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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맨> 내가 누구게?
2005-05-0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10년쯤 전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주인공 얼굴이 무척 낯익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뚜렷한 이목구미에 강조된 턱, 진지해지려면 얼마든지 진지해질 수 있지만, 망가지는 역할에서는 아주 쉽게 망가질 수 있는 이미지. 어디였더라. 결국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역시 샘 레이미 작품인 <다크맨>을 다시 보고서야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블 데드>의 주인공 얼굴은 이 영화의 결말에서, 얼굴을 잃고 햇빛 아래에서는 인공피부를 뒤집어써야 하는 비극의 히어로인 페이튼이 연인으로부터 멀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뒤돌아볼 때의 얼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배우는 바로 샘 레이미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브루스 캠벨로 레이미가 연출한 거의 모든 영화에 출연한, 그의 영화적 대리자아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크맨>에서 페이튼의 마지막 얼굴을 연기한 캠벨의 이 장면은 레이미의 팬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하며, 주로 망가지거나 코믹한 역할을 많이 연기했던 캠벨이 진짜로 심각한 얼굴을 보여준 그리 많지 않은 경우다. 80년대 초반 <이블 데드> 시절부터 레이미와 캠벨을 지지해 온 골수팬들이라면 감독의 애교어린 터치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그들을 다시 보게 된 팬들이라면 새로운 흥밋거리로 체크해볼만한 장면이다.

<다크맨>이라는 작품 역시 레이미의 만화적 연출이 진가를 발휘한 영화로, 이 영화가 없었다면 <스파이더맨> 같은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그의 영화 이력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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