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의 보고(寶庫)가 열 번째 수문을 연다. 10월6일부터 14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9일 동안 치러지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알려졌듯이, 열돌을 맞은 축제의 첫장은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가 쓰고, 마지막 장은 황병국의 <나의 결혼원정기>로 채워진다. <쓰리 타임즈>는 거장이 지금까지 빚어낸 스타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 올해 부산에서 상영되는 프린트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120분 버전) 때와 달리 감독의 재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135분짜리 최종본이다. 개막작에서 거장이 펼쳐 보인 미학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면, 폐막작인 <나의 결혼원정기>는 신붓감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두 노총각의 우여곡절을 따르는 대중영화다. 두 작품 모두 개·폐막작 예매 첫쨋날과 둘쨋날에 표가 동이 났다.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수는 307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중 열돌을 축하하는 특별전들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국영화특별전에는 피터 그리너웨이, 마이크 리, 켄 로치 등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감독들의 작품이 포진해 있다. ‘PIFF가 추천하는 아시아영화 걸작선’이나 ‘뉴 커런츠 10년, 그리고 현재’ 등과 같은 섹션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중심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명과도 같다. 올해로 세상을 뜬 지 30년이 된 고 이만희 감독의 회고전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건 제안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아시아영화의 창, 월드 시네마 부문의 경우 항상 그렇듯이 올해도 풍성한 메뉴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 파노라마, 뉴 커런츠,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처음 상영되는 한국영화들의 비범한 재능을 놓쳐선 곤란하다.
10번째 핸드 프린팅의 주인공은 스즈키 세이준을 비롯, 수많은 게스트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을 방문한다. 허우샤오시엔, 관금붕, 사부, 차이밍량, 성룡, 장첸, 쓰마부키 사토시, 홍상수, 김기덕 등 9월20일 현재 영화제쪽이 밝힌 1차 게스트만 400명에 달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피터 그리너웨이는 갑작스런 신작 미팅으로 불참소식을 알려왔다. 한편, 상영관 수는 지난해 17개에서 31개로 늘어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과 게스트들의 불만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일반 상영작 예매는 9월23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며, 오프라인 예매는 부산은행(전 지점), 메가박스(코엑스, 수원, 대구점), 롯데시네마(에비뉴얼, 영등포관)에서, 온라인 예매는 부산영화제(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www.pusanbank.co.kr)에서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만이 남았다. 매년 독자와 관객의 수고를 돕기 위해 가이드를 자처해왔던 <씨네21>은 올해도 강추 리스트 50여편을 작성했다. 사실 추천작을 고르는 일은 고역이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빠뜨리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은 여전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열혈 관객의 지지를 얻은 영화가 있다면 뒤늦게라도 소개할 것을 약속한다.
(*월드 시네마 부문 발타자 코르마쿠르 감독의 <천국으로 가는 초라한 여행>(A Little Trip)이 제작사쪽의 재편집 결정으로 PIFF 일정에 맞춰 재편집본의 완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통보해옴에 따라 상영이 취소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