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나를 책임져, 알피> 패션잡지의 한페이지같은 영상
2005-04-27
글 : 최연진

잘 생긴 바람둥이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적당한 로맨스와 코미디, 그리고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섹스어필한 미녀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찰스 샤이어 감독의 <알피>도 마찬가지다. 루이스 길버트 감독이 1966년에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리무진 기사로 살아가는 바람둥이 알피의 화려한 연애담을 다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달라진 시대상 때문이다. 원작이 나온 60년대에는 죄의식도 없이 여러 여자를 전전하는 남자가 임신까지 시킨 뒤 차버리는 행동이 파격적이었으나 요즘은 이보다 더한 일이 많기에 그다지 충격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찰스 샤이어 감독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화려한 볼거리다. 우선 인물들이 미끈한 선남선녀들도 바뀌었다. 원작의 경우 미남이라고 보기 힘든 마이클 케인이 알피 역할을 맡았으나 리메이크작에서는 주드 로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또 알피의 품에 안기는 매력적인 여인들로는 <알리 맥빌>에 등장하는 제인 크라코우스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마리사 토메이, 검은 진주 니아 롱, 실제 주드 로의 연인인 시에나 밀러, 나이를 먹었어도 도발적인 수잔 서랜든이 나온다. 모두들 외모와 연기로 이름값을 하는 배우들이다. 호화 배역과 더불어 돋보이는 찰스 샤이어의 스타일리시한 영상. 거리를 수놓은 광고판과 낙서로 가득찬 다채로운 영상들은 마치 패션 잡지의 한 페이지를 뜯어놓은 것처럼 감각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DVD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섬세하고 뛰어난 화질의 DVD는 온갖 색으로 빛나는 영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특히 감독은 장면에 따라 물이 번지듯 자연스럽게 색감이 바뀌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컬러타이밍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 방법이 디지털 미디어인 DVD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영상과 잘 어울리는 믹 재거의 노래도 돌비디지털 5.1 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으로 청취 공간을 감싸며 고급스런 재즈 바에 앉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쟁 영화처럼 음향 효과가 요란하지 않은 대신 편안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장점.

혹시 원작이 궁금하다면 여러 부록 가운데 제작 뒷이야기인 ‘Round Table of Alfie’와 ‘The World of Alfie’를 보면 된다. 각각 16분과 10분 가량의 두 가지 부록에는 66년 원작 화면을 간간히 소개하며 리메이크작의 분위기를 설명하기 때문에 원작과 비교하려는 감상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1966년판 <알피>
원작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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