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미리 보기 [3]
2005-12-14
글 : 박혜명

“이 영화는 서로 배신했다가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

앤드루 애덤슨 감독

앤드루 애덤슨은 자신이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감독으로 정해졌다는 전화를 제작자 페리 무어로부터 받고나서 “나는 <나니아…>를 이렇게 만들겠다”며 주말 동안 20페이지가 넘는 컨셉 노트를 작성해 무어에게 전달했다. “<반지의 제왕>은 어마어마하고 무서운 영화, <해리포터>는 양식화된 영화다. <나니아…>는 프로덕션 스케일은 크지만 이야기는 아주 작은 영화”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지막 전투신의 연출 컨셉은 무엇이었나.

=감정이 흐르기를 바랐다. 굉장히 스케일이 큰 장면이지만 규모를 보여주기보다는 아이들의 얼굴을 담은 클로즈업이 많다. 그 전투는 사실상 에드먼드와 피터의 이야기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형제애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긴장과 템포도 강렬한 속도보다는 감정의 동화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애니메이션 <슈렉>으로 데뷔했고, <나니아…>는 당신의 첫 실사 장편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연출에서 피부로 느낀 차이점은.

=제일 큰 차이는 날씨다. (웃음) 날씨는 정말 컨트롤이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스토리텔링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또 프로덕션이 끝나고 포스트프로덕션에 접어들면 실제적인 작업과정도 거의 비슷하다.

-<나니아…>가 영어권 국가에서는 매우 유명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관객에게 어떻게 영화가 어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영화는 서로를 배신했다가 용서하고 희생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그것은 매우 보편적인 주제다. 또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원작을 접하기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원작을 아느냐 모르느냐, 읽었느냐 아니냐는 영화를 보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다.

“<태극기 휘날리며> 흥미롭게 봤다 ”

마크 존슨 프로듀서

마크 존슨은 <레인맨> <굿모닝, 베트남> <벅시> <노트북> 등을 만들어온 프로듀서다. <나니아…>는 그의 커리어상 가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영화. 프로듀서답게 그는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나니아…> 개봉일이 언제인지를 물었다. 12월29일이라고 기자들이 답하자 그는 “그날이 (개봉하기) 좋은 날인가?”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2권부터 영화화하기로 한 까닭은 무엇인가.

=C. S. 루이스가 맨 처음에 쓴 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2권은 전편 가운데 최고라고 본다.

-프로듀서와 감독으로서 애덤슨과 본인이 영화화 방향과 관련해 합의한 부분은 무엇인가.

=원작대로 가자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었다. 몇 가지 차이는 있다. 오프닝신의 폭격 장면은 책에 없다. 얼음 폭포 장면도 영화에만 있다. 그 외 대부분은 원작대로 갔다.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프로듀서로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레인맨>도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었다. 그건 배우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게다가 <나니아…>는 규모가 크고 아이들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어야 했다. 저기, 근데, 좀 물을 게 있다. 내가 지난해 아주 훌륭한 한국영화 한편을 봤는데, 굉장히 굉장히 엄청난 특수효과와 전쟁신이 들어간 영화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제목이 뭔가?

-(기자들 앞다퉈) <태극기 휘날리며>!

=그 감독은 지금 뭐하고 있나? 그 사람 영화를 정말 흥미롭게 봤다. 미안하다, 인터뷰 계속 하자.

-속편으로 <캐스피언 왕자>를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가.

=시나리오 개발 중이다. 5편까지 제작 계획이 있는 건 사실이나 이번에 개봉하는 1편이 잘돼야 나머지도 진행될 수 있다. (웃음)

“사실은 애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종족이다”

하얀 마녀 역의 틸다 스윈튼

원작을 읽어본 적 없는 틸다 스윈튼은 자기 딸이 좋아하는 책이란 이유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의 하얀 마녀는 강함과 위엄과 아름다움을 하나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악역으로, 영화 안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차갑고 매서운 역할과 비교해 본인의 실제 모습은 어떤지를 누군가 묻자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아주 똑같다”고 답했다. 일동 폭소를 터뜨리는데 본인만 무덤덤했다.

-감독의 얼굴만 보고 신뢰를 가졌다고 했다.

=앤드루가 내게 출연을 제의해오면서 <나니아…>의 스토리를 얘기해줬는데, 그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실제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사실 그땐 별로 그 사람 얘길 믿지 않았다. 나니아 왕국을 어떻게 만들고, 전투신은 어떻게 만들고,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속으로 ‘뭐, 해보시든가’ 했다.

-하얀 마녀는 일반적인 마녀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차갑고, 깨끗하다. 역할에 어떻게 접근하고자 했나.

=내 어릴 때 기억을 되짚으면 난 악마가 나타나서 소리지르고 하는 장면에 별로 겁먹었던 적이 없다. 사실 애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종족이다. 하여튼 아이들을 겁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차갑게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발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드먼드를 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분이 어땠는지.

=하얀 마녀가 에드먼드를 때리는 건 화가 나서가 아니다. 그냥 때리는 거다. 그것이 하얀 마녀가 악역으로서 갖고 있는 돌발성이고 그녀 자신도 그것이 에드먼드를 겁줘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영화와 역할 선택 폭이 아주 넓다. 기준이 무엇인지.

=내 기준은 언제나 간단하다. 얘기가 통하는 감독을 만나는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할 당시 데릭 저먼 한 사람과 몇년을 일해오면서 생긴 습관이다. 그때부터 언제나 가족 같은 협업자를 찾는다. 스크립트도, 역할도 고르지 않는다. 감독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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