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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코믹의 제왕, 제리 루이스의 모든 것, <너티 프로페서>
2005-03-11

희극배우가 되고 싶은 남자(로버트 드 니로)는 급기야 유명 코미디언(제리 루이스)을 납치한다. 한국 관객에겐 잊혀진 배우였던 제리 루이스는 1980년대에 <코미디의 왕>으로 그렇게 다시 나타났다. 딘 마틴과 짝을 이뤄 1950년대를 풍미한 뒤 50년대 후반 솔로로 나서면서 감독 프랭크 태실린과 일련의 코미디영화를 찍었고, 1960년엔 <벨보이>로 감독 데뷔한 제리 루이스는 당시 파라마운트사 최고의 스타였다. 정작 미국에선 그의 영화를 한낱 악취미 코미디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조너선 로젠바움은 태실린과의 결과물을 진정 창조적인 코미디영화로 평가했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열렬한 지지는 제리 루이스를 신격화하기에 이르게 된다.

<너티 프로페서>는 루이스 영화의 성격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태실린의 영향을 받아 알록달록 현란한 영상 속에 성적 흥분상태와 저속한 현대인과 사회에 대한 풍자를 몸과 입술의 슬랩스틱으로 표현했던 그는 희극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인 <너티 프로페서>를 통해 희극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한심한 화학과 교수와 그의 숨겨진 자아가 펼치는, 억압된 욕망에 관한 이 음흉한 코미디는 천국을 가장한 지옥의 한구석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 물론 그의 꽥꽥거리는 목소리와 뻔뻔하고 무모한 행동들은 종종 불쾌감을 유발하며, 비밥과 쿨재즈 사이를 오가는 듯한 진행에 얼이 빠지고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꿈꾸듯 초현실적인 순간과 부조리한 상황이 창조될 때면 제리 루이스가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그루초 막스의 적자임을, 그리고 짐 캐리의 스승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팔순에 가까운 제리 루이스가 친구 스티브 로렌스와 진행한 음성해설은 코믹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익살과 농담의 잔치다. 감독으로서의 루이스와 배우로서의 루이스를 구분해 말하는 것도 흥미로우며, ‘저런 걸 찍는 건 나밖에 없다’란 말로 자신의 독창성을 재확인시키기도 한다. 의외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도 많다. 오래된 영화지만 부가영상이 신기할 정도로 충실하다. 제작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와 자료영상들로 구성된 ‘너티 프로페서: 위험한 실험’과 제리 루이스의 활동을 초기작들과 함께 꾸며놓은 ‘영화 속의 제리 루이스’는 꼭 봐야 한다. 그외 5개의 삭제장면, 3개의 TV 홍보영상, 14개의 아웃테이크, 밀랍박물관 기록물, 테스트 영상, 예고편 등은 그 방대함과 뛰어난 화질로 두번 놀라게 만든다.

글: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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