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정성일
<철서구> 왕빙
나의 올해의 영화. 이제 폐광이 된 마을에서도 살아가야 한다. 단 한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왕빙은 그들의 삶의 리듬 안으로 들어간다. 9시간에 걸친 (상영)시간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적 체험.
<열대병>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영화를 반으로 접은 다음 앞과 뒤의 순서를 바꾼다. 거의 젖어들어가는 듯한 숨결로 꿈을 꾸는 정글 속에서의 몽환적 세계. 나는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표를 그만 구하지 못했다. 거의 죽어버릴 듯한 심정으로 웹사이트를 뒤지던 나에게 표를 팔겠다고 나선 분께 다시 한번 감사, 꾸벅.
<2046> 왕가위
이 영화가 그저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아비정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카페 뤼미에르> 허우샤오시엔
오즈에게 보내는 허우샤오시엔의 마음의 뜻이 담겨 있는 영화에 바치는 나의 최선의 존경.
<하류인생> 임권택
스승의 아흔아홉 번째 가르침.
<빈 집> 김기덕
이제까지 만든 김기덕의 (개인적으로) 최고 걸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홍상수
홍상수의 다섯 번째 게임.
<제리> 구스 반 산트
21세기 로드무비. 시네마스코프 사이즈의 화면을 가로질러 아무 목적도 없는 두 청년의 여행이 그 어떤 기복도 없이 이어진다. <엘리펀트> ‘직전’의 영화. 당신이 올해 <엘리펀트>를 발견했다면 반드시 볼 것.
<대사건> 두기봉
나의 올해의 발견은 두기봉의 (지난 5년간의) 21세기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 연장에 놓여 있다. 서극와 왕가위를 카피하던 두기봉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거의 환골탈태하여 이제는 리믹스의 경지에 올라섰다. 지금 홍콩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름.
<신성일의 행방불명> 신재인
당신이 나를 실망시켜주지 않아서 고맙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허문영
<고독이 몸부림칠 때> 이수인
어이없을 만큼 아무런 야심도 없는 천하태평의 영화. 훌륭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데 정이 가는 이상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백윤식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만으로 더없는 스펙터클이 된 영화.
<아는 여자> 장진
너무 웃기는 정재영, 그리고 이나영….
<돌려차기> 남상국
만듦새는 평이한데 투박한 어조에 마음이 움직인다.
<시실리 2km> 신정원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아무 생각없이 맘껏 웃었다.
<알게 될 거야> 자크 리베트
알게 되진 않았다. 다만 인물들의 쓸쓸함에 오래 감염됐다.
<붉은 돼지>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정말 예쁜 영화.
<콜드 마운틴> 앤서니 밍겔라
주드 로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니콜 키드먼 앞에서 초라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옹박> 프라차야 핀카엡
중학생 시절 왕우 영화를 볼 때 두근거렸던 마음을 상기시켜준 영화.
<레이디킬러> 코언 형제
코언 형제의 카메라 움직임은 여전히 아름답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김소영
<빈 집> 김기덕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존재론. 개념적 성취가 놀랍다.
<열대병>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부산영화제상영작) 호랑이의 인광 같은 영화적 쾌락.
<고하토> 오시마 나기사
미를 흡혈귀처럼 탐하다.
<세잔느> 장 마리 스트롭, 세네프 상영
세상에 저녁이 온다.
<인 더 컷> 제인 캠피온
Noir 검은 세계, 여성의 붉은 상처.
<사마리아> 김기덕
검은 돌을 노랗게 페인트칠하고 딸이 그 사이로 운전 연습을 할 때, 이 영화는 정말 가슴으로 지나간다.
<송환> 김동원
다큐멘터리에 경배를.
<여자, 정혜> 이윤기
(부산영화제 상영작) It hurts.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피터 잭슨
파괴에 대한 거대한 신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류승완
도 통하려 애쓰는 모습이 귀엽다.
<알포인트> 공수창
공간이 역사를 말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