서 상영되는 영화 편수가 한정돼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네마테크인 ‘오스틴 필름 소사이어티’를 창립, 고전영화, 유럽영화, 독립영화를 상영하다.

1988 슈퍼 8mm 카메라로 다소 관념적이고 실험적인 <독서로 경작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It’s Impossible to Learn to Plow by Reading Books)를 만들다. “대사없는 <슬래커>”이자 “소외와 소통과 인생의 진부함에 관한” 작품.

1989 <슬래커>(Slacker)에 착수하다. 지역사회인 오스틴시에서 수백명을 오디션하고 연기자를 선발한 뒤 기나긴 리허설을 갖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은 데뷔작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스코시즈는 <나의 문을 두드리는 자는 누군가?>를, 스파이크 리는 <그녀는 그것을 가져야 해>(She’s Gotta Have It)를, 마이클 무어는 <로저와 나>를 동네에서 만들었다.”

1990 <슬래커>가 로테르담, 선댄스, 베를린영화제에서 출품을 거부당하다. 오스틴에서는 독자적으로 개봉, <딕 트레이시>보다 좋은 반응을 얻다.

1991 <슬래커>, 결국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다. 이후 세계 곳곳의 영화제를 순회하다.

1993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 발표하다. 개봉 당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훗날 비디오가 출시된 뒤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에 비견된다”는 평가와 함께 컬트적 인기를 누리다.

1995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를 만들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미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 “그 영화는 30년 전에 만들어졌거나 30년 뒤에 만들어져야 했다. 이 영화는 아이러닉한 X세대 시대의 한가운데서 만들어졌지만, 아이러닉한 영화는 아니었다.” 친구인 스티븐 소더버그의 <언더니쓰>에 출연하다.

1996 텍사스 출신 마이크 저지 감독의 <비비스와 버트헤드>에 목소리 출연을 하다.

1997 에릭 보고시안의 희곡을 바탕으로 “의식하지 않은 <라스트 스쿨>의 속편” <서버비아>(SubUrbia)를 만들다.

1998 1920년대 텍사스를 시끄럽게 했던 형제 은행갱단의 이야기 <뉴튼 보이즈>(The Newton Boys)를 만들다.

2001 99년부터 준비한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와 3인극 <테이프>(Tape)를 나란히 선보이다. <웨이킹 라이프>는 오래전의 실제 경험에서 유래한다. 깨어나도 깨어나지 않는 꿈을 몇주 동안 꿨던 그는 영화화를 고민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이 없었다. 한참 뒤 밥 사비스톤의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거야말로 꿈을 시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다. <테이프>는 에단 호크가 스티븐 벨버의 희곡을 전해주며 먼저 제안했다.

2003 파라마운트에서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을 만들다.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남이 쓴 시나리오의 경우 그냥 지나쳐버리는데 이것은 달랐다. 프로듀서인 스콧 루딘, 작가인 마이크 화이트, 그리고 잭 블랙을 만난 뒤 즐거운 작업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영화는 코미디를, 프레스턴 스터지스를 좋아하는 나의 한 부분을 자극했다.”

2004 셀린느와 제시의 두 번째 이야기 <비포 선셋>(Before Sunset)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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