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5] - 수상작 인터뷰 ③
2005-06-07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감독상 수상한 <히든>의 미하엘 하네케

“극영화는 1초에 24개짜리 거짓말이다”

영화제 기간 중 <망가진 꽃들> <라스트 데이즈>와 함께 현지 언론 평점 수위를 달리던 미하엘 하네케의 <히든>은 남녀 주연상보다도 먼저 감독상으로 호명받았다. 하네케는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서도, 포토콜 현장에서도, 시상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비슷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매가 진해 미묘한 표정변화를 읽어내기 쉽지 않은 탓도 있었다. 하네케는 회견장 자리에 앉자마자 “상받을 것을 기대했다”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뒤 수상 결과에 대한 질문은 더이상 없었다. 하네케는 <히든>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9월에 개봉할 것이고, 현재 오페라 <돈 조반니>를 영화화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폐막 뒤 프랑스 일간지들은 ‘하네케가 수상 결과에 실망한 것이 역력하다’는 표현을 공통적으로 썼다.

-이 영화는 죄의식에 관한 영화인가.

=이것은 개인적인 영화이다. 알제리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나 그런 문제는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에도, 유고슬라비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를 알제리 문제에 국한하면 섭섭하다.

-당신의 영화들은 인물을 바로 옆에서 보는 느낌을 준다. 그런 영화를 찍으면 자신이 각 인물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잘 이해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모든 작가는 자기 시나리오의 모든 인물을 살아야 한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그리고 모든 작가들이 그럴 것이다.

-비디오테이프로 협박하는 설정이 있다. 보통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정신병에 걸려 있거나 분노에 차 있다. 하지만 <히든>의 주인공 조르주와 그를 협박한 인물과의 관계는 파괴되었더라도 병적이진 않다. (협박자는) 어떻게 그런 병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었는가.

=나는 비디오테이프로 협박하는 일이 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병적인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내 인물들에 대해 미쳤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내 인물들을 평가하는 건 거북한 일이다.

-이 영화를 이미지의 증언이라 할 수 있는가.

=거의 내 모든 영화들이 영화 안의 진실이 가진 본질과 미디어 안의 진실이 가진 본질을 다룬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얻어지는 진실을 전적으로 의심한다. 극영화는 1초에 24개짜리 거짓말이다. 거짓이 그보다 상위의 진실을 전달하는 데 쓰일 수는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히든>에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는 리얼리티에 대한 관객의 확신을 뒤흔들기 위한 것이다. 첫 시퀀스는 분명히 진실이지만 결국 캠코더로 촬영된, (현실로부터) 훔쳐진 이미지다.

-당신의 영화를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너무 강하고 충격적이다. <히든>의 남자주인공 조르주는 인텔리다. 인텔리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덜 숨기고 살 수 없을까.

=그건 모든 인간에게 마찬가지 문제다. 감정적인 문제는 그 사람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비관적인 건 사실이다. 내 생각에 나는 인텔리지만 그게 내 삶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다니엘 오테유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았다. 당신이 배우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한다. 나는 정확한 사람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했던 배우와도 또 한다. 그게 훨씬 즐겁다. 꼭 매번 새로운 배우와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다. 다니엘 오테유와는 처음이었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

-아들의 학교가 등장하는 마지막 신에서 어린 시절 상처가 절대 낫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다음 세대는 나아질 수 있을까.

=당신이 다 대답했다. <히든>은 열린 결말이다. 주인공의 아들과 마지드의 아들이 만나는 모습에서, 두 아이가 뭔가 공모했다고 볼 수도 있고, 마지드의 아들이 조르주의 아들을 유괴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봐도 상관없다. 낙관적으로든 비관적으로든. 당신이 결정할 문제다. 나는 영화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의도를 갖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질문하는 것뿐이다.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좋은 편이었고, 더 큰 상을 기대했던 건 아닌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나.

=여기 오는 모든 감독과 배우들이 상받을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상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경쟁에 참가할 이유가 없고, 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위선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화려한 경쟁작들 속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상을 받게 되면 더 기분이 좋다. 당연한 것 아닌가.

번역 장태순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