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뜻 깊은 시간이다. 추석을 맞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조상신들을 만나보자. 미국의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이어도 소재를 다양한 곳에서 얻기 때문에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조상신이 등장할 때가 있다. 물론 서양에서 보는 동양의 문화이기 때문에 부정확하고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조상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리라.
디즈니에서 조상신의 개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은 중국의 고대설화를 바탕으로 한 <뮬란>(1998)이다. 집안에 사당을 모셔놓고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조상님들께 기도를 드리며 절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사당 안에 비석들이 가득하다던가, 한 나라의 임금이나 바다 속 용왕을 상징하는 동물인 용을 집안의 수호신으로 부리는 등 엉뚱한 묘사가 웃음을 자아내기는 한다. 그러나, 파씨 가문의 조상들이 뮬란이 잘못될까봐 가족회의를 하고, 가장 강한 수호신을 보내면서까지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에는 미소를 짓게 된다. 우리가 산소를 만들 때 명당을 찾고,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조상님들을 기리는 이유 중에는 우리들에게 좋은 기운을 보내주시고,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돌봐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2001)에 묘사된 전설 속의 왕국 아틀란티스의 조상신들은 규모가 좀더 크다. 죽은 선왕들이 거대한 돌 비석이 되어, 태양처럼 빛나는 거대한 크리스탈 주위를 돌며, 아틀란티스의 하늘에서 나라를 수호하고 있다. 욕심이 많은 후손 때문에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거대한 돔을 형성해 안전하게 보호한다. 낯선 문명의 침입자들에 의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울 때는 왕실후계자인 키다 공주에게 힘을 주어서 거대로봇을 움직이고 나라를 보호한다. 조상님들이 지켜주시는 나라. 정말 든든하지 않은가.
<브라더 베어>(2003)에 묘사된 빙하기 이누잇족의 조상들은 단순한 영혼들이 아니다. 그들은 산 위에서 아름다운 영혼의 오오라를 형성하고 만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눈 덮인 딱딱한 대지를 녹여 아름다운 꽃과 풀들이 자라게 하기도 하고, 세상을 화목하고 좋은 곳으로 변화시킨다. 브라더 베어가 묘사한 영혼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관점에 따른 선악의 구분이 없다. 곰이나 늑대, 독수리, 맘모스 등도 모두 선한 영혼이며, 자연과 인간을 모두 사랑하는 초월적인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키나이가 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을 때, 그에게 역지사지를 할 수 있도록 곰으로 변형시키며 세상의 좋은 면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데나히가 곰으로 변한 동생 키나이를 못 알아보고 죽이려할 때는 영혼이 된 형 시트카가 등장해 그를 만류한다. 영혼의 오오라 덕분에 인간과 동물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를 유지한다.
이번 추석에는 둥근 달과 DVD를 보면서 조상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려보면 어떨까. 조상님들이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고 계실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