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6 한국영화 기상도 [8] - 기타 장르
2005-11-02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시라

강풀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호러영화 <아파트>(감독 안병기)는 현재 캐스팅을 진행 중이며, 엽기발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감독 조범진)은 6년의 작업 끝에 마무리 손질만이 남은 상황이다. 용 전설을 소재로 삼은 판타지영화 <D-WAR>(감독 심형래·출연 제이슨 버) 또한 껍질을 깨고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극장가 메뉴를 풍성하게 해줄 작가주의 성향 또는 독립영화 출신 젊은 감독들의 영화도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피터팬의 공식>(감독 조창호·출연 온주완, 김호정)과 <방문자>(감독 신동일·출연 김재록, 강지환)는 이미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양아치어조>의 후일담격인 조범구 감독의 <뚝방전설>이 그뒤를 잇는다. <삼거리 극장>(감독 전계수)은 뮤지컬과 괴담, 코미디 등을 뒤섞은 복합장르 영화를 지향하는 영화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세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첫 번째, 가족과 남자친구 등의 문제로 휴학 상태인 무용 전공 대학생 정희(김혜나). 두 번째, 우연히 사랑에 빠져드는 공중전화 철거 작업반 근우(이상우). 세 번째, 박사 과정 준비생이자 이제 군대 말년에 접어든 김 병장(김태우)과 그의 아내(백정림). <내 청춘에게 고함>은 이 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기이한 화법을 추구하는 영화다. 영진위 공동제작지원 3억원, NHK 제작지원 4억원 등을 포함해 11억원 정도의 알찬 저예산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단편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로 많은 주목을 끌었고,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 생활 등을 거친 김영남의 첫 번째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와 백인 아내 소피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진다. 그러던 중 소피는 우연히 불임센터에 정자를 팔러온 한국 남자 지하를 알게 된다. 소피는 남편과 비슷한 외모에 혈액형까지 같은 지하를 찾아가 정자 제공을 조건으로 섹스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계약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점점 더 감정의 사슬 안으로 얽혀들어간다.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 <그집앞> 등을 만든 김진아의 첫 번째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사회적인 금기를 일탈하여 갈등 속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여성의 궤적을 쫓아갈 예정이다. 이창동 감독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미 합작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1997년 이태원의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여자친구와 햄버거를 사러 들어갔던 청년이 재미동포와 미8군 소속 군인 일행에게 잭나이프로 찔려 숨진 사건을 가해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다. 당시 두명의 용의자는 서로 자기가 목격자이며 상대가 진범이라 우겼고, 사건을 수사한 국내 검찰과 미 육군범죄수사대(CID)는 서로 다른 인물을 살인범으로 지목했다. 사건은 2년 뒤 대법원 형사부는 재미동포를 무죄로 확정짓고 미군을 유죄판결 내리면서 종결됐다. <1/2>은 두 용의자의 시점과 진술에 모두 힘을 실어 관객으로 하여금 두 가지 시점이 모두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 것이라고. 당시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논리적 정황을 재구성한다는 의도다. 재미동포와 혼혈아라는, 국적과 인종의 경계에서 살아온 두 인물의 개인적 삶의 배경도 훑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선택>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등 리얼리즘의 편에서 영화를 만들어온 홍기선 감독의 2005년 PPP 프로젝트 당선작이다.

청춘은 달린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노동석 감독

-제목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인데 왜인가.

= 원래는 <미래소년>이라는 가제였는데 상업영화로서 확 들어오질 않는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바꿨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 영화 중 한편인 아서 펜의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하지만 특별히 그 영화의 특정한 내용에 대해 오마주를 바치는 것은 아니다. 청춘영화의 활력 같은 걸 담아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거다.

-지금 단계는.

=캐스팅 중이다. 기성배우나 신인배우에 구애받지 않고 캐스팅하려 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두 남자가 주인공인데, 한명은 거의 캐스팅됐고, 나머지 한명은 지금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두명 다 곧 정해질 것 같다. 촬영은 12월쯤 들어갈 예정이다. 인권영화 옴니버스 <랜덤>(가제)을 작업한 스탭들과 다시 한 번 같이 할 거다.

-20대 초반 두 청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게 없는 편이다. 내용에 대해 말해준다면.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의 일부가 모태가 됐다. 서울 마포구 일대가 배경이 될 것이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20살쯤 되는 남자와 23, 24살쯤 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둘은 한 동네의 형, 동생 관계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진입하는 그 시기의 일들이 많이 들어가게 될 것 같다. 현재 나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말한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에피소드를 따라 누적되면서 만들어지는 정서다.

-이번 영화의 형식적 주안점이라면 무엇인가.

=일단 전작과 별개의 상업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시기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정말 그 상황과 시간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바람이다. 마포라는 실제 현실의 그 공간감 같은. 전작보다는 다소 동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글 <씨네21> 취재팀·사진 <씨네21>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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