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못본 장면]
<천군> 극장보다 막나가는 이순신?
2005-10-04
글 : 한청남

한국 사람에게 있어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이순신 장군을 영상화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그랬지만 영웅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인간적인 결점을 그릴 경우 자칫 보는 이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백수 시절을 그린 <천군> 역시 그러한 점에서 연출자의 고민이 적지 않았을 듯. 마침 DVD를 통해 공개된 두 가지 삭제 장면들은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 감독이 자진 삭제한 장면들이다.

첫 번째는 남북한 군인들의 무기를 슬쩍한 이순신이 만물상 주인에게 그것을 팔려하는 장면. 권총의 용도를 묻는 주인장에게 호두까기라고 설명하고 또 총알을 코 후비는데 쓰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박중훈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가격 흥정에 실패해 가져온 짐을 도로 짊어지고 나가는데, 돈도 안 되는 것을 왜 군인들이 찾으려 애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평한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이순신이 인삼 밀매를 위해 중국 상인과 접선을 한다. 복면을 한 채 몰래 헤엄을 쳐서 배에 오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도둑의 행세로, 민족의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뭔가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 양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두 사람이 나누는 중국말의 번역이 없어 어떤 내용의 대화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본편에 삽입되었더라도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여겨지는데 기왕 도전적인 소재를 택한 거, 코미디 영화다운 희극적인 장면들이 좀 더 나왔더라면 영화가 더욱 볼만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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