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와 우려 속에서 시작된 2005년 한국 영화계가 <웰컴 투 동막골>을 기점으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12월의 <태풍> <야수> <청연> 등 대작을 남겨놓은 상태라 아직 속단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한껏 추켜올라간 한국영화 상승세는 2006년에도 계속될 것인가?
일단 지금 준비 중인 영화들의 목록은 화려하다.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등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모두 선보일 예정인데다가 강우석, 곽지균, 김상진, 김태균, 문승욱, 박광수, 송해성, 양윤호, 유하, 이준익, 임상수, 임순례, 장윤현, 한지승 등 중견 감독들의 신작이 관객을 맞이할 것이며 김대승, 류승완, 봉준호, 이감독(이재용), 장규성, 조근식, 장진, 최동훈 등 젊고 패기있는 감독들의 영화 또한 등장하니 기대를 해볼 만하다. 그리고 첫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려는 신인감독들과 전 작품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감독들까지 가세해 내년 한국영화의 라인업은 풍부해 보인다.
2006년의 영화들 중 가장 강세를 보이는 장르는 멜로다. 똑 부러지는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영화들은 30편에 가깝다. 멜로의 득세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짧은 기간 동안에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경제사정 등으로 위로받고 싶어하는 관객의 성향을 노린 데서 비롯된 듯 보이기도 한다. 코미디영화가 비교적 많이 잡혀 있는 사정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100억원대의 대작이나 시대극도 선보일 예정이며, 독립영화계의 주류 진입 시도 또한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말아톤>의 후광효과 탓인지 실제 이야기에 기반한 인간승리의 드라마들도 눈에 띈다. 이들 다양한 영화가 2006년에 맞서야 할 가장 커다란 장벽은 아마도 독일 월드컵일 것이다.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보다 덜하다 하더라도 TV로 중계되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홀딱 빠져버릴 잠재 관객을 고려한다면, 월드컵이 열릴 6월9일부터 7월9일까지, 그리고 그 전후의 충무로는 고요할 전망이다. 물론, 월드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쪽도 있을 터. <씨네21>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년 스크린을 장식할 한국영화는 90여편에 이른다. 한해 동안 제작돼 개봉되는 한국영화가 60∼70편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많은 숫자다. 언제나 그랬듯이 현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영화 중 일부는 2007년 또는 더 먼 미래를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일은 90여편 모두를 세심하게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간지에 주어진 지면의 한계를 애통하게 느끼면서, 그동안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끄는 영화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장르라는 기준은 단순히 분류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럼 2006년 한국영화가 안겨줄 달콤새콤씁쓸매콤짭짤한 맛을 시식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