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성희의 터치 디즈니! 디즈니 속 아버지와 아들
2006-01-18
글 : 김성희
<치킨 리틀>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뛰어넘기 어려운 독재자? 또는 본보기가 될 스승? 아니면 인정받고 싶은 보스일까. 2005년에 제작된 3D <치킨 리틀>과 셀 애니 <쿠스코? 쿠스코! 2>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동안 디즈니 속의 아버지와 아들은 어떠했는가. 몇 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자식에게 생명을 주고 헌신하는 역할(<피노키오(1940)>)과 근엄하고 위대하지만 자애롭지는 않은 모습(<밤비(1942)>)으로 나뉘어 있었다.

밤비의 아버지는 밤비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부재했다가, 밤비가 엄마를 잃자 나타나 보호자가 된다. 그 후 소년이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밤비의 아버지는 멋진 지도자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전혀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시의 가족에서 가장으로서 사회생활에만 충실하던 아버지의 역할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디즈니 애니 주인공이 소녀들이나 고아, 편모슬하의 어린이로 한정되면서 오랫동안 디즈니 애니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자세히 묘사하는 것을 보기는 어려웠다. 디즈니 애니 속에서 아버지가 다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라이온 킹(1994)>과 <타잔(1999)>에서인데, 역시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서먹하기 그지없다.

<라이온 킹>

<라이온 킹>에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무파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무파사는 동생의 계략 때문에 죽게 되고, 어린 심바는 삼촌의 계략 때문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데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청년기의 그에게 아버지의 이미지는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위대한 지도자의 환상, 닮고 싶은 이상형의 이미지일 뿐이다.

<타잔>은 낳아준 아버지는 아니지만 자신을 길러준 고릴라 아버지 카작의 기대에 늘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고 외모마저 달라서 대립하고 있다. 타잔이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은 외부의 침입에서 가족을 지켜낸 후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다정다감해진 것은 <니모를 찾아서(2003)>에서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하던 소심한 아버지가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먼 여정도 마다않는 모습, 아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진심으로 아버지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가정 일에 관심이 많고, 아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도 하는 친구 같은 모습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쿠스코? 쿠스코! 2>

그럼 다시 <치킨 리틀>, <쿠스코?쿠스코!2>를 보자. <쿠스코? 쿠스코!2>에서 크롱크는 아들이 사회적인 풍요로움과 완벽한 가정,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바라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다가 결국 모든 것이 들통 나서 망신을 당한다.

<치킨 리틀>에서 치킨 리틀은 혼자만 발견한 사실 때문에 하늘이 무너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가 동네유지인 아버지를 망신시킨다. 자기 때문에 명예가 실추된 아버지를 위해 치킨 리틀은 유명선수였던 아버지처럼 야구를 배워 타석에 서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두 작품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마음편한 관계는 아니다. 아버지의 기대와 아들의 희망이 달라지면서 겪게 되는 이 갈등은 쉽게 풀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말미에서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으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 관객과 아들 관객이 한번쯤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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