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김성희의 터치 디즈니!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2005-10-17
글 : 김성희
로알드 달 원작의 클레이메이션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 중 <찰리와 초콜릿공장>과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받는 또 하나의 걸작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다. 196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코뿔소에게 부모를 잃은 고아소년이 못된 이모들의 구박을 받다가, 우연히 마술사에게 받은 약을 먹고 자란 거대한 복숭아와 벌레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진 모험을 즐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용 영화로 명성을 얻고 있는 디즈니에서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뒤틀린 유머와 기괴한 캐릭터들을 어떻게 이미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로알드 달 소설 속의 이미지를 제대로 형상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팀 버튼이 아닐까. 이 작품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똑같이, 팀 버튼이 제작을 맡고, 헨리 셀릭이 감독을 맡았다. 팀 버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헨리 셀릭이 자신의 역량을 좀더 넓게 펼쳐 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닝 부분을 장식하는 실사부분은 세트장에서 촬영한 인공미가 물씬 풍긴다. 1950년대 미국 잡지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제임스의 부모와 해변 풍경, 제임스가 부모를 잃고서 살게 된 이모네의 잔뜩 뒤틀린 앙상한 나무와 휘어진 집, 부조화를 이루는 화려한 색의 옷을 걸친 두 이모의 모습은 팀 버튼 영화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다.

제임스가 이모들 몰래 복숭아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부터 클레이메이션으로 변환되는데, 여러 캐릭터가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1주일에 1분 분량을 찍으며 3년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팬들에게는 조금 아쉽게도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완성도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 음악과 꼭 맞는 베짱이의 연주장면이나, 유령선에서 나침반을 빼앗기 위해 싸우는 장면 등은 클레이메이션으로서 나무랄 데 없이 잘 연출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건들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튀는 느낌이 든다. 악당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조금 많아서 유아들에게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캐릭터의 외모 역시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는 흡입력이 조금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로알드 달의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뮤지컬 시퀀스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철갑상어의 공격이나 유령선에서의 활극 등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흥미진진하지만, 갑자기 뮤지컬 부분만 나오면 지루해지고 만다. 먹을 것이 없어서 결국 자신들이 타고 있는 복숭아를 먹기로 결정하고 다같이 복숭아를 요리하는 장면이나, 달밤에 사랑에 대한 노래를 하는 장면은 평범하게 연출되었다. 재미있는 가사에 맞게 조금 더 다양한 시각화를 꾀했더라면 아는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에 들어가는 노래들은 <몬스터 주식회사>,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 등의 주제음악으로 친숙한 랜디 뉴먼이 맡았다.

제임스의 꿈 장면에 쓰인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은 참신하다. 실사부분 배우들의 얼굴사진에 그림으로 그린 벌레몸뚱이를 연결시켜 연출하였는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돋보인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는 1997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차지하였고, 아카데미 코미디 뮤지컬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우리나라에 SE로 DVD가 출시되어 있는데, 부록은 다 합해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 부가영상 뿐이다. 제작과정에서는 풍뎅이 부인 연기를 맡은 수잔 서랜던 등 성우들의 인터뷰와 헨리 셀릭 감독과 스태프들의 제작과정 소개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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