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년 송년특집 편집위원 3인 좌담 [6]
2004-12-21
정리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정리 : 김혜리
▲ 정성일 “김기덕에게 필요한 건 공격이 아니라 위로이고 포옹이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담론으로 끌어가야 할 텐데, 계속 침묵으로 밀어가고 있다. 그는 제스처를 통해서 계속 소멸을 이야기한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정성일

<철서구> 왕빙

나의 올해의 영화. 이제 폐광이 된 마을에서도 살아가야 한다. 단 한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왕빙은 그들의 삶의 리듬 안으로 들어간다. 9시간에 걸친 (상영)시간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적 체험.

<열대병>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영화를 반으로 접은 다음 앞과 뒤의 순서를 바꾼다. 거의 젖어들어가는 듯한 숨결로 꿈을 꾸는 정글 속에서의 몽환적 세계. 나는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표를 그만 구하지 못했다. 거의 죽어버릴 듯한 심정으로 웹사이트를 뒤지던 나에게 표를 팔겠다고 나선 분께 다시 한번 감사, 꾸벅.

<2046> 왕가위

이 영화가 그저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아비정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카페 뤼미에르> 허우샤오시엔

오즈에게 보내는 허우샤오시엔의 마음의 뜻이 담겨 있는 영화에 바치는 나의 최선의 존경.

<하류인생> 임권택

스승의 아흔아홉 번째 가르침.

<빈 집> 김기덕

이제까지 만든 김기덕의 (개인적으로) 최고 걸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홍상수

홍상수의 다섯 번째 게임.

<제리> 구스 반 산트

21세기 로드무비. 시네마스코프 사이즈의 화면을 가로질러 아무 목적도 없는 두 청년의 여행이 그 어떤 기복도 없이 이어진다. <엘리펀트> ‘직전’의 영화. 당신이 올해 <엘리펀트>를 발견했다면 반드시 볼 것.

<대사건> 두기봉

나의 올해의 발견은 두기봉의 (지난 5년간의) 21세기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 연장에 놓여 있다. 서극와 왕가위를 카피하던 두기봉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거의 환골탈태하여 이제는 리믹스의 경지에 올라섰다. 지금 홍콩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름.

<신성일의 행방불명> 신재인

당신이 나를 실망시켜주지 않아서 고맙다.

▲ 허문영 “차승재는 영화를 만들 때 작품상 받는 데 관심없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 노선으로 만들던 사람들이 비평적 찬사까지 걸머지면서 일정한 수 이하의 관객과 내밀한 소통을 이뤘던 작가주의 비주류 감독들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허문영

<고독이 몸부림칠 때> 이수인

어이없을 만큼 아무런 야심도 없는 천하태평의 영화. 훌륭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데 정이 가는 이상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백윤식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만으로 더없는 스펙터클이 된 영화.

<아는 여자> 장진

너무 웃기는 정재영, 그리고 이나영….

<돌려차기> 남상국

만듦새는 평이한데 투박한 어조에 마음이 움직인다.

<시실리 2km> 신정원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아무 생각없이 맘껏 웃었다.

<알게 될 거야> 자크 리베트

알게 되진 않았다. 다만 인물들의 쓸쓸함에 오래 감염됐다.

<붉은 돼지>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정말 예쁜 영화.

<콜드 마운틴> 앤서니 밍겔라

주드 로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니콜 키드먼 앞에서 초라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옹박> 프라차야 핀카엡

중학생 시절 왕우 영화를 볼 때 두근거렸던 마음을 상기시켜준 영화.

<레이디킬러> 코언 형제

코언 형제의 카메라 움직임은 여전히 아름답다.

▲ 김소영 “시골과 도시의 변증법을 긴장있게 끌어들이는 감독이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다. 젊은 감독들이 홍상수 감독이나 아핏차퐁에게 배울 게 많다. 영화적 경험은 외출이다. 외출해서 볼 만한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약속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영화들은 끔찍하게 평면적이 돼가고 있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김소영

<빈 집> 김기덕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존재론. 개념적 성취가 놀랍다.

<열대병>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부산영화제상영작) 호랑이의 인광 같은 영화적 쾌락.

<고하토> 오시마 나기사

미를 흡혈귀처럼 탐하다.

<세잔느> 장 마리 스트롭, 세네프 상영

세상에 저녁이 온다.

<인 더 컷> 제인 캠피온

Noir 검은 세계, 여성의 붉은 상처.

<사마리아> 김기덕

검은 돌을 노랗게 페인트칠하고 딸이 그 사이로 운전 연습을 할 때, 이 영화는 정말 가슴으로 지나간다.

<송환> 김동원

다큐멘터리에 경배를.

<여자, 정혜> 이윤기

(부산영화제 상영작) It hurts.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피터 잭슨

파괴에 대한 거대한 신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류승완

도 통하려 애쓰는 모습이 귀엽다.

<알포인트> 공수창

공간이 역사를 말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