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사과>(감독 강이관·출연 문소리)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남자와 사랑을 고백한 남자 사이에 서 있는 한 여성을 그리는 영화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의 삶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 <8월의 일요일들>(감독 이진우·출연 양은용, 오정세)도 완성돼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됐다.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갈등을 그리는 <데이지>(감독 유위강· 출연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 강력반 형사와 명망가 며느리의 벼랑 끝 사랑 이야기 <로망스>(감독 문승욱·출연 조재현, 김지수), 대학 시절 친구로 지내다 10여년 뒤 다시 만난 남녀의 이야기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출연 설경구, 송윤아), 바람난 아내를 가진 한 남자의 질투담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감독 김태식·출연 박광정, 정보석)는 촬영을 끝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건축학 개론>(감독 이용주), <그날의 분위기>(감독 채리라), <내 모든 것을>(감독 미정), <마이 페어 레이디>(감독 홍현기), <싸움>(감독 한지승), <야만의 밤>(감독 이송희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계십니까?>(감독 정윤수), <히어로>(감독 박진성)는 한창 준비작업을 펼치고 있다. 80년대라는 극악한 시대 속 절박한 사랑을 그리는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또한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초등학생인 조강(조승우)은 맑은 날 노란 우비를 입고 등교하는 아리(강혜정)와 한반 짝꿍이 되어 누구보다 가깝게 지낸다. 그런데 조강이 홍역을 앓던 날, 아리는 조강의 곁을 떠나버린다. 고2가 된 조강은 10년 만에 연락해온 아리를 만난다. 암자에서 생활하는 아리를 위해 조강은 지극정성을 다하지만 아리는 또 말없이 떠난다. 8년 뒤, 은행원이 된 조강 앞에 마치 어제 만나고 헤어진 사람처럼 나타난 아리는 미국행을 이야기한다. 아리를 배웅한 조강은 다음날 아리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발견한다.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가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여주인공 아리의 캐릭터를 생각해서” 제목을 지었다는 멜로 <도마뱀>은 18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요즘 언론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커플 조승우와 강혜정이 나란히 주연을 맡았다.
우정과 사랑 사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경계 허물기. <연애소설>을 감독한 이한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청춘만화>는 제목 그대로 명랑하고 밝은, 만화처럼 즐거운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13년지기 친구들이다. 지환은 성룡을 꿈꾸는 스턴트맨 지망생으로 태권도과에 다니고 있다. 지환의 소꿉친구인 달래는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배우 지망생이지만 무대공포증이 있다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구박을 멈추지 않는 지환과 달래에게 각기 연인이 생기자, 둘은 야릇한 긴장감에 빠져든다. 지환의 어린 시절로는 <안녕, 형아>의 박지빈이 출연한다.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음악 실기시험 도중 똑같이 피리 소리를 내지 못한 영남(윤진서)과 재희(김동윤). 그때 처음 쑥스러운 눈빛을 마주쳤던 열여덟의 두 아이는 달큰한 사랑의 멜로디 속으로 빠져든다. 이들은 학교와 극장, 그리고 모든 일상을 함께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메신저로 소통하며 그것도 모자라 메일까지 주고받는다. 그런 행복한 나날을 뒤흔든 것은 갑작스런 재희의 사고. 그렇게 재희와 헤어진 뒤 슬픔 속에 머물던 영남의 나날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아카데미 17기 출신 최창환 감독의 데뷔작 <울어도 좋습니까?>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련한 사랑을 상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감독은 고향인 전주를 배경으로 삼아 좀더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낼 계획이다.
멜로영화의 장인 곽지균 감독이 <청춘> 이후 5년 만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등학교 축제에 참가한 민혁(지현우)은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 소녀 미현(임정은)을 사랑하게 되지만, 마음을 여는 듯했던 미현은 아무 말도 없이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2년 뒤, 패러글라이딩에 빠져 있는 민혁 앞에 미현이 나타난다.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떠났었다고 고백한 미현은 민혁에게 “곧 죽을 여자랑 연애 안할래?”라고 묻는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던 민혁은 평범한 젊은 연인처럼 미현을 아껴주고, 오로라가 뜨는 하늘 위를 날고 싶다는 그녀의 소원까지 들어주고 싶어한다.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간직한 곽지균 감독은 이 낯익은 스토리에 자신만의 색채를 새겨넣을 것이다.
<달콤한 인생>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등에서 감초 같은 배우로 나왔고, <파이란> <블루> 등에서 생생하고 맛깔나는 대사를 만들어낸 충무로의 ‘멀티플레이어’ 김해곤의 감독데뷔작. 1998년 영화진흥공사(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 우수상을 받았던 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 동대문에서 식당을 하는 어머니를 돕고 있는 영운(김승우)은 룸살롱 아가씨 연아(장진영)와 가까워진다. 약혼녀 수경과 사귀고 있던 영운은 거침없고 화끈한 연아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지만, 어머니는 몰래 영운과 수경의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 날짜를 잡아버린다. 과연 연아는 영운을 포기할 수 있을까? 김해곤 감독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웃음 속에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는 영화”라고 표현한다.
사랑은 남녀를 넘는 더 큰 무엇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 인터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가제)은 어떤 이야기인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원작으로 삼는다. 인생을 진짜 불우하게 살다간 사형수와 세번 자살을 꿈꿨던 여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고 싶어했던 여자가 스스로 죽음이 예정돼 있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뭔가 벌어진다. 소통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가.
=애정이라고 하기에는…. 멜로의 포장을 쓴 프로파간다랄까? (웃음)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더 크게 보면 한국 사형제도의 모순을 다룬다. 영화라는 매체가 그런 것을 강하게 주장할 수야 없지만 한 남자의 죽음을 보면서 사형제도가 얼마나 나쁜 건지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남녀의 애정보다는 좀더 큰 범주의 인간애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지난해 <역도산>과 관련해서 <NHK>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이 있다. 그때 공항에서 우연히 그 책을 구입했는데, 다 보고서 벌떡 일어나게 됐다. 당시 나는 <착한 남자>라는 다른 영화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소통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뭔가 확 오는 게 있더라. 마치 하늘에서 나보고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라고 내려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공지영 작가도 이 소설을 송해성 감독이 영화로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거다.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부산영화제 때 관객과의 만남에서 흥행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상업영화로 성공하려는 감독이 흥행에 실패하다 보니 좀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것도 소통이지만, 감독이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전히 만드는 사람의 진심을 보여주려 하겠지만, 좀더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