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4] - 수상작 인터뷰 ②
2005-06-07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심사위원 대상 수상한 <망가진 꽃들>의 짐 자무시

“여행이란 사람의 삶에 대한 메타포다”

<망가진 꽃들>의 주인공 돈 존스톤은 22년 전 <천국보다 낯선>의 윌리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까지 여러 차례 망설이고, 여행을 떠나서는 던지지 못하는 말과 행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 돈은 윌리보다 식어 있다. 윌리가 제 기준대로 살다 22년 뒤 중년을 맞았다면, 과거 그 많은 여자친구들을 찾아 우울하게 순례하는 돈이 되지 않았을까. 나이든 윌리처럼 짐 자무시는 조심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공식 시사 뒤 기자회견에서나 시상 뒤 기자회견에서 자무시는 영화 속 의미를 묻는 많은 질문에 “나는 그렇게 분석적이지 않다”, “나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정말로 할말이 없어서라기보다, 경쟁부문 초청 감독들의 쟁쟁한 이름 앞에 작은 확신도 오만으로 비칠까 하는 걱정을 수시로 드러내면서. 그는 사회자가 상장 좀 보여달라는 요청에 “얼마든지”라며 천천히 붉은 리본을 끌렀다. 우아한 필기체로 ‘<Brokren Flowers>, Jim Jarmush’라 쓰여진 하얀 종이를 기자들은 카메라에 바쁘게 담았다.

-<커피와 담배>(2003) 이후로 빌 머레이와 다시 작업했다(빌 머레이는 <커피와 담배> 중 에피소드 <델리리엄>에 출연- 편집자). 둘의 만남이 <망가진 꽃들>의 시작인가.

=<커피와 담배>를 하기 전부터 이 영화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초고에서 어떤 부분을 바꿀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커피와 담배>를 하면서 빌에게 (조언 차원에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고쳐진 시나리오를 빌에게 보여주면서 참여해달라고 했다.

-왜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나.

=난 그렇게 분석적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오랫동안 빌의 영화들을 많이 봐왔고, 그의 다양한 작업을 봐왔다. 그는 내가 오래전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뒀던 건 아니지만, 첫 번째 시나리오와 현재 시나리오는 많이 다르다. 그 사이에 빌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어떤 면에서 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랐고, 빌을 염두에 두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빌의 생각들이 돈 존스톤이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돈의 과거 여자친구로 다양한 여배우들이 나온다. 샤론 스톤, 프랜시스 콘로이, 제시카 랭, 틸다 스윈튼 등. 저마다 영화 속에서 다양하고 뚜렷한 특징을 가졌는데, 그 배우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통은 스크립트를 쓰면서 누가 이 캐릭터를 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난 아주 직관적으로 혼자 마음속으로만 미리 가늠을 지어봤다. 어쨌든 그녀들이 함께 해줬다는 것이 정말 다행스럽다. 모두들 다양한 타입으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여자 캐릭터들(strong female characters)인 셈이다.

-당신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로드무비다. 여행(journey)이 있다. <천국보다 낯선>이 그랬고 <미스테리 트레인>이 그랬고 이번 영화가 그렇다. 영화의 소재로서 여정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음, 음, 여행이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메타포다. 한 사람의 인생이 여행이다. 간단하다. 난 언제나 한 인간의 여행을 뒤쫓아왔고 그 속에서 주변의 무엇이 변하는가를 뒤쫓아왔다. 여행은 아주 오래된 스토리텔링의 형태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영화는 여행과 관련돼 있고, 그 속에서 인물은 자기 주변을 옳게 해석하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것이 맞는 대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인 것 같다.

-당신의 커리어는 20년 전 이 영화제에서 시작됐다. 그때는 칸이 지금보다 높은 문턱이었을 거다. 그런 당신에게 이 영화제가 갖는 중요성과 미국 독립영화계에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칸이 갖는 의미를 말해줄 수 있는가.

=칸은 국적을 문제삼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비단 미국 독립영화만이 아니라 대만, 이란, 중국, 이탈리아 등 어떤 나라의 영화가 됐든 칸은 지지한다. 국적을 넘어서서 다양한 영화를 불러모으기 위해 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이 지금까지 내가 작업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나는 내 영화에 관한 크리에이티브를 내가 다 통제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투자를 받을 것인지, 누구를 캐스팅할 것인지. 그런 점에서 칸은 정말로 정말로 내게 큰 도움이 되어왔고, 이 자리에 와서 내 영화를 소개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영화제 기간 중 본 다른 경쟁작들이 있다면.

=빔 벤더스의 영화와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를 봤다.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특히 허우샤오시엔에 대해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그때는 너무 긴장해서 네 명의 감독밖에 언급하지 못했다. 다 언급했어야 했는데, 기억이 안 났다. 경쟁작 감독들 모두와 함께해서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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