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클래식이 없는 첫 해, 2005년.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디즈니 클래식'이 무엇인지 먼저 짚어보고 가자. 디즈니 클래식(Disney Classics)은 플래티넘 에디션이나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란 단어들과 연관은 있으나, 다른 의미를 지닌 말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디즈니'사에서 '자체 제작'된 '전통적인 스타일(손으로 그린 셀 방식)'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뜻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있다.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합작으로 제작된 작품, 속편, 극장판이 아닌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은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다. 첫 작품은 1937년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였으며, 마지막은 44번째 작품이었던 2005년의 <카우 삼총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노키오>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고전부터, 디즈니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었던 <인어공주>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같은 작품들이 모두 디즈니 클래식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같은 작품은 픽사와의 합작품인데다, 전통적인 셀 방식이 아니므로 클래식에 포함되지 않았다. 디즈니에서 제작되는 여러 셀 작품들 중 해마다 1편의 작품이 디즈니 클래식으로 분류되어 리스트에 오르는 영광을 갖게 되며, 제작이 되는 해부터 미리 공지되어 디즈니 매니아들을 기쁘게 해왔다.
그러나 2002년 <보물성>의 참패 이후 디즈니는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의 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점차 폐쇄하기 시작하였고, 올해는 모든 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폐쇄한 상태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처음으로 픽사와의 합작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을 발표하기로 한 올해. 우리는 과연 디즈니 클래식을 만날 수 있을까?
디즈니 내부에서도 아직 <치킨 리틀>을 디즈니 클래식에 포함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1995년 처음으로 극장판 전체분량을 모두 3D로만 만든 <토이 스토리>의 성공 이후, 세계는 3D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졌다. 소니픽쳐스(파이널 판타지), 드림웍스(슈렉), 20세기폭스사(아이스 에이지) 등이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서야 디즈니가 3D를 자체 제작하기로 한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었던 분야를 없애버리는 것이 잘 하는 행동일까? 영화관련 정보사이트인 '에인트잇쿨닷컴'은 올해 시그라프2005에 디즈니 부스가 없었다."는 소식을 8월 6일자로 전했다.
셀 방식 애니메이션이 사라지고 아직 자체 제작 3D애니메이션에 대한 검증이 없는 상태인지라 디즈니로서는 당연한 행보이겠지만, 디즈니 마니아들에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디즈니 애니메이터는 뛰어난 솜씨를 지닌 셀 애니메이터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그 많던 애니메이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해답은 8월 27일 얻게 될 것 같다. 미국의 애니메이션필름협회인 아시파 할리우드(ASIFA Hollywood)에서 <DREAM ON SILLY DREAMER>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2002년 "The Tom Meeting"이라고 이름 붙여진 회의 이후 디즈니 버뱅크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해고사태에 대해,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실제 디즈니 애니메이터였던 단 룬드(Dan Lund)와 토니 웨스트(Tony West)가 감독과 프로듀서를 나눠맡아서 2년간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푸념담이 될 지, 디즈니 애니메이터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들을 위해서라도 디즈니 클래식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수많은 전설과 역사를 만들어내던 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 역시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남는다. 45번째부터는 비어버린 디즈니 클래식. 다시 리스트를 채울 수 있을까?
한편으로, 디즈니 클래식 팬들을 위로하는 소식도 있다. 1년 마다 1편씩 10년간만 나온다며 팬들을 감질나게 하던 플래티넘 에디션 DVD가 올해부터는 3월과 10월에 각각 출시된다. 디즈니 클래식의 명작들 위주로 선정되는 플래티넘 에디션은 현재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 <밤비>가 출시되어 있다.
올해 10월에 6번째 플래티넘 에디션 <신데렐라>가 나올 예정이다. 그 뒤로 <레이디와 트램프> <인어공주>(2006년) <정글북> <101마리 달마시안>(2007년)이 기다리고 있으며, 10년이 넘어도 계속 나온다고 한다.
예전의 명작을 리마스터링된 화질과 음질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역시 디즈니!"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플래티넘 에디션. 디즈니 클래식 리스트를 보며 다음번 플래티넘을 점쳐보는 것도 즐거울 듯.
1.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1937) 세계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2. 피노키오 Pinocchio(1940)
3. 환타지아 Fantasia(1940)
4. 아기 코끼리 덤보 Dumbo (1941)
5. 밤비 Bambi (1942) 최초로 멀티플레인기법을 쓴 장편 애니메이션
6. 살루도스 아미고스 Saludos Amigos(1943)
7. 세 명의 기사 The Three Caballeros(1944)
8. 메이크 마인 뮤직 Make Mine Music(1946)
9. 펀 앤 팬시 프리 Fun and Fancy Free(1947)
10. 멜로디 타임 Melody(1948)
11. 이카보드와 토드의 모험 The Adventures of Ichabod and Mr. Toad(1949)
12. 신데렐라 Cinderella (1950)
13.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Alice in Wonderland (1951)
14. 피터 팬 Peter Pan (1953)
15. 레이디와 트램프 Lady and the Tramp (1955)
16. 잠자는 숲속의 공주 Sleeping Beauty (1959) 애니메이션 최초의 장편 시네마스코프
17. 101마리 강아지 One Hundred and One Dalmatians (1961) 최초로 복사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18. 아더왕의 검 The Sword in the Stone (1963)
19. 정글 북 The Jungle Book (1967)
20. 아리스토캣 The Aristocats(1970)
21. 로빈 훗 Robin Hood (1973)
22 곰돌이 푸 오리지널 클래식 The Many Adventures of Winnie the Pooh (1977)
23. 버나드와 비앙카의 구출대모험 The Rescuers (1977)
24. 토드와 코퍼 The Fox and the Hound (1981)
25. 타란의 대모험: 마법의 항아리를 찾아서 The Black Cauldron (1985)
26. 위대한 명탐정 바실 The Great Mouse Detective (1986)
27. 올리버와 친구들 Oliver & Company (1988) 디즈니 최초로 컴퓨터그래픽을 도입한 작품
28.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
29. 코디와 생쥐구조대 The Rescuers Down Under (1990)
30.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91)
31. 알라딘 Aladdin (1992)
32. 라이온킹 The Lion King (1994)
33. 포카혼타스 Pocahontas (1995)
34. 틀담의 꼽추 The Hunchback of Notre Dame (1996)
35. 헤라클레스 Hercules (1997)
36. 뮬란 Mulan (1998)
37. 타잔 Tarzan (1999) 최초로 딥캔버스 기법 사용
38. 환타지아 2000 Fantasia 2000 (1999)
39. 쿠스코? 쿠스코! The Emperor's New Groove (2000)
40. 아틀란티스:잃어버린 제국 Atlantis: The Lost Empire (2001)
41. 릴로 & 스티치 Lilo & Stitch (2002)
42. 보물성 Treasure Planet (2002)
43. 브라더 베어 Brother Bear(2003)
44. 카우 삼총사 Home On The Range(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