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인디포럼 10년, 독립영화 10년 [1]
2005-05-31
글 : 오정연
일러스트레이션 : 이강훈
8개 키워드로 돌아보는 10년의 기억과 인디포럼2005로 만나는 미래의 가능성

독립영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독립영화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인디포럼’이 처음 관객을 만난 것이 1996년 5월. 공교롭게도 이 시기를 전후한 몇년간은 독립영화계와 검열당국의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레드헌트>와 <세발 까마귀> 등의 영화와 퀴어영화제, 인권영화제 등 수많은 독립영화제들이 사전심의를 거부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도전과 실험정신, 그리고 소수문화를 향한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독립영화가 지닌 건강한 정치성의 당연한 결과였다. 이는 다시 개별 독립영화들로 연결됐고, 주류영화와는 다른 새로움을 원했던 관객은 독립영화제로 모여들었다. 개인적인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외국과 달리, 첨예한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을 본연의 의무로 여겼던 한국의 독립큐멘터리들은 영화제를 통해 더욱 큰 사회적 파장을 그렸다. 더 많은 대중들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업영화 감독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들도 등장했다.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 영화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성격의 영화집단들이 만들어졌다. 디지털이 영화제작의 대안으로 떠오른 2000년 이후에는, 제작비의 벽으로 인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독립장편 극영화 제작이 활기를 띠었다.

이상은 열 번째 인디포럼을 계기로 돌아본 독립영화의 10년 중 지극히 일부분이다. 주류영화의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숨가쁜 이 기간을 살피기 위해, 인과율을 적용한 통시적 접근이 아닌 병렬적인 접근을 택했다. 귀납적으로 선정한 8개의 키워드,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를 대표할 만한 영화의 감독과의 짧은 인터뷰들은,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한편 미래를 향한 전망과 목표로 연결된다. 비균질적인 각각의 화두 중 어느 것 하나도 시효가 다하거나, 완전히 해결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과 타협할 수 없는 독립영화의 속성은 지금도 세상과의 많은 접점을 만들며 충돌하고 있다. 아직도 독립영화는 충분히 많은 관객과 적절한 방법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고, 아직도 독립영화는 검열로부터, 혹은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독립영화가 기다리는 것은, 이 모든 바람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순간이 아니다. 안정된 세상에 더 많은 균열을 만들기 위한 모든 시도들이 바로, 독립영화가 꿈꾸는 진정한 ‘독립’의 실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