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성희의 터치 디즈니! 10살 생일을 맞은 <토이 스토리>
2005-11-17
글 : 김성희
토이 스토리 10년, 극장판 3D 디지털 애니 10년

1995년 첫선을 보인 100% 3D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꽉 찬 10살을 맞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생일을 자기가 친구들에게 알려 선물을 타먹는 장난꾸러기 악동처럼, 10주년 기념판 DVD를 내며 호들갑을 떠는 픽사와 디즈니의 밉지 않은 자축연을 즐겨보자.

<토이 스토리>가 10년이 되었다는 것은 3D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10년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의 특수효과 장치로만 인식되었던 3D 컴퓨터 그래픽을 하나의 애니메이션 기술로 독립시켜 완성한 <토이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커다란 이슈였다.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은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셀과 스톱모션이었는데, 극장판은 100% 애니메이터들이 손으로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작방식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픽사가 그림이면서도 그림 같지 않은 컴퓨터그래픽만으로 8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채운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 모험이 시작될 수 있도록 신생회사의 손을 잡아준 디즈니 역시 모험이었다.

누구나 처음은 두렵다. 월트 디즈니가 100%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극장에 걸면서 관객들이 현란한 색채에 어지럼증을 느끼고 극장에서 뛰쳐나갈 것을 염려했듯, 토이 스토리의 제작진들 역시 100%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상영하며 관객들의 반응에 조마조마하지 않았을까.

픽사와 디즈니의 모험이 세계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꾸었다.

1996년 아카데미영화제는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존 라세터 감독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는 3D 애니메이션이 물결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은 흔히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은 ‘디지털이 차갑다’고 한다. 디지털이 차갑다는 선입관을 갖게 된 데는 기술적인 한계가 한 몫을 했다. 3D 애니메이션이 처음 선보였을 때, 당시의 컴퓨터 용량과 그래픽 프로그램의 한계 때문에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라인과 단조로운 색상으로 표현되었다. 딱딱함과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무채색의 메탈 질감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 그래픽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폭파신이나 전투신 같은 장면들이 특수효과 부문에 자주 사용되었다. 덕분에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은 ‘차갑다’, ‘인간미가 없다’는 것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그러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차갑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다투다가 서로를 신뢰하게 되어 미소 짓는 우디와 버즈의 우정, 자신의 주인이었던 에밀리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카우걸 제시의 슬픔, 귀여운 꼬마 숙녀 부 때문에 쩔쩔매는 몬스터 셜리와 마이크의 코미디를 보고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로 이어지는 픽사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온기를 담는 저장고는 기술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속에 따뜻함과 가족애를 담아낸 픽사는 디즈니 본사보다 더 월트 디즈니의 계승자처럼 보인다.

월트 디즈니가 매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시도를 했듯, 픽사 역시 매번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3D 애니메이션의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강아지의 털이나 나뭇잎의 세부묘사 등에는 어색함이 배어있던 <토이 스토리>였지만,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3D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동물의 털을 몇십만개로 만들어 실제 털 못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가지게 하였고, <니모를 찾아서>의 깊은 바다 속이나 <인크레더블>의 마천루 너머로 석양이 지는 도시풍경조차 실사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그 픽사를 진두지휘하는 존 라세터 감독은 여러모로 월트 디즈니와 닮았다. 스토리에 맞게 그려진 그림들을 쭉 벽에 붙이고 여러 애니메이터들을 모아놓은 앞에서 스스로 이야기꾼이 되어 원맨쇼를 펼치던 월트 디즈니. 사업과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던 만능 재주꾼 월트 디즈니처럼 존 래세터 감독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녹음실의 성우들 앞에서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자신도 뛰어난 3D 애니메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보다는 사업에 더 열중한다.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는 일부러 못 만든 홍보영화 속 배우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 역시 그의 수다가 없었다면 반쪽짜리 DVD가 되었을 것이다.

존 라세터 감독

늘 보던 디즈니의 자화자찬이어서 식상할 법도 하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같이 웃으며 칭찬해주고 싶어진다. 살이 많이 빠진데다 안경마저 벗어서 알아보기 어려운 피터 잭슨 감독을 비롯해 조지 루카스, 톰 행크스 등 여러 유명인사들의 축하인사도 있다. 전에 나온 DVD에 단편 애니메이션 외에는 서운할 만큼 부가영상이 없었던 것을 보완하듯, 사운드도 보강하고 삭제장면과 게임, 메이킹 과정, 음성해설 등 부록도 풍성하다. 다음번 작품 <카>의 홍보영상도 있다. 디즈니와 픽사가 곧 결별하지 않느냐고? 올해 개봉한 <치킨 리틀>을 필두로 디즈니가 3D를 자체제작하기 시작했지만, 그 뒷심을 대고 있는 것은 아직 픽사의 기술이다.

디즈니와 픽사가 만들어낸 훈훈하고 따뜻한 3D 애니메이션들은 아직도 전진중이다. 10년이 더 지난 뒤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발전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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