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6 한국영화 기상도 [6] - 코미디
2005-11-02
음란서생이 다세포소녀를 만난다구요?

영화감독이라는 고난의 행군을 걷는 남자와 가족 이야기 <모두들, 괜찮아요?>(감독 남선호·출연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와 한 소도시의 대학 속에서 싹트는 우스꽝스런 음모와 질투를 다룬 블랙코미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출연 문소리, 지진희)은 촬영을 끝낸 뒤 후반작업에 돌입한 영화들. ‘작업’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남녀의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 <작업의 정석>(감독 오기환·출연 손예진, 송일국)과 9년째 대학을 다니는 바람둥이와 그를 ‘자빠뜨리는’ 여검사의 이야기 <구세주>(감독 김정우·출연 최성국, 신이)는 현장에서 내년 초 터뜨릴 웃음폭탄을 한창 제조 중이다. <대한독립만세>(감독 김경형),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 <별이 빛나는 밤에>(감독 김창래), <삼거리 박씨 미행기>(감독 김동욱), <어젯밤에 생긴 일>(감독 윤여창), <조폭마누라3>(감독 조진규·출연 장쯔이), <진주라 천리길>(감독 배효민), <키에누리브스 꼬시기>(감독 김상우), <형제는 용감했다>(감독 김상진·출연 강성진, 엄태웅)도 폭소를 만들어낼 신무기를 개발 중이다. 장진 감독도 신작 <거룩한 계보>(가제)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윤서(한석규)는 은밀하게 나도는 음란소설을 한번 보고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추월색을 필명으로 정한 윤서는 <흑곡비사> 시리즈로 장안을 강타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윤서는 삽화를 넣어보자고 결심하고, 정적인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한다. 당파가 달랐던 두명의 사대부는 음란소설을 통해 친구로 맺어지기에 이른다.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썼던 김대우 작가의 감독데뷔작. 점잖은 사대부가 신세계를 접하는 초반부는 코미디지만, 차츰 은밀한 행복과 남녀의 정한을 찾는 드라마가 되고, 목숨을 내놓더라도 포기하지 못할, 저마다 소중하게 간직한 무언가를 폭발시키며 대미를 맺는 영화다.

키 170cm, 몸무게 120kg. 출렁이는 물살의 소유자인 슈퍼돼지 오동구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고 있다. 언젠가 완벽한 여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는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한 뒤 마돈나의 춤과 노래를 흉내내는 수련에 정진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오동구. 그러나 넘쳐나는 힘 말고는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 없는 그에게 수술비 500만원은 감당 못할 금액이다. 어느 날 오동구는 ‘인천시배고등부씨름대회’ 우승자의 장학금이 500만원임을 확인하고 환호하지만 이내 갈등한다. ‘남자’처럼 웃통까지 벗어젖히고 모래판에 서야 하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 앞에서. 연출을 맡은 이해준, 이해영은 잘 알려져 있듯이 <신라의 달밤>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작가 출신 감독. 내년 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끈 채정택(필명 B급 달궁)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하는 <다세포 소녀>는 이감독(<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재용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하이틴 로맨스 뮤지컬 판타지 액션 모험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전교생이 쿨하고 섹시한 ‘무쓸모고등학교’ 19금(禁) 엽기 순애보를 그린다. 찢어지게 가난해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는 스위스에서 전학온 귀티나는 꽃미남 ‘안소니’(박진우)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안소니의 마음은 미소년 ‘두눈박이’(은성)에게 향해 있다. 교내 유일의 숫총각이자 왕따인 ‘외눈박이’(이켠)는 축구부 주장의 구애를 뿌리치고 순진하기로 이름 높은 학교 맘짱 ‘도라지 소녀’(김별)를 향한 연정을 불태운다. 신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다세포 소녀>는 지난 10월8일 크랭크인, 2006년 봄 개봉예정이다.


충무로에 뱀파이어가 떴다! 흡혈귀 소재 프로젝트는 한때 유행이라고 할 만큼 여러 편이 동시에 기획됐지만, 장편영화로 완성된 적은 없었다. 현재 40% 촬영을 진행한 <흡혈형사 나도열>은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이한 설정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부패경찰 나도열(김수로)은 어느 날부턴가 사체의 끈적한 피에 얼굴을 처박고, 낯선 여자의 하얀 목덜미를 탐내는 기행을 벌인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송곳니가 솟아나고, 잠에서 깨면 천장에 박쥐처럼 매달려 있는 자신의 갑작스런 신체 변화에 어리둥절해할 무렵, 나도열은 의문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위험에 처한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이시명 감독 작품. 김수로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제작진에 따르면, 나도열뿐 아니라 악당 탁문수, 뱀파이어 헌터 비오 신부 등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물 간 록스타(박중훈)와 그를 여전히 최고라 생각해주는 매니저(안성기)의 우정을 다루는 버디무비. 자기가 여전히 스타인 줄 아는, 현실감각 떨어진 철부지 스타를 위해 스케줄을 열심히 잡아주던 매니저는 지방 라디오 방송국 DJ 제의를 록스타에게 전하고 록스타는 탐탁잖다는 태도로 DJ를 맡는다.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록스타. 매니저는 자신이 그의 앞길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떠난다. 기획자인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매니저 캐릭터는 “가방모찌 스타일의 옛날 매니저” 스타일에서 따왔고, 록스타의 모델은 ‘이치현과 벗님들’ 또는 TV쇼 <영 일레븐>에서 노래하던 송골매 정도의 이미지가 될 듯.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향수어린 분위기에 “어깨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꼬리 아홉개를 흔들며 사람들의 목덜미를 호시탐탐 노리는 괴수?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애틋한 존재? 모두 아니다. <구미호 가족>에 등장하는 여우들은 인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인간 세상에 내려오지만, 그들보다 훨씬 약삭빠르고 극악무도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곤란을 겪는 불쌍한 이들이다. 1천년 만에 한번 오는 인간으로의 변신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식들을 데리고 도시로 온 소심한 구미호 아버지는 서커스장을 운영하며 인간을 사냥하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들이 구미호란 사실을 알게 된 ‘몰카’업자에게 이용만 당하고, 치매 노인과 자살 중독증 환자 등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영상원 출신 이형곤 감독은 이 영화 안에 코미디 외에도 잔혹극, 호러, 뮤지컬 등의 요소를 녹여낼 계획이다.

로맨스는 없고, 성적인 농담은 있다

<잘 살아보세>(가제)의 안진우 감독 인터뷰

-<잘 살아보세>는 어떤 영화인가? 로맨틱코미디인가.

=충청북도 용두리라는 마을에 가족계획 지도 공무원 현주(김정은)가 피임교육을 위해 파견된다. 마을에 살던 농부 석구(이범수)는 돈을 벌겠다고, 현주는 사명감으로 지도에 나서면서 해프닝이 커져간다. 로맨스는 없고 소재상 성적인 농담은 조금 있는 코미디다.

-제목으로 봐도 시대적 배경이 중요할 듯하다.

=1962년부터 시작된 출산억제책은 1973년에 모자보건법이 통과되고 낙태가 허용되며 절정에 달한다. 처음에는 일명 333정책(3년 터울로 30살 전에 세명의 아이만 낳자)이다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뀐다. ‘하나만 낳자’를 지나 한때는 ‘가족계획은 옆집과 상의하자’(한집 건너 하나만 낳자)까지 번진다. 심지어 초반에는 아이를 둘 낳고 부부 중 한명이 불임수술을 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준 사례도 있더라. 세계에서 유래없이 단기간에 아이들을 줄인 이런 정책에는 GNP를 올리려는 발상과 해외의 자금지원이 배경이 됐다. 일종의 필요악이었다. 출산억제책이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이뤄지고 인본적인 관점은 없었다. 그러한 근시안적 태도에 반하는 인물로 변희봉 선생이 등장한다.

-의미있는 코미디라도 재미가 중요할 텐데, 에피소드를 하나만 소개한다면.

=슬랩스틱이 아니라 상황코미디 위주가 될 것이다. 이를테면, 피임약을 주면 누가 먹는지 몰라서 남편이 먹고 잠자리에 드는 등 실존 에피소드들이 꽤 있다.

-로케이션은 주로 경남이라고 들었다.

=주무대인 용두리 마을은 경남 하동의 <토지> 세트장을 리모델링했고 강화쪽에서는 읍내 거리를 준비했다. 촬영 8회차인데 이동이 많아 자동차 계기가 3500km가 나오도록 돌아다녔다. 처음 영화에 보여지는 새롭고 좋은 로케이션들이 꽤 많다. 좋은 풍경을 밑그림으로 한 세련된 화면의 코미디를 기대해도 좋다.

인터뷰뽕짝이 흐르는 아버지와 딸의 드라마

<트로트의 여왕>의 장규성 감독

-<트로트의 여왕>은 어떤 이야기인가.

=요즘 장윤정 같은 젊은 여자가수가 마침 트로트를 불러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트로트의 여왕>을 구상한 것은 5년 전이다. 밤무대 무명가수인 아버지는 정식 데뷔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이제 20살이 넘은 그의 딸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며 화려한 댄스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트로트 가수로 데뷔,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게 된다.

-왜 트로트 가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나.

=왜 자꾸 선생 영화만 만드냐고, 선생한테 한맺힌 거 있냐고 그래서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를 하게 됐다. (웃음) 원래 트로트를 좋아한다. 감상적인 가사와 꺾는 부분 같은 트로트 특유의 맛 때문에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장르지만,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없다. 트로트 이야기를 끌고 들어오긴 하지만 사실 영화는 코믹한 성격이 가미된 아버지와 딸의 드라마다. <선생 김봉두> 같은 전작들에서 트로트 장면을 가미해서 미리 살짝 시도해봤다.

-진행상황은.

=시놉시스는 내가 썼지만 <올드보이> <야수와 미녀>를 작업한 황조윤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젊은 여자애가 ‘왜’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는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갈 것이다. 내년 1월쯤 크랭크인해서 가을쯤 개봉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여름 <트로트의 여왕> 작업이 끝나는 대로 시작할 <군수와 이장>이라는 영화를 바로 시작할 예정이다. <군수와 이장>은 시골에서 초·중·고를 다같이 나온 30대 동창 둘이 나오는 얘기로, 정치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다.

글 <씨네21> 취재팀·사진 <씨네21>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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