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세대의 모험을 그린 오리지널 3부작보다 오히려 더욱 풍요롭고 고도로 산업화된 <에피소드1>과 <에피소드2>의 세계는 우리를 잠시 의아하게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이는 납득할 만도 하다. 악의 제국이 은하계를 점령하기 이전이 문화적으로 융성하고 부강한 아름다운 시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랄프 매커리와 작업한 첫 번째 <스타워즈> 때부터 조지 루카스는 판타지영화의 창작 과정에서는 초기부터 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숙지했다. 그림에서 얻는 영감에 힘입어 이야기가 전진하고 캐릭터가 완결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프리퀄의 우아함과 오리지널의 역동성을 연결하라
<에피소드3>에서도 ILM의 아티스트들은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드로잉을 독려받았다. 미술팀의 임무는 시각적으로도 로맨틱하고 윤택한 <에피소드1> <에피소드2>와 역동적이고 거친 오리지널 3부작의 비주얼 사이에 가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아나킨의 헤어스타일부터 행성의 표면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은 오리지널 3부작이 전세계 관객의 머리 속에 그려넣은 ‘오래된 미래’를 줄곧 염두에 두고 일했다. <에피소드3>의 여러 행성은 지구 곳곳 풍광과 컴퓨터 이미지의 합성으로 만들어졌다. 그중 골수팬들이 반가움의 환성을 지를 만한 별은 솔로의 친구 츄바카의 고향 카시크 행성. 영화가 7분가량 방문하게 될 삼림이 우거진 우키족의 고향 카시크는 쓰나미로 폐허가 되어버린 타이의 푸껫 지역과 중국 지린성에서 촬영한 풍경을 밑그림으로 삼았다. 레이아 공주의 양부 베일 오르가나가 다스리는 전원풍의 행성으로 <에피소드4>에서 다스 베이더에 의해 잿더미가 되는 알데란 행성의 모델은 스위스의 눈 덮인 그린델발트다. 아나킨과 오비완이 광선검을 맞대는 처절한 전장이 될 화산의 별 무스타파를 위해 <에피소드3> 촬영팀은 이탈리아 시실리의 에트나 화산으로 다소 위험스런 출장을 감행하기도 했다. 용암과 마그마를 건너뛰며 합이 계속되는 이 장면을 가리켜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로저 기예트는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의 공포스러움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스 슈트, 최초 등장!
<에피소드3>를 위해 건설된 세트는 파드메의 아파트, 무역연합 우주선의 조정실을 비롯해 총 72개. 세트팀의 최대 골칫거리는 해묵은 청사진을 찾아 복원해야 했던 <에피소드4>에 등장하는 공간의 세트였다. 다스 베이더와 R2D2, C3PO가 최초로 스크린에 등장한 추억의 공간인, 반군 우주선의 메인 복도는 충실한 팬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 것이다. 아나킨이 처음 다스 베이더의 몸을 갖게 되는 방은 수술실 내지는 고문실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됐고 아주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이용해 누아르풍 조명을 쳤다. 로저 기예트는 관객이 예기치 못한 슬픔을 전하고 싶었다고 숨은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아나킨 역의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처음 다스 베이더 슈트를 입는 신을 촬영하던 날 현장에는 1천명에 달하는 폭스 스튜디오 직원들이 구경꾼으로 몰려들었다. 다스 슈트는 다스 베이더 특유의 기계적 숨소리(음향감독 벤 버트는 스쿠버 다이버용 산소마스크 안에 마이크를 넣어 이 소리를 처음 만들어냈다)를 모방하는 장치가 부착됐고, 아나킨이 새 옷에 적응하지 못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다스 베이더의 옷보다 좀더 기계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디자이너 트리샤 비가는 다스 슈트 외에도 <에피소드3>를 위해 500여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트리샤 비가는 이에 어울리게 좀더 질감이 두껍고 어두운 옷을 아미달라에게 지어주었다. 한편 공화국 의회의 리더에서 제위를 향한 욕망을 서서히 드러내는 팰퍼타인의 파충류풍의 칼라 높은 의상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회색에서 갈색으로, 다시 흑색으로 그늘을 더해간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베스트 및 워스트 드레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파드메 아미달라 의원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패션 리더의 자리를 단념해야 할 듯. 전시인데다가 임신 사실을 감춰야 하기 때문이다.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는 한쌍의 페스트리를 귓가에 붙인 듯한 레이아 공주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틀어올린 엄마 아미달라의 모습. 레이아 공주로 분했던 캐리 피셔는 이 머리모양에 대해 “제작진이 요청한 다이어트에 실패한 나는 살찐 몸매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떤 스타일의 머리이건 오케이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포스의 테마>가 돌아왔다
여섯 번째로 <스타워즈>를 반주하는 존 윌리엄스와 런던 심포니의 오케스트라의 음악도 두편의 프리퀄보다 오리지널 3부작에 더 귀기울였고 덕분에 <포스의 테마> <레이아의 테마> <제국군의 행진>을 다시 들을 수 있다. 반은 인간, 반은 드로이드인 신규 캐릭터 그리버스 장군의 테마는 다양한 타악기를 동원해 만들어졌고, 드라마가 나락으로 서서히 잠기는 대목에서는 새로운 합창곡이 울려퍼진다. 존 윌리엄스가 이 노래에 붙인 별명은 ‘탄식’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